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산 효과" 유가, 다시 급등…"수요 상쇄하기는 여전히 역부족"

  • 송고 2020.05.04 06:00
  • 수정 2020.05.04 07:50
  • 박상효 기자 (s0565@ebn.co.kr)
  • url
    복사

OPEC+, 970만 배럴씩 감산 시작...美, 노르웨이 등 자발적 감산 돌입

업계 "유가, V반등 아직 미지수"....수요 부족 해결하기에 여전히 부족"

최근 마이너스권까지 추락했던 국제유가가 4월의 마지막 날을 급등세로 마감했다. 산유국들의 감산이 본격화되면서 국제유가가 4주 만에 처음으로 주간 기준 상승으로 마감한 것.

하지만 업계에서는 여전히 국제 유가의 추세적인 반등을 예상하기는 성급하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로 무너진 수요를 상쇄하기는 여전히 역부족이라는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또 원유 수요가 회복되기 전까지는 재고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수요 감소와 공급 과잉 우려가 여전한 가운데 미국의 원유 재고가 전망치를 밑돌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유가는 다시 급등했다.

지난 1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6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5.0%(0.94달러) 오른 19.7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는 장중 한때 배럴당 20달러 선을 회복하기도 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6월물 브렌트유도 0.45%(0.12달러) 오른 26.60달러에 장을 마쳤다.

주간 기준으로 WTI 선물은 17%, 브렌트유는 23% 각각 상승해 3주간 약세를 마무리 짓고 반등했다. 5월 첫 거래일에 오름세를 이어가며 주간으로 4주 만에 처음으로 상승했다.

본격적으로 산유량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반등 동력을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은 이날부터 감산에 돌입했고 실제 초저유가를 버티기 어려운 미국의 '비수익 유정'들은 잇따라 가동을 중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은 지난주 미국의 원유 재고가 900만배럴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문가 전망치(1060만배럴 증가)를 밑돈 수준이다.

미국에서는 셰일업체들의 자발적인 감산에 예상되는 상황이다. 원유 시추 업체 베이커휴즈에 따르면 미국 내에서 이번 주 운영 중인 원유 채굴 장비 수는 전주보다 53개 줄어든 325개를 기록했다.

원유 채굴 장비는 7주 연속 감소하면서, 2016년 7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이는 향후 미국의 산유량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요인이다.

코노코필립스가 전일 6월 산유량을 대폭 줄이겠다고 발표하는 등 주요 업체들의 감산 소식도 이어졌다.

이에 따라 극심한 초과 공급 상황이 다소 완화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부상했다. 미국의 다수 주와 이탈리아 등 유럽의 각국도 5월부터 본격적인 경제 재개에 나서는 점도 유가를 지지하는 요인이다.

앞서 지난 20일 5월 인도분 WTI는 배럴당 -37.63달러까지 추락한 바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하락 압력이 지속된 가운데 선물 만기가 겹치면서 유가가 사상 처음 마이너스권까지 떨어지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은 이날부터 감산에 돌입했다. 또 노르웨이가 전일 약 18년 만에 처음으로 감산 방침을 발표하는 등 다른 산유국들의 생산량 감축 기대도 커졌다.

서유럽 최대 산유국인 노르웨이도 원유 공급 과잉과 코로나19 사태로 수요가 급감함에 따라 오는 6월부터 연말까지 원유를 감산한다.

AFP·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노르웨이는 6월에는 하루 25만 배럴을 감산하고, 이후 올해 말까지 하루 감산 규모를 13만4000 배럴로 유지할 예정이다. 또한 새로운 유전의 생산 계획도 내년까지 늦춘다.

이에 따라 올해 말까지 노르웨이 원유 생산량은 애초 계획보다 1일 30만 배럴 감소할 전망이다. 또 1일 총원유 생산 상한선은 6월에는 16억900만 배럴, 하반기에는 17억2500만 배럴로 유지할 계획이다.

노르웨이가 원유 가격 유지를 위해 감산에 참여한 것은 18년 만에 처음이다.

석유수출기구(OPEC)와 러시아를 포함해 OPEC에 속하지 않는 주요 산유국들은 이날부터 원유 가격이 최근 20년 동안 최저치로 떨어짐에 따라 5~6월 두 달 간 하루 970만 배럴을 감산한다. 또 생산량을 1000만 배럴 이하로 유지할 방침이다.

감산 기준은 2018년 12월이며, 하루 250만 배럴씩을 감산해야 하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는 산유량을 각각 하루 850만 배럴로 줄여야 한다.

사우디,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가 4월부터 산유량을 올린 터라 합의된 감산량인 하루 970만 배럴을 4월 기준으로 계산하면 하루 1200만∼1300만 배럴 정도를 감산하는 효과다.

이란 석유장관은 이들 3개 산유국이 OPEC+의 감산량 이외에 하루 200만 배럴을 자발적으로 감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6월 이후에는 합의된 대로 7월부터 올해 말까지는 하루 800만 배럴, 내년 1월부터 2022년 4월까지는 하루 600만 배럴 감산한다. 앞서 합의된 감산량은 지난 1973년 1차 오일쇼크 이후 OPEC+가 결정한 감산·증산량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크레이그 얼람 오안다 연구원은 “감산이 마침내 시작됐다”면서 “하지만 유가는 여전히 낮고 향후 두 주 동안 변동성은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감산 규모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만큼, 유가가 안정화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사상 초유의 마이너스 유가를 가격을 기록했던 국제유가가 ‘V자’ 반등이 가능할지 주목된다.

코로나19 위기로 감소할 원유 수요량이 하루 3000만 배럴로 전망되는 만큼 OPEC+의 감산량은 국제 원유 시장의 공급 과잉을 해소하기에는 부족하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또한 코로나19로 줄어든 원유 소비가 기대 이상으로 상승하지 않는다면 당분간 저유가 기조는 계속될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에너지 정보업체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글로벌 플래츠는 "이번 감산은 1500만~2000만 배럴 상당의 수요 부족을 해결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며 "OPEC이 더 나아가지 않는 한 유가 회복은 힘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산유국들의 합의와는 별개로, 국제유가가 역사적 저점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감산이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코로나19에 따른 원유 수요 위축의 영향이 크며 이로 인해 과잉 공급된 원유는 저장고를 찾기가 어려운 지경에 몰렸다. 실제로 전 세계 초대형 유조선 750척 중 80척가량은 목적지를 정하지 못한 채 원유를 싣고 바다 위를 떠돌면서 저장고 역할을 하고 있다.

세계은행에서 발간한 4월 상품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국제유가가 배럴당 평균 35달러 선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평균 가격 배럴당 61달러와 비교하면 43% 하락한 수치다.

다만 2021년에는 배럴당 평균 42달러선를 회복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은행은 "각국이 코로나19를 통제하기 위해 내놓은 조치는 유례없는 석유 수요 붕괴를 초래했다"며 "석유수출국기구(OPEC)과 다른 산유국간 생산협정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국제유가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에너지경제연구원도 올해 국제유가를 1배럴당 38달러 수준으로 예측하고 국내·외 석유산업이 2분기까지는 힘든 경영여건이 지속되고 하반기부터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글로벌리서치 보고서에서 "세계 석유재고가 4월 정점을 찍었던 것 같다"며 "이제 많은 국가들이 폐쇄를 완화하며 원유 수요가 늘어나고 OPEC+감산도 시작된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여전히 국제유가의 추세적인 반등을 예상하기는 성급하다"며 "코로나19 사태로 하루 2000만~3000만 배럴의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공급과잉이 해소되기에는 미흡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주) EB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체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EBN 미래를 보는 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