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금융 '삼중고' 깜깜한 실적전망…"매트릭스 체제로 돌파"

  • 송고 2020.04.24 14:03
  • 수정 2020.04.24 14:05
  • 이윤형 기자 (ybro@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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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3개 금융지주 1분기 당기 순익 14.4% 감소 추정…92% 비중 중기 대출도 빨간불

계열사 협업체계 구축 조직 개편 자구책 …비용 절감·비이자이익 확대로 특효약 될수도

실적 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에 지방금융지주들은 은행, 증권사 등과 공통 사업부문의 시너지 창출이 가능한 '매트릭스 체제' 도입 등 조직 개편으로 자구책을 마련하는 모습이다.ⓒebn

실적 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에 지방금융지주들은 은행, 증권사 등과 공통 사업부문의 시너지 창출이 가능한 '매트릭스 체제' 도입 등 조직 개편으로 자구책을 마련하는 모습이다.ⓒebn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불황이 지역경제를 억누르면서 국내 지방 금융지주사들의 1분기 실적에 타격이 예상된다.

저금리 장기화로 이자이익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에 코로나19로 지역경제 침체와 이에 따른 연체율 상승이 현실화할 경우 지방금융지주의 건전성도 훼손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실적 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에 지방금융지주들은 은행, 증권사 등과 공통 사업부문의 시너지 창출이 가능한 '매트릭스 체제' 도입 등 조직 개편으로 자구책을 마련하는 모습이다. 계열사들을 역랑을 결집시켜 비이자이익을 확대를 꾀하겠다는 전략에서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코로나19 여파로 지방금융지주의 실적은 큰 폭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BNK·DGB·JB금융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 전망치는 319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735억원과 비교해 14.4%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지주사 별로 BNK금융은 -18.4%, DGB금융 -17.8%, JB금융 -3.24%의 실적 하락이 예견됐다.

대구·경북 지역이 코로나19 피해가 가장 컸고, 인접한 부산의 피해도 만만찮아 이들 지역을 연고로 한 BNK금융과 DGB금융은 실적 악화뿐 아니라 거래 기업의 위험에 따른 부실 경보가 울렸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냈던 JB금융지주도 이 같은 여파에 올해에는 부진을 피해갈 수 없을 전망이다.

지방 금융지주들의 실적 악화는 저금리 장기화로 NIM(순이자마진)이 하락하면서 이자이익 규모가 감소한 탓이다. 실제 은행의 핵심 수익성 지표인 NIM이 꾸준히 하락하면서 3대 금융지주의 1분기 이자이익은 지난해 1분기(1조9411억원)보다 5.9% 줄어든 1조8263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대출 구조도 실적 악화의 요인으로 지목된다. 최근 지속적으로 부진을 겪는 지역경제가 코로나19 영향까지 받으면서 지역 중소기업 대출 비중이 높은 지방은행들의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실제,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부산·경남·대구·전북·광주·제주은행 등 6개 지방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기업 대출 잔액은 92조892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85조5909억원으로 전체의 92.1%를 차지했다.

특히 중소기업 대출 중 43.5%(37조2238억원)는 자영업자 대출로, 코로나19에 가장 취약한 대출이 지방은행에서 상당히 진행됐다는 평가도 따른다. 폐업 위기에 내몰린 자영업자가 늘어날 경우 연체율 상승과 함께 은행 부실도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건전성 악화 우려도 자연스럽다. 지난해 말 수치로 비교해봐도 3대 금융지주사의 평균 NPL(고정이하여신) 비율은 0.88%로 신한·KB·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사 평균 NPL비율(0.49%)보다 현저히 높다.

NPL비율은 은행의 부실채권 현황을 알 수 있는 대표적인 건전성 지표로, NPL 비율이 높을수록 은행 대출 자산의 건전성이 낮다는 의미다. 코로나19로 부실대출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지방 금융지주의 NPL비율이 상승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따라 지방금융지주들은 계열사 간 협업 효과를 극대화해 비이자이익을 늘릴 수 있는 조직 개편을 단행하는 방식으로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조직개편 모델은 공통 사업부문의 시너지 창출이 가능한 매트릭스 체제다.

매트릭스 체제는 계열사 내의 동일한 조직 업무는 한 곳으로 통합하고 조직 간 협업을 유도하는 수평적 조직체계다. 열사들의 컨트롤 타워로서 지휘하고 원 펌(One-Firm) 형태의 유기적인 전략을 펼치기 위한 실질적인 협업과 실행이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JB금융은 IB(투자금융), WM, 디지털 등 업무를 통합 운영할 수 있는 '시너지 사업부문 협의체'를 구성했다. 2013년 지주사를 설립한 이후 처음 시너지 관련 협의체를 만든 것이다.

협의체는 각 사업 부문을 그룹 차원에서 통합 관리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자회사들의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중복 투자에 따른 비용을 감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신설된 협의체 중 IB 부문은 전북은행, 광주은행과 JB우리캐피탈 등이 참여하며 딜 소싱부터 투자 분석까지 공동으로 수행한다. WM부문은 아직까지 증권사는 없지만 계열사인 전북은행, 광주은행 전문가 참여로 특화된 자산관리 영업기반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DGB금융은 지난 2월 기존 8개 본부 체제에서 10개 총괄체제로 개편하는 동시에 그룹CIB총괄·그룹WM총괄·그룹IT총괄(CIO)·그룹글로벌총괄(CGSO)·그룹재무총괄(CFO) 등 5개 총괄조직을 신설했다.

특히 그룹 WM총괄은 하이투자증권과 대구은행의 WM복합점포 개설 등 은행-증권의 시너지 강화에 주력한다. 그룹CIB 총괄은 대구은행과 하이투자증권, DGB캐피탈 등이 주로 하는 CIB 실적을 높이는 게 목표다.

재무총괄은 그룹 재무성과에 대한 집중적 관리와 IR 활동을 통해 기업 가치를 제고하는 역할을 맡고 있고 CIB총괄과 WM총괄은 비이자이익 극대화를 위한 역할을 하고 있다. 지주와 은행 등 각 자회사들의 협업을 강화해 전체적인 실적의 질을 높이기 위한 전략인 셈이다.

BNK금융도 2017년 이후 WM, CIB, 디지털, 글로벌을 그룹의 4대 핵심 부문으로 선정하고 지주 중심의 협업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BNK금융은 글로벌·CIB부문이 통합된 그룹 G-IB부문과 디지털·IT부문이 통합된 그룹 D-IT부문을 중심으로 매트릭스 조직을 운영해 사업부문 간 융복합 시너지를 본격화시키기도 했다.

여기에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의 WM고객본부 산하에 'WM상품부'를 신설하고, 최근 고위험 투자상품의 투자자 보호가 문제되고 있는 점을 고려해 WM상품 기획 업무를 분리했다.

WM상품부는 WM 상품 기획 업무를 전담하는 조직으로 상품에 대한 전문성을 높이고 내부통제의 수위를 높이며 투자자 보호 업무를 강화하고자 만들어졌다. CIB 업무는 BNK투자증권을 중심으로 활성화하고 특히 지역 기업의 종합금융 서비스 강화 차원에서 '부울경영업그룹'을 BNK투자증권 내에 신설했다.

BNK금융이 비이자이익의 극대화를 꾀하려는 배경은 지난해 실적에서 읽을 수 있다. 지난해 BNK금융그룹의 이자이익은 2조1868억원으로 2018년보다 6.7% 줄어들었다.

특히 그룹 전체 이익 중 80% 비중을 차지하는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의 이자이익이 꾸준히 줄어들면서 그룹 전체의 이자이익 또한 감소했다. 결국 제한된 환경과 여건 속에서 실적 개선을 꾀하기 위해 비이자이익 증대를 목표로 조직을 일신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방금융지주들이 일제히 강화에 나선 조직 개편은 계열사 협력 강화를 통한 비용절감은 물론, 비이자이익 확대에도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저금리·코로나19·건전성 악화 삼중고에 실적 타격이 예상되는 상황에서의 특효약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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