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홍원식 회장 사퇴는 '보여주기식 쇼?'

  • 송고 2021.05.06 10:56
  • 수정 2021.05.06 10:59
  • EBN 이해선 기자 (sun@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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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 경영쇄신안 없는 말뿐인 사과…최대주주로 영향력 여전

참여연대 "준법감시시스템 설치하고 외부 공익이사 적극 기용해야"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4일 오전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에서 최근 불가리스 사태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4일 오전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에서 최근 불가리스 사태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불가리스 사태 발생 후 20여 일 만에 대국민 사과와 함께 회장직을 내려놨지만 구체적인 경영쇄신 방향은 내놓지 않아 껍데기뿐인 사과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회장 자리에서 내려온다 해도 지분 51.7%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로서 얼마든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상황인 만큼 회장직 사퇴는 식약처 행정처분 등을 앞두고 '보여주기식 쇼'로 비쳐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4일 홍원식 회장은 서울시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발생한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회장직에서 사퇴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경영권 승계도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당시 홍 회장은 "이 모든 것의 책임을 지고자 저는 남양유업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며 "살을 깎는 혁신을 통해 새로운 남양을 만들어 갈 우리 직원들을 다시 한번 믿어주시고 성원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홍 회장의 발표에 향후 구체적인 경영쇄신안과 등기임원 사퇴 여부, 지분매각 계획 등이 전혀 들어가지 않았다는 점에서 알맹이 없는 사과란 지적이다.


현재 남양유업의 등기임원으로 등재된 이들은 총 7명이다. 이중 홍 회장 일가는 홍원식 회장과 모친인 지송죽 여사, 회사 자금 유용 의혹으로 최근 보직해임 된 아들 홍진석 전 상무 등 3명이다.


통상적으로 등기임원에 등재된 상태는 사실상 '경영참여'로 본다. 홍회장의 회장직 사퇴와 자식에게 경영승계를 하지 않겠다는 발표에 진정성이 없어 보이는 이유다.


앞서 식약처는 세종시에 불가리스를 주력으로 생산하는 남양유업 세종공장의 영업정지 2개월을 요청한 바 있다.


이후 남양유업은 세종시에 "구두로 소명할 기회를 달라"며 의견서를 제출했고, 세종시는 오는 24일 청문회를 개최해 남양유업 의견을 듣고 영업정지 명령을 확정할 방침이다.


지난 2013년 대리점 밀어내기, 일명 '갑질 사태' 때도 공식석상에 직접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홍원식 회장이 이번 일에 직접 대국민 사과를 한 것은 이를 염두한 것이 아니겠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남양유업은 지난해 936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2008년 이후 처음으로 1조 매출이 깨지는 참패를 겪었다. 영업적자는 약 800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불가리스는 효자역할을 톡톡히 하는 제품이었다.


국내 발효유 드링킹 요거트 부문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불가리스는 단일제품으로 작년 상반기 482억원의 매출을 달성, 이에 힘입어 남양유업은 국내 오프라인 발효유시장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만약 세종공장이 영업정지가 확정돼 불가리스 판매에 차질이 생긴다면 남양유업이 받는 타격은 적지 않을 것임은 자명하다.


남양유업 측은 홍원식 회장과 홍진석 전 상무의 등기임원 사퇴를 비롯해 홍 회장의 지분매각 등에 대해서는 정해진 바가 없다는 입장이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구체적인 방안이 결정되면 절차를 거쳐 공시하도록 할 것"이라며 "아직까지는 결정된 바가 없다"고 말을 아꼈다.


참여연대 측은 홍원식 회장의 이번 사퇴가 대중에게 진정성 있게 다가서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지금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시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주호 참여연대 사회경제1팀 팀장은 "대부분의 대기업들이 준법감시 시스템을 내부적으로 갖추고 있는 만큼 남양유업도 이번 일을 계기로 준법감시위원회를 설치 해야한다"며 "지분매각까지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보지만 외부 공익이사를 적극적으로 기용해 회사 경영의 견제와 균형을 맞추는 것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남양유업은 이사회가 모두 본인들에게 우호적인 이사로만 구성돼 있어 필요하면 노동조합이나 대리점주 단체들이 추천하는 사외이사를 기용해 준법경영을 하고 있는지 수시로 견제하게 해야한다"며 "경영세습을 하지 않겠다는 말에 책임을 지기 위해서는 본인을 비롯한 아들도 등기임원에서 사퇴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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