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독립 선언 애플…삼성 vs TSMC 파운드리 혈투 예고

  • 입력 2020.06.25 11:01
  • 수정 2020.06.25 11:02
  • EBN 문은혜 기자 (mooneh@ebn.co.kr)

애플, PC용 반도체 칩 자체 생산으로 전략 변화…파운드리 업계 들썩

큰 손 고객 놓고 TSMC·삼성전자 경쟁 격화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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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만 무성했던 애플과 인텔의 결별이 현실화됐다. 애플이 최근 열린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앞으로 출시될 PC 제품에 인텔 칩이 아닌 자체 설계한 '애플 실리콘 칩'을 탑재한다고 밝힌 것.


이에 글로벌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큰 손 고객인 애플을 두고 파운드리 시장 1·2위인 TSMC와 삼성전자의 혈투가 예고되는 상황이다.


25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올해 말 출시될 맥(Mac) 제품에 자체 설계한 ARM 기반의 5나노 애플 실리콘 칩을 탑재하기로 했다. 지난 2005년부터 인텔이 만든 PC용 반도체를 사용하던 애플이 14년 만에 반도체 독립을 선언한 것이다.


애플은 그간 맥북, 아이맥 등 PC 제품에 인텔 프로세서를 탑재해왔다. 프로세서는 PC의 두뇌 역할을 하는 부품으로 인텔이 만드는 프로세스는 성능이 좋고 소프트웨어 호환이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다. 대신 값이 비싸고 전력 효율이 떨어진다는 단점과 인텔의 신규 칩 개발이 지연되면 애플의 제품 출시도 늦어진다는 문제가 있었다.


이에 애플은 인텔에 의존하던 PC용 반도체를 직접 설계하고 생산은 위탁업체에 맡기는 것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설계는 영국 ARM이 하고 생산은 대만 TSMC가 맡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는 인텔이 약 50억달러에 육박하는 매출을 손해 보게 된 반면 TSMC가 반도체 생산을 맡을 경우 그만큼의 추가 매출을 거둘 것으로 보고 있다.


파운드리 1위 업체인 TSMC와 애플의 새 밸류체인이 구축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자 2위인 삼성전자는 긴장모드에 들어갔다. 오는 2030년까지 파운드리 1위를 목표로 내건 상황에서 큰 손 고객인 애플을 뺐기면 TSMC와 격차를 줄이기 힘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애플을 사이에 둔 삼성과 TSMC의 경쟁은 처음이 아니다. 삼성이 파운드리 시장에 진출한 이후 양사는 초미세공정 경쟁을 벌이며 물량을 뺏고 뺏기는 혈투를 벌여왔다.


과거 45나노, 28나노 공정까지 아이폰에 들어가는 칩을 독점으로 생산하던 삼성은 20나노에서 TSMC에 물량을 뺏겼다가 14나노에서 다시 뺏어온 전래가 있다. 하지만 이후 아이폰7 시리즈에 탑재된 A10 칩 생산과 차세대 10나노 A11 생산은 또 다시 TSMC가 가져갔고 현재 아이폰에 들어가는 칩은 TSMC가 독점 생산하고 있다.


엎치락 뒤치락 하는 가운데 지난 2분기 기준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TSMC 51.5%, 삼성전자가 18.8%를 기록했다. TSMC와 아직 30%p 넘게 격차가 나지만 삼성전자는 생산능력을 확대해 내년을 기점으로 빠르게 추격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애플이 PC용 반도체 칩 시장에 고객으로 본격 등장하면 양사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애플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과 경쟁 중인 만큼 반도체 생산을 쉽게 맡기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반면 애플이 반도체 공급 다변화에 나설 경우 중장기적으로 삼성전자에도 물량을 맡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과거 삼성 파운드리 사업의 최대 파트너였던 애플을 TSMC에 고스란히 뺏긴 전례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전략 변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애플이 인텔과 결별하고 자체 반도체 밸류체인을 구축하는 중요한 기로에서 삼성의 이름이 보이지 않는 것은 안타깝다"며 "EUV 장비를 사들이고 거대한 팹을 짓는 것도 중요하지만 삼성이 진정한 파운드리 강자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좀 더 과감한 비즈니스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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