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법정최고이자 인하보다 시급한건

  • 송고 2021.06.25 14:55
  • 수정 2021.06.25 15:06
  • EBN 신진주 기자 (newpearl@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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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주 기자/금융증권부

신진주 기자/금융증권부

정치권의 관심은 온통 법정 최고이자율 인하에만 쏠려있다. 이미 연 20%로 하향 조정된 법정 최고이자율을 10%대로 더 낮추자는 내용의 개정안 발의가 이어지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연 15% 또는 기준금리의 20배 중 낮은 쪽을 최고금리로 정하는 '이자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과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김남국 민주당 의원 등도 최고이자율이 연 10%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는 이자제한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대권 유력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가난하다는 이유만으로 서민들에게 20% 이자를 강요하는 것은 헌법정신에도 맞지 않는다"며 법정금리를 11%대까지 낮춰야한다고 주장한다.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권 인사들을 중심으로 선심성 법안이 쏟아지고 있다. 시중은행 등을 이용할 수 없는 서민들이 사채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절박감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찾아보기 어렵다.


무엇보다 서민들의 금융경제 정상화를 위해서는 보이스피싱 범죄 근절이 더 시급하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정치권의 최고금리 인하에 대한 부산스러움이 안타깝다.


보이스피싱 범죄는 가진자 보다 없는 사람들의 세상을 크게 무너트린다. 2000만원이 누군가에겐 여윳돈, 투자금일 수 있지만 누군가에겐 가진 전부다. 문제는 이 범죄가 저신용 금융취약층을 표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여러 금융기관에서 거절 받고 자금줄이 마른 상황에서 누군가 '대출을 빌려주겠다', '이자를 줄여주겠다'고 말하며 접근한다면 안 넘어 갈 수 있을까.


보이스피싱 범죄는 갈수록 지능화되고 고도화되고 있다. 코로나로 서민경제가 어려워진 점을 공략해 금융기관을 사칭해 '정부 협약 보증 특례 대출'을 빙자한 사기마저 기승을 부린다.


피해금액도 매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지난해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7000억원으로 3년 전인 2017년 2470억원에 비해 3배 가까이 급증했다. 건당 피해 금액 역시 2017년 1018만원에서 지난해 2210만 원으로 불과 3년 새 두 배 이상 증가했다.


피해자를 죽음으로 몰아넣을 수 있는 심각한 범죄에 정부, 국회는 뒷짐을 지고 있다. 법정 최고금리 인하가 더 이슈화되고 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진정으로 서민보호를 생각한다면 이자율 내리기에 급급하기 보단 보이스피싱 근절을 위한 대책마련이 우선돼야 한다.


먼저 보이스피싱 범죄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여야한다. 보이스피싱 가담자에 대한 사법 당국의 형량은 징역 1~2년이나 집행유예 등에 그쳐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다. 관련 범죄 처벌을 10년 이상으로 강화하고 벌금 역시 부당 취득액의 두 배 이상 부과하는 법안 통과가 시급하다.


피해자들의 구제방안도 미흡하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이스피싱 피해 환급률은 48.5%로 소폭 증가했지만 여전히 절반 이상은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특히 검찰, 경찰, 과학기술부, 금융감독원 등 관계기관이 따로 움직이기보단 컨트롤타워를 구축해 중장기적으로 피해를 줄이는 방안을 강구해야한다.


피해자의 절박한 사정을 이용한 보이스피싱은 서민 가정을 파괴하고 국가 경제를 망가트릴 수 있는 악성 범죄다. 이를 막기 위한 정부, 정치권의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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