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개미 수혜주 키움증권 "HTS 시스템 전반 재점검 필요"

  • 송고 2020.04.24 14:49
  • 수정 2020.04.24 15:16
  • 김남희 기자 (nina@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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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투자자, 시스템 마비에 거래 강제청산 전락…"회사 평판 훼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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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동학개미운동' 수혜주로 지목됐던 키움증권이 때아닌 복병을 만났다. 투자자들이 이용하는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이 오류가 나면서 개인투자자 투자손실을 야기해서다.

키움은 원유 선물 투자자에 계약당 4500달러(556만4700원)를 보상할 예정으로 알려진다. 증권업계는 '동학개미운동'의 최대 수혜주인 키움증권이 폭증한 투자자가 참여한 거래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1일 새벽 키움증권의 홈트레이딩시스템이 원유선물 가격이 마이너스가 된 것을 인식하지 못하면서 해외선물옵션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미니 크루드 오일 5월물' 거래가 중단되는 전산 오류가 일어났다. 당시 현지시간 20일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가 배럴당 -37.63달러를 기록하면서 오류가 발생했다.

전 거래일인 17일 종가 18.27달러보다 305.97%(55.90달러) 폭락한 역사적인 하락장으로 국제유가가 마이너스권에 머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원유 수요가 급전직하하고 공급이 넘치는 상황에서 5월물 만기를 하루 앞둔 당시 투자자들이 6월물로 갈아타는 과정에서 발생한 롤오버(Rollover) 현상이 사태의 주된 원인이다.

미니 크루드 오일 5월물에 투자한 키움증권 투자자들은 유가 하락을 실시간 주시하면서도 마이너스 입력이 시스템에서 반영되지 않아 5월물을 팔고 6월물을 매수하는 롤오버 기회도 놓쳤다. 이 결과 선물가격이 하락하면서 고객 계좌의 평가액이 증거금보다 낮아져 증권사들이 추가 증거금을 요청하는 마진콜이 발생했고, 결국 강제청산 하는 캐시콜로 이어졌다.

이날 키움증권 HTS 오류에 따른 투자자들의 피해규모는 50계좌에서 약 10억원대 규모로 알려졌다. 키움증권은 계약당 4500달러(556만4700원)를 보상할 예정으로 전해진다. 증권업계는 피해자들의 집단 소송이 진행될 경우 키움은 이를 반영한 소송 충당금 적립을 해야 한다. 키움 외에도 한국투자증권, 유안타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등 일부 증권사에서도 관련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대해 증권업계 관계자는 "금융시장 변동성이 급격하게 확대된 가운데 개별 증권사들의 시스템 대응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지속적인 전산 오류는 시장 참여자들의 금융 거래에 대한 신뢰도를 저하시키는 치명적인 요인으로 판단된다"고 진단했다. 신한금융투자는 당분간 일부 시장 참여자들의 투자 심리 악화와 개별 증권사들의 시스템 정비 움직임을 예상했다.

키움증권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폭락장에 저가 매수 기회를 엿보는 개인투자자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동학개미운동 최선호주로 분류된 상장 증권사였다. 특히 동학개미들의 투자 열기에 힘입어 브로커리지 사업성이 성장세를 이루고 있다.

지난달 신규계좌만 43만1000개, 일 최대약정 16조7000억원 및 전체 주식시장 점유율 최대 23% 초과 달성을 기록하며 증권업종 톱픽에 부상했다. 올해 2분기 실적도 수수료와 이자 수익 등 전통적 비즈니스의 호조에 힘입어 성장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됐다.

하지만 잦은 거래시스템 문제로 키움증권은 투자자 신뢰도 회복에 긴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관측된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키움증권 예상대로 피해 보상이 이루어질 경우 이번 사고가 동사 실적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회사 평판 일부 훼손은 불가피할 전망"이라면서 "이번 사고뿐만 아니라 지난 달에도 HTS에서 일시적인 주식거래 장애가 나타났던 만큼, HTS 시스템 전반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해 보인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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