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등떠민 희망퇴직…은행권 역대급 칼바람 부나

  • 송고 2020.12.04 15:36
  • 수정 2020.12.04 17:02
  • EBN 이윤형 기자 (y_bro_@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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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전환에 코로나 타격 "운영 효율화 필요하다"…돈 더 쥐어주더라도 "감축"

"점포도 축소, 앉을 곳 없다" 충원도 줄이는 추세…수익성 관리에 불가피한 선택

지난해 말과 올해 초 1750여명 수준이었던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퇴직자는 이번에 2000여명 규모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게티이미지뱅크

지난해 말과 올해 초 1750여명 수준이었던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퇴직자는 이번에 2000여명 규모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게티이미지뱅크

연말연시 희망퇴직을 준비하는 은행권에 역대급 인력 구조조정 칼바람이 예고됐다.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하면서 조직 경량화가 요구되고 있는 데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점포 수 감축 흐름까지 겹쳐 대규모 인력 축소가 불가피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과 올해 초 1750여명 수준이었던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퇴직자는 이번에 2000여명 규모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올해는 은행들이 특별퇴직금 지급액도 높여 예상보다 더 많은 인원이 짐을 쌀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일찌감치 명예퇴직 신청을 받은 NH농협은행은 특별퇴직금을 지난해 '일괄 20개월 임금'에서 올해 '최대 39개월 임금'으로 늘렸다.


농협은행은 특별퇴직금으로 57세 이상에는 월 평균 임금 28개월치와 전직 지원금 4000만원 등을 주기로 했다. 41세 이상 일반 직원에겐 근속 기간에 따라 20~39개월치 임금과 1000만원어치 규모의 농산물상품권을 지급하는 조건이다.


이 때문에 임금피크제 적용자 외에 일반 직원 신청도 대폭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농협은행은 지난달 26일부터 30일까지 임금피크제에 들어간 57세 이상 직원과 41세를 넘긴 일반 직원(10년 이상 근무)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농협은행은 명퇴 신청자 수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퇴직명단에는 상당한 인원이 포함됐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농협중앙회와 농협경제지주, 농협금융지주, 농협은행 등 범 농협에서 총 809명의 퇴직 신청자가 발생했다. 지난해 명퇴자는 은행에서만 370명이었다.


주요 시중은행들도 연말연시에 맞춰 명예퇴직을 실시할 예정이다. 신한·국민·하나·우리은행은 노사 협의를 거쳐 늦어도 내년 초 희망퇴직 신청 관련 공고를 낼 예정이다. 아직 구체적 방안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지난해보다는 규모를 확대할 것이라는 관측이 다수다. 코로나19 여파와 디지털 금융 확산으로 인력 규모를 줄일 필요성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


최근 은행들이 점포 수를 줄이는 것도 퇴직 규모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올해 9월 말 기준 국내 시중은행의 은행 점포(지점·출장소)는 3659개로 지난해 12월 말 당시 3784개보다 125개 줄었다.


2018년 12월 말(3834개)부터 이듬해 12월 말까지 50개의 점포가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최근의 은행의 점포 축소 속도는 가파르다. 시중은행은 연말까지 점포 78곳을 추가로 통폐합할 예정이란 얘기도 나온다.


물론 반발은 심하다. 금융노조는 4일 오후 은행권의 점포 폐쇄조치 중단을 촉구하고 금융당국 차원의 점포 폐쇄 절차 개선방안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날 노조는 "은행의 지나친 효율성과 단기적 수익을 목표로 한 무분별한 점포 폐쇄의 확산은 고령층, 장애인 등 디지털 취약 계층의 금융서비스 이용에 불편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또한 은행 점포 축소는 장기적으로 금융노동자의 고용불안을 야기하며, 국가적으로도 양질의 일자리가 감소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며 "금융소비자와 금융노동자를 외면하는 점포 폐쇄는 결국 금융산업 전체의 후퇴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노조는 점포 폐쇄로 인한 고용불안이 제기되는 가운데, 현 은행법상 점포 폐쇄에 대한 기준 및 절차가 전무한 것을 문제 삼기도 했다.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은 "과거 금융감독위원회 시절의 은행법에는 점포의 신설과 폐쇄에 대한 조항이 모두 있었으나, 2000년 이후 은행법에서는 금융위원회의 인가 조항만 남기고 폐쇄 관련 조항이 사라졌다. 이게 은행의 자체 판단에 따라 폐쇄가 가능하게 된 이유"라고 짚었다.


하지만, 이 같은 지적이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은행권의 점포 폐쇄 움직임은 디지털 전환에 따라 점포와 관련 인력이 줄어들고 있는데다 초저금리 기조에 따른 수익성 둔화에 대비하는 차원이기 때문이다.


실제 은행들은 점포 축소와 동시에 신규인력 충원도 줄이는 상황이다. 올해 은행권 신입행원 채용규모도 2000명 가량으로 지난해(2779명)에 비해 30% 감소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디지털화와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비대면 거래가 증가하고 있으며 은행의 '지점운영에 따른 비용 절감'과 '점포 운영의 효율화'를 위한 조치"라며 "명예퇴직도 이런 차원과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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