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거래소, 무책임 광고 논란…"지금 카뱅을 사라구요?"

  • 송고 2021.05.06 15:37
  • 수정 2021.05.06 15:38
  • EBN 이남석 기자 (leens0319@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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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거래소 비상장, 카뱅·크래프톤 매수 추천 광고에 시장은 우려

카뱅 장외주식기준 시총 42조…국내 금융지주사보다 3~5배 높아

현 장외주식은 고평가…"개인투자자 비이성적 과열 부추기고 있어"

서울거래소 비상장 광고ⓒ

서울거래소 비상장 광고ⓒ

비상장주식 거래플랫폼 '서울거래소 비상장'의 무분별한 광고 행태와 관련해 "시장 생태계를 고려하지 않은 무책임한 처사"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거래소는 구글 GDN 배너광고를 통해 투자자들에게 '카카오뱅크'의 장외주식 매수를 최근 추천하고 있다.


시장의 시각은 정반대다. 올해 장외주식 시장은 투자 과열로 비상장사들의 기업가치에 '거품'이 꼈다는 지적을 제기 중이다. '카뱅'의 경우 '크래프톤'과 함께 지나치게 높은 장외가를 형성하면서 과대평가 대표 종목으로 꼽히는 상황이어서다.


서울거래소는 지난해 금융위원회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받은 업체로서 '누구나 주주가 될 수 있는 시대'라는 투자철학을 앞세워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왔다. 업계에서는 국내 장외주식 시장의 안정화에 앞장서야 할 서울거래소가 도리어 투자자들의 비이성적인 과열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서울거래소 비상장은 현재 "카카오뱅크 상장전에 사세요"라는 구글 GDN광고를 내세우고 있다.


구글 GDN은 대표적인 타깃팅 광고 중 하나로 키워드와 방문자 중심의 노출 효과를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다. 사용자의 평소 성향과 관심 등을 파악해 타깃을 설정한 뒤 목표 타깃에게만 해당 광고를 노출하는 구조다.


다만 카뱅의 경우 연일 장외가 '거품'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해당 광고는 투자자들의 무분별한 투자를 부추길 수 있다. 이날 오후 12시 기준 서울거래소에서 카뱅은 주당 10만21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연초 장외가 7만원 선 대비 45.71% 가량 뛴 수치다.


카뱅의 발행주식수는 총 4억965만237주로, 장외가 기준 카뱅의 시가총액은 약 41조8253억원에 달한다. 이는 국내 금융지주사 KB금융(22조원)과 신한지주(20조원) 시총을 더한 수준이다. ⓒ연합

카뱅의 발행주식수는 총 4억965만237주로, 장외가 기준 카뱅의 시가총액은 약 41조8253억원에 달한다. 이는 국내 금융지주사 KB금융(22조원)과 신한지주(20조원) 시총을 더한 수준이다. ⓒ연합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현재 카뱅의 발행주식수는 총 4억965만237주로, 장외가 기준 카뱅의 시가총액은 약 41조8253억원에 달한다.


이는 국내 금융지주사 KB금융(22조원)과 신한지주(20조원) 시총을 더한 수준이다. 이외에도 카뱅의 현 시총은 하나금융지주(13조7361억원)와 우리금융지주(7조8366억원) 보다 각각 3배, 5배 가량 높다.


현재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카뱅 상장 시 시가총액 규모로 10조~20조원 수준을 예상하고 있다.


카뱅은 이른바 '퍼(PER)'로 불리는 주가수익비율(PER) 역시 국내 금융지주사 대비 한참 고평가 됐다. 서울거래소 장외가 기준, 카뱅의 현 PER은 단순 계산 시 330.42배에 달한다.


이는 같은 기간KB금융(5.74배), 신한지주(5.42배), 하나금융지주(4.66배), 우리금융지주(4.1배) 등의 추정 PER 대비 훨씬 높다.


대개 PER은 기업의 주식가치를 가늠하는 잣대로 사용되는데 PER이 낮을수록 주식가치는 저평가됐음을 뜻한다. 반대로 PER이 높을수록 기업의 주가는 고평가 상태로 해석된다.


◆장외주식으로 높은 수익률?…"지금은 아냐"


이밖에 서울거래소는 "카카오뱅크, 크래프톤의 주주가 되고 싶다면?", "비상장 주식으로 높은 수익률을 올려보세요."라는 등의 문구를 광고에 사용 중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장외주식 시장이 굉장히 고평가 된 상황에서 서울거래소의 무분별한 매수 추천 광고는 우려스럽다는 반응이다.


현재 서울거래소에서 거래되고 있는 게임업체 크래프톤의 장외가는 294만7500원으로 지난해 2월 40만원 수준 대비 637% 급등했다. 크래프톤의 시총은 약 26조원으로 국내 게임 대장주인 엔씨소프트(17조 7000억원) 보다 높다.


ⓒ픽사베이

ⓒ픽사베이

문제는 장외가에 거품이 끼어 있어 향후 개인투자자들의 막대한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앞서 대어급 공모주로 꼽혔던 하이브(옛 빅히트엔터테인먼트)와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금까지 장외 가격을 회복하지 못한 상태다.


지난 4일 기준 하이브 주가는 23만9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반면 상장 이전 장외시장에서 하이브의 매수 호가는 40만원에 달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 역시 상장 이전 장외주가는 26만8000원까지 치솟았지만, 현재 15만8500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서울거래소가 최근 공격적인 광고로 카카오뱅크 같은 고평가 종목의 매수를 추천하고 있는데 심히 우려스럽다"며 "자칫 장외주식 시장의 혼란을 초래해 개인투자자들이 죽어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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