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한적 있으면 안돼요" 4세대 실손, 예정된 '저조'

  • 송고 2021.07.12 10:51
  • 수정 2021.07.12 11:03
  • EBN 신진주 기자 (newpearl@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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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본격 판매된 '4세대 실손' 판매량 저조

삼성·교보·한화생명 등 언더라이팅 강화

"손해율 장담 못해…적극 판매 이유 없어"

A씨는 최근 보험사에 4세대 실손에 대해 문의했지만

A씨는 최근 보험사에 4세대 실손에 대해 문의했지만 "병원 진단, 입원한 적이 있다면 가입이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게티이미지뱅크

#. 아직 실손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A씨(58세)는 4세대 실손보험이 출시되길 손꼽아 기다렸다. 위염, 역류성 식도염으로 장기간 약을 복용하고 있어 기존 실손보험 상품 가입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는 병원 이용에 따른 자기부담금이 높아져 매달 내는 보험료가 비싸지더라도 실손보험에 가입할 수만 있다면 당장이라도 들고 싶었다. A씨는 기대감을 갖고 최근 보험사에 4세대 실손에 대해 문의했지만 "병원 진단, 입원한 적이 있다면 가입이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고 좌절했다.


금융당국이 야심차게 선보인 4세대 실손보험이 삐걱거리고 있다. 일부 보험사들이 4세대 실손보험의 심사 기준을 까다롭게 하면서 실제 가입하는 이들이 많지 않은 것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4세대 실손보험 판매가 이달 초부터 시행됐지만 초반 가입률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런 분위기는 생명보험사에서 두드러졌다.


한 생보업계 관계자는 "4세대 실손보험에 대한 현장 반응이 뜨겁지는 않다"면서 "구관이 명관이라며 지난달 3세대 실손보험 막차를 탄 가입자도 상당하고 4세대 실손 가입문턱이 여전히 높아 판매량이 눈에 띄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에 많은 소비자들이 실손보험을 갖고 있기 때문에 4세대 실손 가입 자체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다수의 생보사들은 실손보험 판매에 적극적이지 않다. 4세대 실손 판매가 임박했던 지난달 말 ABL생명과 동양생명이 실손보험 판매 중단을 선언했다. 남은 보험사들은 보험 계약시 보험계약 인수 여부를 판단하는 최종심사 과정인 '언더라이팅' 강화해 가입을 까다롭게 바꿨다.


삼성생명의 경우 지난 5월 2년간 모든 보험사로부터 받은 보험금 수령액 100만원이 넘으면 실손보험 가입이 불가하다는 내용을 마련했다.


교보생명과 한화생명도 최근 2년 이내에 병원 진료를 받았는지를 실손보험 가입 요건으로 두고 있다. 실손보험 가입시 5년 이내 보험금 수령이 있는 경우, 고지에 해당하는 병력 중 높은 재발률로 추가 검사비 등 지급 가능성이 높은 병력은 가입을 제한하고 있다.


삼성화재는 최근 2년간 진단, 수술, 입원, 장해, 실손 등 명목으로 받은 보험금이 모든 보험사를 합쳐 50만원을 초과한다면 실손보험에 가입할 수 없도록 결정했다. 지난달까지는 100만원 이하가 기준이었는데 이를 높였다.


이같이 보험사들이 심사 기준을 강화하는 것은 높은 손해율 탓이다. 지난해 보험사들은 실손보험상품에서 2조5000억원의 적자를 냈다. 기존1·2세대 실손보험 상품의 손실이 워낙 크다 보니 신규 가입자는 점점 더 까다로운 조건을 내세울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4세대 실손보험은 '제2의 건강보험'으로서 역할을 지속가능하도록 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의료 이용량에 따라 보험료를 차등화하고 도수치료 등 일부 비급여 항목의 보장범위를 제한했지만 손해율 개선에 얼마나 효력을 발휘할지는 미지수라는 관측이 대부분이다.


일부 가입자의 과잉 진료, 비급여 항목의 보험금 누수를 줄일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우선돼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팔수록 손해인 실손보험 상품을 그만 두고 싶어도 당국의 눈치가 보여 지속하는 보험사가 상당하다"면서 "어차피 실손 손해율이 낮고 가입자수도 많지 않은 생보사의 경우 적극적으로 판매할 이유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실손 손해율이 높은 손보사 위주로 4세대 실손을 적극적으로 판매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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