'코로나 대출'에 소상공인 '북적'…은행 "반갑다"

  • 송고 2020.04.02 10:55
  • 수정 2020.04.02 11:23
  • 이윤형 기자 (ybro@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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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금리 대출 시작, 일부 은행 지점 내방객·문의전화 빗발에 창구 총동원 '업무 가중'

대출금리 역대 최저·부동산 규제 악조건에 지원 대출 부담 커도 실적은 '가뭄의 단비'

전날부터 소상공인 전용 초저금리 대출 상담 문의가 빗발치면서 지점이 북새통을 이루며 업무가 가중되고 있지만, 은행들의 표정은 밝은 모습이다.ⓒ연합

전날부터 소상공인 전용 초저금리 대출 상담 문의가 빗발치면서 지점이 북새통을 이루며 업무가 가중되고 있지만, 은행들의 표정은 밝은 모습이다.ⓒ연합

시중은행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에게 초저금리 대출을 1일부터 시작했다. 일부 은행 지점에는 대출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몰려 '병목현상'마저 나타났다.

첫날부터 대출 상담 문의까지 빗발치면서 지점이 북새통을 이루며 업무가 가중되고 있다. 하지만 은행들의 표정은 밝은 모습이다.

2일 은행권에 따르면 시중은행이 코로나19 사태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 연 1.5% 초저금리로 대출을 시작한 1일, 곳곳의 지점들은 하루종일 내방객과 문의전화가 끊이지 않았다.

상인들이 밀집한 시장·식당가 인근 은행 영업점에는 대출을 문의하려는 소상공인들의 발길이 이어졌고, 지점마다 전담창구를 마련했지만 대부분 모든 창구를 활용해야 했다. 대출 문의 전화도 잇따랐다.

대출 상담 수요가 늘어나면서 은행들은 기존에 기업대출과 개인대출로 분리해서 운영하던 대출 상담 창구도 소상공인 대출 상담을 위해 구분 없이 운영하고 있는 상황이다.

은행원들의 업무는 당연히 가중되고 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처럼 줄을 길게 늘어서는 상황은 아니지만, 각 창구에서 고객 1명당 20~30분 동안 상담이 이뤄지고, 문의 전화도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정책에 따른 코로나19 지원 대출은 상품 구조상 수요가 늘어날수록 은행들의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지만, 은행권의 표정은 의외로 밝은 모습이다. 정부의 부동산 대출 규제에 역대 최저 금리까지 맞물리면서 은행권의 대출 실적 전망이 암울한 상황에 이 같은 대출 지원은 은행 입장에서도 '가뭄의 단비'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달 은행권 가계 및 기업대출 금리는 역대 최저치로 떨어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권 가계대출 금리는 연 2.90%로 한 달 전보다 0.05%포인트 내렸다. 이는 통계 집계가 시작된 1996년 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집단대출 금리(연 2.75%)는 0.19%포인트, 보증대출 금리(연 3.02%)는 0.11%포인트, 일반 신용대출 금리(연 3.70%)는 0.13%포인트 각각 하락했다. 기업대출 금리는 한 달 전보다 0.13%포인트 내린 3.19%로 통계 집계가 지삭된 1996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으로 조사됐다.

여기에 저금리 장기화로 은행권은 올해도 순이자마진(NIM)이 축소되는 데다 가계 대출 규제, 불경기에 따른 기업 대출 위축 등 경영 압박요인이 널려있어 대출 실적 전망은 암울함 그 자체다.

실제 지난달 시중은행 5곳의 가계대출 잔액은 611조3950억 원으로 전월보다 6388억 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지난 2017년 3월 이후 2년 10개월 만에 가장 적은 증가폭이다.

내수 경기 위축과 설비 투자 감소로 기업 대출 여건 역시 좋지 않은 상황이라 각 은행은 이미 올해 실적 목표를 낮춰 잡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 코로나19 소상공인 대출 지원은 비교적 부실하지 않은 대출이라는 평가도 따른다. 이와 관련, 시중은행에서 초저금리 대출상품을 이용하려면 연매출 5억원 이하이면서 개인신용등급이 1~3등급 수준인 고신용을 가진 소상공인이어야 한다.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지면 해당 대출의 부실률이 커질 가능성이 높지만, 기본적으로 대출자 분류가 고신용자인 만큼 연체 우려는 크지 않을 것이란 게 은행권의 설명이다. 지원 대출에 은행들의 부담이 섞여 있지만, 고신용 대출인 만큼 순수 대출 실적으로 잡아도 무방하다는 얘기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처럼 높은 신용 조건이 수요자들 입장에서는 까다로운 조건으로 실제 대출을 받기 어려운 요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소상공인에게 경영안정자금을 신속하게 지원하기 위해 신용등급을 기준으로 대출 창구를 시중은행, 기업은행, 소진공 세 곳으로 분류했다. 문제는 은행들은 신용평가사 등급과 별개로 자체적으로 신용등급을 매기고 있는데, 이때 신용평가사 등급보다 더 낮은 등급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신용평가사(CB)인 나이스평가정보와 코리아크레딧뷰로(KCB)의 신용등급은 상환 이력, 부채 수준, 신용거래기간, 신용 형태 등을 종합해 산출한다.

그러나 은행들은 여기에 더해 은행별 거래실적 등도 신용평가에 함께 고려한다.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가진 신용평가모델의 경우 CB사 등급평가 기준에 당행과의 거래실적까지 고려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신용평가보다 높은 기준이 요구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은행별로 신용등급 기준이 통일되지 않은 것도 문제다. KB국민은행에서는 BBB등급 이상인 전체 20개 등급 중 9등급 이상이면 고신용자로 간주한다. 우리은행에서는 전체 10개 등급 중 3등급 이상을 충족해야 한다.

신한은행에서는 BBB+등급 이상인 전체 21개 등급 중 8등급 이상으로 본다. 하나은행은 나이스평가 등급을 기준으로 전체 10등급 중 3등급 이상이면 고신용자로 분류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원 대출 수요가 늘어나면서 은행의 업무와 부담도 가중되고 있지만, 기준 자체가 비교적 높은 고신용자 대출인 만큼 수요 확대는 결국 대출 실적으로 집계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결국 코로나19 지원 대출은 소상공인도 은행도 득이 될 수 있다. 다만, 은행별로 신용평가모델이 다른 점은 고객 편의를 위해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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