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형강 가격 폭등에 공급 달려... 신음하는 건설현장

  • 송고 2021.08.26 10:30
  • 수정 2021.08.26 10:13
  • EBN 안광석 기자 (novushomo@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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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강사, 건설 수요 급증에 호실적 달성

건설현장선 공급 달려 올스톱 위기

유통구조 개선 및 정부 대책 수립 시급

서울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 본문과 관계 없음.ⓒ연합뉴스

서울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 본문과 관계 없음.ⓒ연합뉴스

현대제철 및 동국제강 등 제강사들을 오랜 실적 부진에서 벗어나게 한 1등 공신은 건설현장에서 주로 사용하는 형강 및 철근 등 봉형강 부문이다.


글로벌 수요 확대로 제강사들은 모든 부문에서 호실적을 내고 있다. 가전·조선·자동차 등의 수요가 몰린 판재류 부문도 성장했지만 포스코라는 국내 최대 고로사의 존재로 지속 성장에 한계가 있다. 이에 비해 봉형강 부문은 건설 시장 활성화에 따라 판매량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제강업계는 지난 2분기부터 전방산업인 건설 부문이 계절적 성수기인 데다 공급을 따라가지 못할 만큼 수요가 급증하면서 눈에 띄는 외형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제강사들의 부활 "건설 수요 폭발"


건설현장에 많이 쓰이는 형강과 철근 등 봉형강 수요의 폭발적인 상승이 제강사들의 2분기 실적을 견인했다.


제강사 맏형 격인 현대제철의 전기로(봉형강 부문 포함) 부문은 2분기 1조9054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5.49% 늘어난 수치다. 현대제철 전체 매출액이 4조8660억원임을 감안하면 봉형강 부문 매출 비중도 증가한 것이다. 봉형강 생산 및 판매량도 전년보다 각각 11.60%, 9% 늘었다.


이에 힘입어 현대제철은 사상 최대 영업이익(연결기준)을 기록할 수 있었다.


판재류가 주력인 현대제철과 달리 봉형강 부문이 주력인 동국제강은 전년 동기 대비 132% 급증한 2093억원의 2분기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2분기 90만톤 초반대였던 봉형강 생산량은 올해 2분기 100만톤을 넘어섰다.


반면 동국제강의 냉연과 후판 등 판재류 부문 판매량은 큰 변화가 없다. 후판의 경우 오히려 매년 생산량과 판매량이 줄어들고 있다. 동국제강은 봉형강 매출액 비중이 전체 매출액의 51%에 달하기 때문에 건설 수요에 따라 실적이 좌우되는 구조다.


제강업계 관계자는 "대형사의 경우 봉형강 부문 실적 상승이 반드시 전체 실적 상승으로 이어진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도 "그러나 예년보다 건설 수요가 늘어나 이익을 본 것은 사실이고 군소 제강사들 조차도 수십년 만에 호황을 누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왜곡된 철근 유통구조, 피해는 건설사 몫


국내 한 제강사의 철근 생산 모습. 본문과 관계 없음.ⓒEBN DB

국내 한 제강사의 철근 생산 모습. 본문과 관계 없음.ⓒEBN DB

문제는 이처럼 제강사들이 오랜만에 호황을 누리게 된 반면 건설사들은 공사 올스톱할 위기에 처해 있다는 점이다. 분명 건설향 봉형강 수요는 늘어났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가격은 폭등하고 공급에서는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이달 기준 H형강 및 철근 시중유통가는 각각 톤당 124만원과 121만원이다. 철근의 경우 전월보다 140원 올랐다. H형강값은 전월보다 떨어졌지만 지난 5월 가격과 비교해서는 200원 이상 올랐다.


원자재인 고철(철스크랩) 가격이 폭등한 데다 건설 성수기에 들어선 만큼 추가적인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나마 대형 건설사들의 경우 제강사가 고시하는 정해진 공장도 가격에 봉형강을 거래하기 때문에 사정이 나은 편이다.


하지만 중소건설사들은 형편이 다르다. 철근의 경우 공급은 한정적인데 비해 높아지는 기준가격 만큼 철근 유통대리점이 웃돈을 얹혀 부르기 일쑤다. 예컨대 공급가격이 톤당 120만원이면 유통대리점에서는 도매가격으로 140만원대까지 부르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주요 철근 수입국인 중국의 감산정책으로 이전보다 물량도 없다.


건설사의 철근 수급난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에서 내놓은 철근 공동구매제도도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철근물량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일부 중소사를 위한 몫을 제외하는 바람에 오히려 가격이 더 급등하는 상황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제강사들을 상대로 철근 생산량 증가를 독촉하고 있긴 하지만 이미 공장은 풀가동 중이다. 3분기 공장 보수 시기가 오면 봉형강 가격은 더 올라 건설사들의 부담은 가중될 전망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제강업체들이 일방적인 가격 고시보다 건설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라며 "정부도 일부 유통사들의 자재값 왜곡을 막기 위해 단속과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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