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탈(脫)정유·배터리 확장 가속

  • 송고 2020.07.07 14:43
  • 수정 2020.07.07 14:43
  • EBN 정민주 기자 (minju0241@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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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정유사업 1조6000억원대 영업손실…하반기 정제마진 개선 불투명

전 세계 배터리 점유율 맹추격…미국 공장 설립 추가 투자, 생산규모 확장

리튬-메탈 차세대 배터리 기술, 개인용 비행체 배터리 등 신사업 모색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7일 충남 서산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공장에서 SK 배터리가 탑재된 '니로EV' 앞에서 악수하는 모습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7일 충남 서산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공장에서 SK 배터리가 탑재된 '니로EV' 앞에서 악수하는 모습

최태원 SK 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7일 오전 9시 15분께 SK이노베이션 서산 배터리 공장에서 만났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 지동섭 배터리사업 대표 등도 참석한 가운데 두 총수는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기술 개발 현황을 함께 살펴보고 향후 사업 협력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 회장은 그간 탈정유에 고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친환경으로의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하는 차원에서다. 이번 회동을 끝으로 삼성, 현대차, LG, SK간 배터리 관련 신사업 추진도 기대되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사업 비중을 더 넓혀갈 것이란 전망을 내놓는다.


상반기 2조원 적자…하반기 정제마진 반등 미지수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1분기 1조7750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정유사업에서 1조6360억원 가량의 손실을 기록하면서다. 1분기보다는 손실을 줄이겠지만 2분기 또한 적자가 예상된다. 시장에서는 2분기 정유사업에서 2820억원의 적자를 내면서 총 3050억원의 영업손실을 볼 것으로 점친다.


하반기 정유사업은 흑자전환이 기대되고 있지만 예전만큼의 수익은 앞으로 내지 못할 전망이다. 시장은 오는 4분기 정유제품 수요가 정상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보면서도 정유사업 수익은 3분기보다 1.3%, 지난해 4분기보다는 33% 가량 쪼그라든다고 추정한다.


정유사업 수익을 결정짓는 정제마진 개선도 불투명하다. 정제마진은 13주간 마이너스에 머물러 있다 최근 2주 플러스로 전환했지만 다시 마이너스로 되돌아갔다.


정제마진은 하반기 최악의 수요 충격에서 벗어나며 반등할 전망이지만 손익분기점인 배럴당 4~5달러까지 회복될 지는 미지수다. 코로나19가 진정되더라도 생활패턴이 변화하고 전기차 시장이 커지면서 정유 수요 회복에는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는 의견이 줄 짓는다.


시장은 60여년간 정유사업을 영위해 온 SK이노베이션이 올해를 기점으로 변화한다고 점친다. 팔수록 손해인 정유제품 생산을 줄이고 성장 아이템인 배터리에 집중 투자한다는 예상이다.


포스트 코로나 성장전략에 '배터리'…미국 공장에 1조원 추가 투입

SK이노베이션이 만드는 전기차용 배터리

SK이노베이션이 만드는 전기차용 배터리

지난달 SK 확대경영회의를 개최하고 포스트 코로나 성장전략을 모색한 최태원 회장은 정유 업황 부진 극복 방안으로 배터리 사업 전환 등의 사업구조 변화를 제시했다. SK이노베이션이 전기차 배터리 후발주자 타이틀을 떼고 글로벌 배터리 점유율 5위권에 진입하기 위한 신호탄을 울린 것으로 풀이된다.


꺼져 가는 정유 시장과는 달리 배터리 시장 전망은 밝다. 해외시장 조사업체인 아이에이치에스(IHS)마켓에 따르면 전기차 배터리 시장 규모는 올해 38조8000억원에서 2023년 94조5000억원, 2025년에는 182조원에 육박한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는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의 수요가 2023년 916GWh로 공급량 776GWh을 넘어선다고 봤다. SNE리서치는 이어 2029년까지 전기차 배터리 공급난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도 분석했다.


특히 저유가인 현 상황에서도 배터리 수요 확대가 예상된다는 점이 주목된다. 과거엔 유가가 떨어지면 내연기관차 수요가 늘고 전기차가 줄었지만 이제는 전기차나 배터리 업황이 유가에 영향받지 않는다는 얘기다.


SK이노베이션은 글로벌 배터리 제조사들을 맹추격 중이다. 올해 4월에는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SK이노베이션 점유율(3.5%)이 사상 처음으로 삼성SDI(3.4%)를 넘어섰다. 5월에는 중국 비야디(BYD)와의 격차를 3%p 내로 좁혔다.


최 회장의 통큰 투자가 이같은 성과를 이끌었다. 서산공장, 중국·헝가리 공장에 배터리 생산시설을 연이어 구축한 데 이어 니켈 비중이 90%를 상회하는 NCM9·½·½ 배터리 개발에도 전 세계 최초로 나섰다.


최근에는 미국 조지아주 배터리 2공장 설립에 1조1300억원을 추가 투입했다. 미국 2공장이 완공되는 2023년이면 SK이노베이션 전기차 배터리 생산 규모는 71GWh에 달하게 된다.


SK·현대차 수장 회동, 배터리 신사업 추진

이번에 최태원 회장과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만나면서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성장은 탄력세를 이어간다는 전망이다.


이날 양사 경영진은 SK이노베이션이 개발중인 ▲고에너지밀도, 급속충전, 리튬-메탈 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 기술 ▲전력반도체와 경량 신소재, 배터리 대여·교환 등 서비스 플랫폼(BaaS·Battery as a Service) 등 미래 신기술 개발 및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현대차가 신사업으로 구상 중인 개인용 비행체와 목적 기반 모빌리티에 쓰일 배터리, 자율주행 분야에서의 협력 방안 또한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이번 회동으로 현대기아차 3차 플랫폼(E-GMP) 기반 전기차 배터리 공급사에 SK이노베이션이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고도 본다. 1차 E-GMP 물량은 SK이노베이션이, 2차 물량은 LG화학이 공급한다. 1차 물량 규모는 10조원에 달한다.


한 재계 관계자는 "배터리와 첨단 소재 개발의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회동으로 SK측이 공급사로 선정돼, 배터리 주요 업체로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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