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복지적 금융의 기본대출이란

  • 송고 2021.08.13 15:47
  • 수정 2021.08.13 16:02
  • EBN 강승혁 기자 (kang0623@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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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혁 금융증권부 기자

강승혁 금융증권부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최근 "연평균 이자율 401%, 1000%는 어느 다른 우주의 이야기가 아니라 한국대부금융협회,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불법사채 이자율"이라며 "여기 어디에서 '자유'를 볼 수 있느냐"고 했다.


이 문제의식에 깊이 공감한다. 100만원 빌렸으니 1000만원 내놓으라는 건 정상적인 금융활동이 아닌 약탈이다.


사채업자의 추심활동에서 '인간의 존엄성'은 고상한 말이 된다.


김부겸 총리가 "불법추심행위는 서민의 삶을 파괴할 수 있는 심각한 범죄행위"라고 경고한 게 지난달 일이다.


명실상부한 선진국인 한국에서 중세시대 샤일록식 거래가 끊이지 않고 있다. 불법인걸 알면서 사채업자를 찾는 건 1·2금융권에서 밀려난 이들에게 별다른 선택지가 없기 때문이다.


저소득층을 선별해 지원금 지급을 확대하면 이런 문제가 해결될까? 그렇다고 보기 어렵다. 지원금은 지원금이지, 당장 필요한 목적으로 필요한 돈을 마련할 수 있는 금융이 아니다.


불법사채업자를 척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전에 벼랑끝 차주들에게 '금융 접근성'을 마련해줘야 할 필요가 있다.


이런 점에서 이 지사가 내놓은 정책인 '기본대출'을 보면 "판타지적이다"와 "오죽했으면…."이라는 생각이 동시에 든다. 너무나 극명하게, 급진적인 정책이라는 점에서다. 모든 국민이 우대금리보다 조금 높은 3% 전후 이율로 최대 1000만원씩 대출받을 수 있도록 하고, 대출재원은 일반 이율보다 높은 금리의 '기본저축'으로써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기본대출의 수요는 높을 것으로 보이지만, 기본저축의 수요가 그에 맞게 동조화되리라고 보기 어렵다. 0~1%대 저축상품에 금리를 좀 높여준다고 해서 다양한 투자처를 두고도 전 국민이 열띤 호응을 보낼까? 결국 대출운용을 위해 세금의 투입이 수반될 것이다. 또 기본대출과 비슷한 성격의 학자금대출도 연체규모가 적지 않다.


이왕 정부가 일정한 손실을 감당하는 '복지적 금융'을 할 거라면 이런 기본대출은 어떤가. 모든 금융권에서 대출승인이 거절된 한계차주를 대상으로 정부 보증하에 1000만원까지 무신용 대출을 해주고, 신용이 있는 차주에게도 기본대출을 해주되 상환목적과 한도액 등을 보수적으로 따져 차등을 두는 거다.


그리고 정부가 책임지고 취약차주에게 일자리 연계를 하는 등 상환여력을 만들어줘야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기본대출의 보편성은 살리고 시중은행의 유동성을 한계차주에 집중하면서 고신용자에 집중된 금융혜택을 분점하는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시장원리와 결이 있는 기본대출 담론까지 공약으로 나오게 된 원인이 뭘까. 금융권이 신용평가모형(CSS)을 고도화한다거나 상환의지를 면밀하게 파악하는 대신에, 수익성 위주의 영업행태를 해온 것이 그 기저에 있다. 시중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이 포용성을 넓히려는 노력을 다했는지를 뒤돌아볼 일이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잘 버는 사람은 더 잘 벌고 못 버는 사람은 더 못 버는 'K자형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 한 쪽은 빚내서 부동산과 주식으로 부를 불리고, 다른 쪽은 빚내서 당장의 생활을 해결하는 세태다. 어떤 정책을 펴서 취약계층의 고용, 소득이 뚜렷하게 나아졌다는 얘기를 못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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