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은행의 조선 1·2번지 매각방향은

  • 송고 2020.11.04 15:49
  • 수정 2020.11.04 15:50
  • EBN 신주식 기자 (winean@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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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가 예비입찰 참여한 한진중공업, '조선 1번지' 존속 가능성에 의문

대선조선 인수 나선 동일철강, 조만간 MOU 체결 "연내 본계약 체결 희망"

산업은행(사진 왼쪽)과 수출입은행(사진 오른쪽) 본점 전경.ⓒEBN

산업은행(사진 왼쪽)과 수출입은행(사진 오른쪽) 본점 전경.ⓒEBN

국책은행이 주채권단으로 있는 한진중공업과 대선조선의 매각이 본격화되고 있다.


국내 첫 조선소로 설립된 한진중공업은 다수의 사모펀드가 예비입찰에 참여해 조선업 존속여부가 불투명한 반면 대선조선 인수 관련 우선협상대상자인 동일철강은 조선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점에서 향후 방향성에 관심이 몰리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한진중공업 주채권단인 산업은행은 다음달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목표로 매각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마감된 예비입찰에서는 KDB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을 비롯해 총 7개의 신탁사 및 사모펀드가 서류를 접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비입찰 당시 산업은행의 100% 자회사인 KDB인베스트먼트가 나서면서 관심이 모아졌으나 다수의 신청자가 예비입찰에 참여하면서 누가 한진중공업의 새주인이 될 것인지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정부 주도로 이뤄져왔던 기업 구조조정을 시장에 맡긴다는 목표 아래 설립된 KDB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한 기업은 아직까지 대우건설이 유일하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예비입찰에 이어 본입찰은 12월 중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아직 한진중공업 매각을 위해 남은 절차가 있는 만큼 구체적인 일정이나 매각 가격 등에 대해서는 확인해줄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조선업과 관련되지 않은 신탁·사모펀드가 예비입찰에 참여하면서 업계에서는 지난 1937년 설립된 '조선 1번지'가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부산경제살리기시민연대 등 부산지역 시민단체들은 26만㎡ 규모의 조선소 부지 개발에만 관심을 두고 있는 사모펀드들이 입찰에 참여했다고 비난하며 특수선 건조에 경쟁력을 갖춘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의 새주인은 경험과 능력을 갖춘 기업이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업계의 우려대로 한진중공업의 새주인이 된 사모펀드가 조선업을 정리하고 영도 부지의 용도변경을 거쳐 상업적인 개발에 나설 경우 '조선 1번지'의 역사는 사라지게 된다.


이와 함께 한진중공업이 조선업을 정리할 경우 특수선 사업을 다른 기업에 이관할 것인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독도함 등 대형수송함과 유도탄고속함, 고속정, 지원함, 경비함 등을 건조하고 있는 한진중공업이 조선업을 중단하게 되면 이와 같은 수요를 다른 조선소가 이어받아 선박 건조에 나서야 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STX조선이 구조조정으로 특수선 사업을 중단한 이후 현재는 STX조선의 고성조선해양을 인수한 삼강엠앤티 정도가 특수선 건조를 수행하고 있다"며 "삼강엠앤티가 한진중공업의 특수선 사업을 인수해 회사 규모를 키우고 싶어한다는 소문도 있으나 향후 한진중공업 매각과 구조조정 과정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출입은행이 추진하고 있는 대선조선 매각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동일철강이 대선조선과의 MOU 체결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945년 설립된 대선조선은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에 이어 국내 두번째로 선박건조를 시작한 '조선 2번지'로 석유화학제품선, 피더 컨테이너선 등을 주력으로 생산하고 있다.


동일철강은 대선조선과의 MOU가 체결된 이후 실사작업에 들어가게 되며 실사 후 큰 의견차이가 없다면 올해 중 본계약 체결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대선조선 매각을 위한 입찰을 시작할 당시 인수가격은 최대 20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으나 현재는 1500억원 또는 이보다 약간 높은 수준에서 본계약이 체결될 것이라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1967년 설립된 동일철강은 마봉강·봉강 생산을 주력으로 하는 기업으로 오랜 기간 조선업계와 거래관계를 지속하고 있어 조선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10년여간 많은 조선소들이 사라진 상황에서 향후 조선경기가 회복될 경우 중소형 석유화학제품선과 벌크선, LPG선 등을 건조하는 중견 조선소들의 역할도 중요해지게 될 것"이라며 "중견 조선소들을 합병하는 방안이 다시 검토될 수 있다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으나 정부가 이를 추진하는 것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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