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결산]은행권 코로나 지원, 얼마나 도왔나

  • 송고 2020.12.28 06:00
  • 수정 2020.12.28 08:33
  • EBN 이윤형 기자 (y_bro_@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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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약계층 금융지원, 은행이 전체 금융권에 절반 담당했다…긴급대출 프로그램도 '착착'

'금융시장 불확실성·DLF 타격' 대내외적 경영리스크 상황에도 '상생금융' 실천에 앞장

은행권에 있어 2020년은 전례 없는 위기 속에서 타격을 입은 취약계층에 대해 지원을 아끼지 않기 위해 코로나 지원에 여력을 쏟은 한해라는 평가가 나온다.ⓒ연합

은행권에 있어 2020년은 전례 없는 위기 속에서 타격을 입은 취약계층에 대해 지원을 아끼지 않기 위해 코로나 지원에 여력을 쏟은 한해라는 평가가 나온다.ⓒ연합

'104만9000건, 121조3000억원'


지난 2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은행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피해를 본 중소기업·소상공인 등을 위해 집행한 금융지원 규모다. 저금리와 금융시장 불확실성, DLF 사태로 인한 은행의 신뢰도 하락 등 대내외적 경영리스크가 커지는 상황에서도 이뤄낸 결과다.


은행권에 있어서 2020년은 전례 없는 위기 속에서 타격을 입은 취약계층에 대해 지원을 아끼지 않기 위해 코로나 지원에 여력을 쏟은 한해라는 평가가 나온다.


2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은행권의 취약계층 지원은 전체 금융권 지원에 절반에 해당하는 규모였다. 같은 기간 금융권에서 코로나19 사태로 피해를 본 중소기업·소상공인 등을 위해 집행한 금융지원 규모는 총 235만9000건, 250조9000억원이었다.


업종별로 보면 음식점업(43만건), 소매업(38만건), 도매업(29만건) 순으로 많았고, 여행·레저업과 숙박업에도 각각 8만건, 3만건의 지원이 이뤄졌다.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낮은 금리로 유동자금을 빌려주는 은행권의 긴급대출 프로그램도 추가 지원 역할을 톡톡히 했다.


실제, 감염병 확산으로 경제적 타격을 입은 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시중은행의 1차 이차보전 대출 한도도 거의 다 소진됐다. 이차보전대출은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에 대한 정부의 금융지원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시중은행을 통해 공급하는 초저금리 대출 상품이다. 총 한도는 3조5000억원이며 지난 4월1일부터 14개 시중은행에서 판매가 시작됐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이차보전 대출 접수가 마감된 은행은 신한은행, SC제일은행, 하나은행 등 3곳이다. 우리은행도 28일 마감을 앞두고 있고,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도 곧 마감될 것으로 보인다.


이 지원 대출은 정부가 조달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액을 금융회사에게 보상해, 금융소비자들이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게 특징이다. 해당 대출의 금리는 1.5%(고정금리)며 대출 한도는 최대 3000만원, 기간은 1년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소상공인들의 자금 수요가 많이 늘었다"라며 "올해 안에 은행권 이차보전대출은 전부 소진될 것으로 예측한다"라고 밝혔다.


지난 5월 25일 출시된 2차 소상공인 지원 대출도 소진에 속도가 붙고 있다. 출시 직후 4개월 동안 저조한 수준에 머물렀으나, 최근 들어 다시 소상공인의 발걸음이 은행으로 향하는 분위기다.


정부가 지난달 23일부터 대출 한도를 2배로 늘리고 1·2차 중복 대출을 허용하면서 5대 시중은행에서 최근 3주간의 대출 건수와 금액이 지난 4개월과 비교할 때 눈에 띄게 빠른 속도로 늘어났다.


개편 전인 9월 18일 기준 2차 금융지원 프로그램 소진 규모는 6647억원이었는데, 같은 달 29일엔 1조197억원, 지난달 말까지 취급한 소상공인 2차 긴급대출은 14만1696건, 2조794억원 규모로 2조원을 넘어섰다.


향후 2차 대출규모는 더욱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의 1차 대출한도가 거의 소진되면서 2차 대출로 수요가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3차 유행이 번지면서 코로나 장기화에 따라 긴급 운영자금에 대한 소상공인들의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며 "은행권 1차 대출이 대부분 소진됐고 정부가 신용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2차 대출규모가 급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내년부터 기술금융 가이드라인을 통해 제도의 신뢰성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연합

금융당국도 내년부터 기술금융 가이드라인을 통해 제도의 신뢰성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연합

은행권의 기술금융 지원도 늘어나는 추세다. 은행권 기술금융 잔액이 올 들어 30% 가까이 급증했다. 기술금융은 신용등급이나 담보는 부족하지만 보유기술을 평가해 여신을 취급하는 제도다. 코로나19 사태 영향으로 기술력에 강점이 있지만 자금 사정이 좋지 않은 중소기업의 대출 수요가 급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지난 10월 말 기준 264조5911억원으로 지난해 말 205조4834억원보다 59조1077조원(28.8%) 늘어났다. 이는 은행권 중소기업 대출의 약 30%에 달하는 규모다. 누적 취급건수도 같은 기간 48만9084건에서 66만6648건으로 18만건 가량 증가했다.


은행별로 보면 농협은행은 기술금융 잔액이 지난해 말 7조2927억원에서 12조1519억원으로 66.6%나 늘면서 규모가 가장 크게 증가했다. 이어 신한은행은 37.6% 증가해 36조1213억원을 기록했다.


기술금융 대출액이 가장 많은 국민은행도 지난해에 비해 27.6%나 늘면서 누적 잔액이 38조3743억원이었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각각 31조91억원, 33조4404억원으로 전년 대비 27.6%, 25.2% 증가했다.


금융당국도 내년부터 기술금융 가이드라인을 통해 제도의 신뢰성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지난 18일 기술금융 대상업종과 업무절차 등의 세부기준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기술력을 평가하는 인프라도 정비했다. 기술신용평가사와 은행 등 기술금융 유관기관은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기술평가 수행을 위해 전담 조직과 인력을 갖춰야 한다. 기술신용평가사들은 이해상충관계에 있는 기업의 기술을 평가할 수 없도록 했고, 기술신용평가 모형을 표준화해 평가의 일관성과 신뢰성을 높일 계획이다.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대출과 보증 지원도 확대됐다. 국책은행을 중심으로 중소·중견기업에 우대 대출을 시행하도록 해 지난 3월부터 지금까지 22조6000억원의 대출이 나갔다. 목표금액 21조2000억원을 뛰어넘는 수치다. 수출기업에 대한 우대 보증 규모는 6조7000억원에 달한다.


지원 규모가 늘어나는 만큼 끌어다 쓴 유동성은 언젠가는 '청구서'로 돌아올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지만, 이는 금융당국 차원에서 연착륙 방안을 모색 중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코로나 19 대응 정책 평가 간담회'를 열고 올해 코로나19 금융지원 프로그램 성과를 평가하고 내년 금융정책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은 위원장은 "한시적 금융지원 조치를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개인과 기업의 지급능력을 고려할 수 있는 연착륙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실물경제의 건실한 회복을 뒷받침하고 금융회사의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도 최소화할 수 있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코로나로 풀린 유동성에 대한 리스크도 관리한다. 은 위원장은 "고위험 자산으로의 지나친 쏠림 등 자산시장의 위험요인을 선제적으로 관리하고, 확대된 유동성이 질서 있게 조정될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 코로나19가 끝나지 않은 만큼, 일단 지원 성과를 극대화해야 한다는 게 당국의 입장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내년에도 소상공인에 대한 2차 대출을 지속할 계획이다. 현재까지 2차 대출 총 10조원 가운데 3조2000억원이 집행돼 6조8000억원 가량의 여유분이 있는 상태다. 또 신속하고 안전한 공급을 위해 비대면 대출이 가능한 은행도 현재 우리은행, 신한은행, 기업은행 등 3곳에서 내년 1분기 7곳으로 늘릴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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