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금인가제 폐지로 경쟁 활성화?…찜찜한 통신업계

  • 송고 2020.05.21 10:46
  • 수정 2020.05.21 10:50
  • EBN 문은혜 기자 (mooneh@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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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낡은 규제 폐지한 정부…"시장경쟁 활성화…소비자에 수혜 갈 것"

소비자·사업자는 여전히 불만족…"사전규제서 사후규제로의 전환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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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무선 통신시장에서 1위 사업자가 신규 요금을 출시할 때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했던 '통신요금 인가제'가 폐지됐다. 국회는 지난 20일 마지막 본회의를 열어 해당 내용이 담긴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정부는 인가제 폐지로 통신사들의 요금 경쟁이 활발해지면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이 수혜를 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는 '규제가 사전이냐 사후냐'의 차이일 뿐 이전과 크게 달라질 것이 없다는 주장이다. 결국 정부의 손바닥 위에서 요금을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개정안의 실효성은 크지 않다고 지적한다.


21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지난 1991년에 도입돼 업계의 대표적인 '낡은 규제'로 평가돼온 요금인가제가 폐지됐다.


인가제는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요금을 과도하게 올리거나 혹은 후발사업자를 도태시키기 위해 요금을 과도하게 내리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법이다. 유선 시장에서는 KT가, 무선 시장에서는 SK텔레콤이 인가제 적용 대상이었다. 이들 사업자는 그동안 정부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신규 요금제를 출시할 수 있었다.


과거에도 수차례 폐지가 논의돼온 인가제는 결국 20대 국회에서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인가제 대신 도입된 유보신고제는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신고한 새 요금제를 정부가 15일 내 반려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유보신고제가 과도한 요금 인상은 막으면서도 한달 넘게 걸리던 기존 심사 절차는 간소화해 시장 경쟁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시민단체와 통신사업자들은 각각 다른 이유로 유보신고제에 대해 만족스럽지 못한 눈치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민생경제연구소, 참여연대, 한국소비자연맹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통신사들이 자율적으로 요금을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는 지나친 낙관이라는 주장이다.


또 개정안에 '소비자의 이익을 해칠 우려가 큰 경우, 공정한 경쟁을 해칠 우려가 큰 경우에만 15일 이내 반려한다'는 내용이 두루뭉술하다고 지적했다. 요금을 제대로 심사하기에 15일은 너무 짧다는 우려도 나온다.


통신사들도 인가제가 폐지됐다고 해서 저렴한 요금제가 나오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SKT(5):KT(3):LGU+(2) 구도가 고착화된데다 매출과 이익에 영향을 주는 요금인하보다 단기적인 마케팅비 지출이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금까지 요금인가제가 시행되는 동안 1위 사업자를 제외한 2, 3위가 파격적으로 저렴한 요금제를 내놓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번 요금인가제 폐지가 정부의 '보여주기식 규제 철폐'라는 말이 나온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소비자와 사업자 중 어느 한쪽도 시원하게 만족시키지 못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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