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신금융업계, 빅테크 규제 "남의 일 아냐"

  • 송고 2021.01.20 14:50
  • 수정 2021.01.20 14:52
  • EBN 강승혁 기자 (kang0623@ebn.co.kr)
  • url
    복사

금융위 "기울어진 운동장, 규제격차 해소"…빅테크 규제안 마련할 듯

'승자 독식' 현상 심화에 미국·유럽 빅테크 겨냥한 법령·소송 등 빗발

중국도 규제 속속 도입…"국내 여전업계, 빅테크 제휴·협력 신중해야"

금융위원회는 올해 업무계획에서 쟁점과제로 '플랫폼기업과 금융회사 간 상생 모색'을 꼽았다ⓒ픽사베이

금융위원회는 올해 업무계획에서 쟁점과제로 '플랫폼기업과 금융회사 간 상생 모색'을 꼽았다ⓒ픽사베이

세계 주요국이 빅테크(대형 IT기업)을 겨냥한 규제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한국 금융당국도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 관리체계를 마련하고 있다. 빅테크와 제휴를 확대하고 있는 국내 카드사, 캐피탈사 등 여신금융전문업계는 향후 빅테크 규제 변화와 관련된 위험에 대해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올해 업무계획 쟁점과제로 '플랫폼기업과 금융회사 간 상생 모색'을 꼽았다. 언택트 시대 도래로 금융서비스의 디지털화 및 핀테크를 통한 금융서비스 확대 등 영역간 융합이 가속화하면서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불리는 업권간 규제격차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는 금융위 설명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용어는 핀테크사가 금융당국의 집중적인 지원사격을 받고 있다는 취지에서 전통금융사가 주로 사용해왔다. 즉 금융위는 전통금융사의 규제수준을 고려해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에도 일정한 규제안을 마련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금융위는 "각계 전문가·현장 목소리 등을 바탕으로 디지털 환경에 맞게 기존규제를 적극 정비하고 업권간 규제격차도 해소하겠다"며 "빅테크와 관련된 필요 최소한의 규율은 마련하되 충분한 법령해석·모범사례 제시로 객관성·투명성 및 현장 수용성을 제고하겠다"고 했다.


빅테크 규제는 세계적인 추세다. 우월한 시장점유율을 가지고 있는 대형 IT기업들의 '승자 독식'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말 △경쟁사에 대한 차별 금지 △인수합병(M&A) 시 당국에 사전 신고 의무화 등 EU 27개국에서 영업하는 기업들이 공정경쟁을 해치지 않기 위해 지켜야할 규정을 담은 '디지털시장법'을 마련했다. 법을 어길 경우 해당 기업이 글로벌 매출의 최대 10%를 벌금으로 내도록 했다.


미국에선 연방정부와 주 정부가 페이스북과 구글을 상대로 독점금지법 위반 소송을 냈다. 페이스북이 인스타그램과 왓츠앱 등 잠재적 경쟁기업을 인수, 독점력을 이용해 소규모 경쟁자의 시장 진입을 막고 소비자 편익을 저해했다는 주장이다. 구글도 경쟁자의 시장진입을 막았다는 취지로 소송이 제기됐다.


중국에서도 관련 규제가 속속 도입되고 있다. 여신금융연구소에 따르면 최근 중국 정부는 알리바바와 같은 거대 인터넷 플랫폼 기업을 대상으로 반독점 규제를 강화하기 위해 관련된 정책의 수립과 집행 전반을 총괄하는 범정부협의체인 '반(反)부정경쟁 부처 연석회의'를 설치했다.


또한 중국 중앙은행과 감독당국은 온라인 소액대출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온라인 소액대출 규칙' 초안을 발표했다. 중국 온라인 소액대출은 대부분 빅테크 기업과 금융기관의 공동대출로 이뤄지는데, 플랫폼에 대한 지방은행과 신탁사의 의존이 심화되는 추세다. 빅테크 기업이 결제서비스를 통해 소비자 빅데이터를 수집하고 개인과 사업자들에 대한 독점적 신용평가 알고리즘을 보유해서다.


이 규칙 초안 발표로 온라인 소액대출 플랫폼이 주요 수익원으로 매출의 40%를 차지하는 앤트그룹은 큰 타격을 받았을 뿐 아니라, 총 350억 달러에 달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가 상장 이틀을 앞두고 무기한 연기됐다.


이뿐 아니다. 중국 반독점 감독당국인 시장감독총국이 인터넷 플랫폼의 영향력 확대에 따른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을 막는다는 취지로 '플랫폼 경제 반독점 지침' 초안을 지난해 11월 발표하자 중국 5대 빅테크 기업의 시가총액은 이틀 간 2600억 달러 규모로 증발했다.


최근 국내에서도 빅테크 기업이 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데이터3법 및 전자금융거래법 등 관련 규정 개정이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빅테크와 제휴를 강화하고 있는 여전업계는 '규제 불확실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미래에셋캐피탈은 네이버파이낸셜과 사업자 대출을, 카드사들은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와 제휴카드 등을 내놓고 있다.


임윤화 여신금융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중국과 같이 빅테크·핀테크의 시장지배적 지위가 강화될수록 국내에서도 금융시스템 건전성 및 소비자보호가 중요한 이슈로 부각될 것"이라며 "국내 여전업계는 빅테크와의 제휴·협력에 있어 중국의 규제 우려사항을 검토해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주) EB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체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EBN 미래를 보는 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