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SK 배터리戰, 그룹간 자존심 싸움으로 번졌다

  • 송고 2020.09.07 10:12
  • 수정 2020.09.07 10:17
  • EBN 손병문 기자 (moon@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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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유출-영업침해-기술특허-국제 소송전 양상 확전

LG "30년 투자한 핵심기술·지식재산권 보호 모든 역량 동원"

SK "회사 핵심기술 및 사업가치 보호 위해 끝까지 싸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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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이하 LG)과 SK이노베이션(이하 SK) 간 배터리(리튬이온 2차전지) 사업의 소송전 갈등이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두 그룹간 전기차 배터리를 비롯 미래 전략사업에 대한 양보할 수 없는 자존심 싸움이 본격화됐다는 분석이다.


LG-SK 간 배터리 관련 소송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두 회사은 지난 2011년부터 '전기차 배터리 핵심소재 분리막 제조기술 관련 특허소송'을 진행하다 2014년 11월 소송 종결에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툼 취지와 양상이 '분리막 소송' 때와는 좀 다르다. 과거 분리막 기술분쟁도 3년을 끌었는데 이번에는 더 심각한 상황까지 갈 가능성이 높다.


이번 양측 갈등의 본질은 핵심인력 유출에 따른 영업기밀 노출로 글로벌 사업에서 차질이 발생했다는게 LG측 입장이다. 반면 SK는 경력직이 자율적 의사에 따라 이직했고, LG의 기술특허 침해를 더 이상 묵과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LG가 2018년 4월 미국에서 제기한 '배터리사업 영업비밀 유출 소송'에 대응해 6월 SK가 한국 법원에 '명예회손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으로 맞불을 놨었다. 이후 양측의 배터리 핵심기술 특허소송으로 번졌다.


지난 달 27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이 LG-SK 간 배터리 관련 소송에서 SK가 미국에서 제기한 소 취하 청구 각하 및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 법원이 먼저 LG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양측의 복잡하게 얽힌 영업비밀·기술특허·인력이동 관련 갈등의 골은 갈수록 깊어지는 양상이다.


LG 관계자는 "현재 미국에서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진행 중인 배터리 분리막(SRS) 관련 미국특허 3건과 양극재 미국특허 2건 등 총 5건의 특허침해 소송에 끝까지 성실하게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LG가 ITC(국제무역위원회)에 제재를 요청한 것과 관련, SK는 오는 11일까지 LG의 제재 요청과 관련해 ITC에 의견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에 대해 SK는 “미국 ITC의 영업비밀 소송에서 SK가 문서삭제를 했다는 이유로 예비판정이 나온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최종 결정 권한을 가진 ITC는 5명의 위원 만장일치로 예비판정의 전면재검토(Review in its entirety)를 결정하면서 양 당사자에게 지워진 문서 중 어떤 문서가 영업비밀이나 LG의 손해와 관련된 문서라는 것인지 설명하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LG는 "현재 진행중인 ITC 소송과 관련 이직자(LG→SK)들이 반출해간 기술자료를 ITC 절차에 따라 제출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거나 지연시키는 행위를 반복하고 있다"며 "SK는 성실하고 정당한 자세로 임해달라"고 주문해왔다.


LG는 최근 입장자료를 통해서도 “영업비밀 소송에서 SK가 악의적 증거인멸과 법정모독으로 패소판결을 받은데 이어 국내 소송에서도 패소로 억지주장이 입증됐다”며 “소송에 정정당당하게 임하라"고 주장했다.


또한 LG는 “떳떳한 독자기술이라면 SK에서 발견된 LG의 관련 자료와 이를 인멸한 이유부터 밝히라”며 “소송을 통해 시시비비를 명확히 가리고 결과에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진정한 도리”라는 입장을 전했다.


이에 SK는 “LG가 제기한 영업비밀침해로 시작된 배터리 분쟁에서 LG는 '아니면 말고'식의 비방을 반복 중”이라며 “구체적 팩트나 내용은 ITC에 서면으로 제출할 예정이므로 곧 명명백백 밝혀질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SK는 “SK의 특허 발명자는 LG에서 SK로 이직한 사람이 맞지만 그는 2008년에 이직했다”며 “LG가 주장하는 선행기술 적용 배터리셀은 2013년 출시됐고 발명자가 제안한 특허는 2015년에 출원됐다”고 전했다. 경력직 이직과 특허는 무관하다는 설명이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소송전은 두 그룹사간 미래 전략사업에 대한 양보할 수 없는 싸움이 본격화 된 것으로 보인다는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LG는 "30년간 막대한 투자와 연구를 통해 축적한 핵심기술과 지식재산권 보호하기 위해 모든 역량을 총 동원할 것"이라며 "후발업체가 쉽게 경쟁사의 핵심기술 및 영업비밀을 활용하는 것이 용인된다면 어떤 기업도 미래를 위한 투자에 나서지 않을 것이며 이는 곧 산업생태계 및 국가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SK 관계자는 “LG 스스로도 타사에서 이직한 수많은 직원들을 고용하고 있으면서 이직 자체를 마치 범죄인 것처럼 묘사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며 “회사의 핵심기술 및 사업가치 보호를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전했다.


국내 배터리업계 전문가는 "LG와 SK 모두 진흙탕 싸움을 하기 싫겠지만 내부 구성원들의 불안감과 해외 고객사의 안정적 공급에 대한 걱정, 향후 추가 수주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에 서로 강력하게 대응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 산업계 관계자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 간 배터리 사업에서의 다툼은 양측의 기술탈취 문제 이전에 전략산업의 인력 부족 문제에서 촉발된 것”이라며 “반도체나 배터리 등 첨단산업의 인력·기술·특허 보존은 결국 대한민국의 경쟁력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정부와 각 기업이 공동으로 대응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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