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실적방어 키워드 '글로벌·IB'

  • 송고 2020.04.28 14:57
  • 수정 2020.04.28 15:05
  • 신주식 기자 (winean@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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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기부터 실적악화 본격화될 전망…증권·보험 이미 감소세

신남방 중심 수익기반 제고 및 인수금융 등 IB역량강화 추진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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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들은 대체로 양호한 1분기 실적을 거뒀다. 증권가의 예상에 충족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지주들의 고민이 있다.

저금리 장기화에 이어 코로나 확산으로 인한 영향이 2분기 실적에 본격 반영될 것이기 때문이다. 금융지주들은 글로벌·IB 사업부문을 강화하며 실적방어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는 올해 1분기 9324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번 실적은 지난해 동기(9184억원) 대비 소폭 증가한 것이다. 일회성 요인과 오렌지라이프 편입 효과를 제외한 경상 순이익은 8000억원대 중반 수준이다.

하나금융지주는 전년 동기 대비 약 20% 증가한 6570억원의 순이익을 신고하며 4대 금융지주 중 가장 큰 폭의 성장세를 보였다. 그러나 지난해 1분기 순이익은 희망퇴직에 따른 일회성 비용(1260억원)이 반영된 결과라는 점을 감안하면 경상 순이익은 오히려 소폭 감소했다.

KB금융은 지난해 1분기 대비 13.7% 감소한 7295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4대 금융지주 중 감소폭이 가장 컸다. KB증권(순손실 214억원)이 적자로 돌아선 것을 비롯해 외화채권평가손실 등 자본시장 부진이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

4000억원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던 우리금융지주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은 5182억원으로 시장 컨센서스를 상회했으나 전년 동기 대비 8.9% 줄어들며 감소세를 피하지 못했다. 우리금융 측은 수익구조 개선을 통한 순영업수익 호조가 시장 예상을 넘어선 실적 달성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전년 동기 대비 다소 감소하긴 했으나 금융지주들의 올해 1분기 실적은 코로나 확산으로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다른 업종에 비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실물경제에 미친 코로나 영향이 2분기 들어 금융시장에도 본격화될 것으로 우려됨에 따라 금융지주들의 실적 악화도 피치 못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국은행이 '빅컷'을 포함해 최근 1년간 기준금리를 75bp 인하하면서 저금리 장기화에 따른 수익성 감소가 불가피해졌다"며 "올해 2월까지만 해도 반영되지 않았던 코로나 여파가 2분기 실적부터 본격화되기 때문에 금융지주들의 실적악화도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적악화의 신호는 보험, 증권 등 실물경제에 민감한 계열사에서 이미 불거지고 있다.

신한금융지주의 경우 신한은행의 1분기 순이익은 1.4%, 신한카드는 3.6% 증가하는데 그쳤으나 신한금융투자(-34.1%)와 신한생명보험(-26.3%)은 큰 폭의 감소세를 면치 못했으며 KB금융의 경우 KB증권이 적자로 돌아섰다. 하나금융지주 역시 계열사 중 하나금융투자만 30%가 넘는 감소세를 기록했다.

금융지주들은 일상적인 리스크 관리를 지속하는 한편 신남방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사업부문과 IB 확장을 통해 실적악화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KB금융그룹은 저성장·저금리 등 금융환경의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핵심 성장동력인 IB와 WM 부문의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고 글로벌 비지니스를 강화함으로써 중장기 성장 모멘텀 확보에 나선다.

KB금융 관계자는 "금리가 낮은 상황에서 비이자 이익 중심으로 수익성을 관리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며 "최근 미얀마 현지법인 예비인가를 취득하는데 성공한 것처럼 글로벌 사업부문을 넓혀 나가고 그룹의 수익기반을 확대하는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MBK파트너스와 공동으로 롯데카드를 인수한 우리금융은 올해도 인수금융 주선 등 IB 사업부문 확대를 적극 추진한다는 전략이다.

금융그룹 포트폴리오 강화를 위한 대형사 M&A도 중요한 과제이나 내부등급법 전환 문제가 아직 남아있는데다 시장상황도 M&A에 중요한 고려사항인 만큼 인수금융을 비롯해 역량을 인정받고 있는 우리금융의 IB 경쟁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딜에 참여한다는 방침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M&A는 계약금액도 중요하지만 매끄럽게 딜을 진행할 수 있는 역량도 갖춰져야 한다"며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우리금융의 IB 역량이 인정받으면서 외국계 사모펀드가 딜에 참여해줄 것을 요청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글로벌 사업부문에 대해서는 해외지점 확대 등 양적인 성장보다 모바일뱅킹과 같은 질적인 성장에 주력할 계획"이라며 "동남아 시장에서는 금융서비스의 고도화를 추진할 여지가 많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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