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매각, 다시 난기류…HDC 현산 인수 포기하나

  • 송고 2020.04.30 07:00
  • 수정 2020.04.30 16:19
  • 이경은 기자 (veritas@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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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C현산, 주식 대금 납입일 하루 앞두고 일정 무기한 연기

아시아나, 이미 부분 자본잠식…인수 시 '밑빠진 독에 물 붓기' 우려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다시 난기류에 휩싸였다.ⓒ아시아나항공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다시 난기류에 휩싸였다.ⓒ아시아나항공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다시 난기류에 휩싸였다. 인수 주체인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나항공의 주식 취득 납입 일자를 사실상 무기한 연기하면서 잠시 수그러들었던 인수 좌초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29일 정정공시를 통해 당초 30일로 예정돼 있었던 아시아나항공의 주식 취득 납입예정일자를 삭제, 변경했다.

HDC현산은 주식 취득일을 따로 명시하지 않고 구주(매각 주체인 금호산업 보유 지분)의 경우 구주매매계약 제5조에서 정한 거래종결 선행조건이 모두 충족되는 날로부터 10일이 경과한 날 또는 당사자들이 달리 거래종결일로 합의하는 날로 변경했다.

신주(아시아나항공 유상증자로 발생하는 주식)는 신주인수계약 제4조에서 정한 거래종결 선행조건이 모두 충족되는 날로부터 10일이 경과한 날의 다음날 또는 당사자들이 별도로 거래종결일로 합의하는 날의 다음 날로 정했다.

HDC현산은 지난해 말 구주와 신주를 포함해 아시아나항공 주식 4억532만1007주를 2조101억원에 이달 30일 취득할 예정이라고 공시한 바 있다.

이중 HDC현대산업개발이 1조4664억을 유상증자하면 아시아나항공은 1조1745억원을 산업은행 및 수출입은행 지원금 상환 등에 쓸 예정이었다. 나머지 2919억원은 유보금으로 사용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아시아나항공은 당초 이달 7일이었던 HDC현대산업개발의 유상증자 납입일을 '거래 종결의 선행조건이 모두 충족되는 날로부터 10일이 경과한 날 또는 당사자들이 달리 합의하는 날'로 정정했다. 이에 따라 유증에 따른 신주 상장 예정일도 이달 24일에서 '대금 납입일 이후 15일 이내'로 변경했다.

이번 정정공시로 아시아나항공에 이어 인수 주체인 HDC현산도 거래종결일을 사실상 무기한 연기한 것이다.

선행조건 중 하나인 해외 6개국에 대한 기업결합심사 승인은 현재 미국과 중국 등 5개국의 승인이 떨어졌고 러시아 한 곳만 남은 상태다. 주식 취득 예정일을 하루 앞두고도 러시아에서 승인이 나지 않아 예정 대로 절차가 진행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있어왔다.

그러나 항공업계와 재계에서는 기업결합심사는 표면적인 이유이고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에 따른 아시아나항공의 경영 환경 악화가 HDC현산의 인수 완료 결정을 주저하게 만드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산업은행·수출입은행으로부터 1조7000억원을 지원받지만 올해 갚아야 하는 부채만 약 2조50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942억원에 불과하다.즉, 지원금과 보유 현금을 다 투입해도 빚 갚기에도 버거운 형편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HDC현산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 아시아나항공의 대출금 상환 연장, 금리 인하 등을 비공식 요청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말 기준 8805억원의 결손금이 발생하면서 부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매출은 급감하는데 고정비는 계속 발생하고 있어 올해 1분기(-1634억원), 2분기(-770억원) 적자가 유력시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HDC현산으로의 인수가 완료되면 유상증자를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한다는 계획이지만 HDC현산으로서는 '밑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업계에서는 HDC현산이 인수를 포기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장기간 항공 업황 정상화가 어려울 것이란 비관론이 확산되면서 HDC현산이 계약금 2500억원을 포기하고 2조5000억원 규모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철회하는 게 더 낫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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