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정훈 쿠빌더 지사장 "컴퍼니 빌딩, 확실한 베트남 창업 방식"

  • 송고 2021.09.29 06:00
  • 수정 2021.09.28 22:14
  • EBN 이남석 기자 (leens0319@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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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빌더의 현지 네트워크, 컴퍼니 빌딩 노하우 시너지 기대"

"베트남 스타트업 실패 원인은 인프라 부족…쿠빌더가 보완"

"1호 프로젝트 공유 뷰티숍 가장 기억에 남아…K뷰티 잠재력 확신"

이정훈 쿠빌더 한국 지사장ⓒEBN

이정훈 쿠빌더 한국 지사장ⓒEBN

'넥스트 차이나'로 불리는 베트남은 글로벌 스타트업에게 기회와 위험이 공존한다. 국민의 평균 연령이 32세로, 베트남이 젊은 국가인 것은 비교적 잘 알려져 있지만 IT개발자를 매년 5만명씩 배출하는 기회의 땅임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스마트폰 사용자가 6130만명으로 세계 10위권이며 전 인구의 67%가 소셜미디어(SNS)를 사용하는 젊은이들의 양지라는 것도 마찬가지다.


베트남의 잠재력을 눈여겨본 해외에서는 하나둘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세계지적재산권기구는 GII 2021 보고서에서 베트남을 세계 혁신지형을 바꿀 잠재력을 지닌 4대 중산 경제국으로 분류했고, 스타트업블링크는 지난해 글로벌 스타트업 생태계 순위에서 베트남을 전년보다 13계단이나 올려 잡았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창업 러시가 한창 이어지는 베트남이지만 스타트업의 성공신화를 찾기는 만만치 않다. 각종 규제와 사회 전반에 깃든 꽌시(관계) 문화, 초기 투자자의 부재는 베트남을 스타트업의 무덤으로 만드는데 일조했다.


스타트업에게 천당과 지옥을 모두 내어주는 베트남에서 컴퍼니 빌더 '쿠빌더'는 보란 듯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베트남 정부의 코로나19 봉쇄조치로 글로벌 기업들의 강력한 항의가 이어지는 와중에도 쿠빌더는 현지에서 7개의 포트폴리오사를 쌓았다. 작년 9월 법인 설립 이후 1년 만에 이룩한 성과다.


이정훈 쿠빌더 코리아 지사장은 이번달 EBN과 만나 베트남 시장을 '약속의 땅'이라고 자신했다. 베트남에 베팅한 쿠빌더의 전략을 들어봤다.


-올해 초 대표로 계신 핀테크 기업 '핑거비나(FingerVina)'가 '쿠빌더(Coo-Builder)'에 투자하면서 한국 지사장을 맡게 됐습니다. 베트남 컴퍼니빌더 쿠빌더에 투자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핑거비나는 베트남 시장의 잠재력과 가능성에 대해 오래전부터 확신을 가졌습니다. 다만 베트남 시장에 대한 전문성과 신뢰를 모두 갖춘 현지 파트너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그러니 핑거비나의 쿠빌더 투자는 현지파트너 확보 차원에서 이루어졌다고 보시면 됩니다.


특히 베트남 내수 시장을 겨냥한 유망 스타트업을 조기 발굴, 육성하는 데 있어 쿠빌더가 보유한 현지 창업가와 투자자, 네트워크, 컴퍼니 빌딩 노하우가 핑거비나와 상당한 시너지를 만들어 낼 것으로 기대됩니다."


-'컴퍼니 빌더'라는 개념이 생소한데요.


"큰 틀에서는 초기 투자 형태의 하나라고 보시면 됩니다. 일반적인 투자보다 더 욱 일찍 다양하고 깊숙하게 '경영'에 참여하는 차이가 있습니다. 대신 사전에 정해진 목표에 도달할 때까지 발생하는 모든 비용(인건비, 개발비, 마케팅비 등)을 컴퍼니 빌더가 감수하게 됩니다. 운영 형태로만 보면 일반 기업에서 운영하는 '사내 벤처 육성'과 비슷하죠.


또 재무 투자 이외에 다양한 유무형의 지원을 제공하는데 법무/재무/HR/마케팅/개발/디자인/투자 유치 등 거의 모든 영역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합니다. 이를 위해 컴퍼니빌더 차원에서 관련 인력과 시설 등을 미리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쿠빌더의 조직 구성도 철저히 포트폴리오사의 성장을 지원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일반 투자 회사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브랜드 디자이너나 온라인 마케터가 쿠빌더 직원으로 상주하면서 포트폴리오사 업무에 꾸준히 투입되고 있습니다."


-쿠빌더 코리아 지사장은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를 담당하나요.


"크게 한국 투자자와 파트너 연결, 베트남 스타트업의 한국 진출 업무 두 가지를 맡고 있습니다. 컴퍼니 빌딩을 통해 성장한 쿠빌더의 프로젝트들이 독립 법인으로 전환될 때 외부 투자 유치를 함께 추진하는데 여기에 참여할 한국인 투자자를 발굴하고 연결하는 역할이죠.


베트남 스타트업의 한국 진출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추진하는 업무들이며 한국을 시장으로 보고 접근하는 스타트업과 한국에서 투자 유치를 희망하는 스타트업, 두 가지로 구분해 각기 다른 형태의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현재는 후자에 더욱 집중하고 있습니다."


-여러나라 가운데 왜 베트남이지요.


"쿠빌더가 중요하게 보는 부분은 베트남이 거대 소비 시장으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는 점이에요. 또 베트남 내 SNS 사용자는 6500만명에 달해 어느 곳보다 디지털 세대 비중이 높죠. 실무적으로는 한국 대비 개발자 풀이 풍부하다는 점과 마케팅 비용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도 꼽을 수 있습니다.


쿠빌더는 베트남 스타트업들이 실패하는 주요 원인이 활용 가능한 기본 인프라 부족에서 기인한다고 봐요. 쿠빌더가 이 부분을 보완해 준다면 성공 확률이 급격히 높아질 거라고 예상합니다."


#쿠빌더는 설립자본금 1억원을 들여 지난해 9월 법인을 설립했다. 올해 8월 현재 임직원 수는 총 15명으로 주주구성은 박희수(50%)·이주홍(20%) 공동창업자, 핑거비나(30%) 등이다.


-쿠빌더가 설립된 지 어느덧 일 년이나 됐더군요. 성과는 어떻습니까.


"지난 1년간 수준 높은 컴퍼니 빌딩을 제공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에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현재 업무 공간을 비롯해 채용, 법무/세무, 개발, 마케팅, 디자인 인력을 쿠빌더가 자체 보유하고 있어요. 포트폴리오사와 외부 파트너 등을 통해 더욱 다양하고 깊이 있는 지원도 가능합니다.


현재까지 7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그중 6개는 실제 사업화 수준에 도달해 고객과의 거래를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1개의 프로젝트는 스핀 오프(분사)를 추진 중에 있으며 올해 안에 별도 법인으로 분사할 예정입니다."


-해외에서 비즈니스를 하면 어려움이 따를 텐데요.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가 있다면요.


"첫 번째 프로젝트였던 메이크업 관련 서비스가 좋은 반응을 얻어 공유 뷰티숍으로 거듭난 것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약 1년간 메이크업 서비스를 제공하며 쌓은 경험과 데이터를 통해 베트남 뷰티 시장의 잠재력과 K-뷰티의 경쟁력을 확신하게 됐죠.


결국 추가 투자를 통해 공유 뷰티숍으로 한 단계 확장했습니다. 가설이 검증된 첫 번째 사례라는 점에서 매우 뜻깊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저와 관련 없을 것 같던 베트남 셀럽들의 세계를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어 무척 신기했습니다."


-베트남은 브라질에 이어 세계 2위의 커피 생산국입니다. 전 세계 커피 생산량의 20%를 생산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많은 로부스타(Robusta) 종 생산지죠. 다만 베트남에서는 스타벅스를 제외하고 외국계 카페 프랜차이즈가 성공한 경우가 드뭅니다. 그런데도 쿠빌더는 5호 프로젝트로 카페 복합 문화 공간인 '모노스퀘어'를 선택했더군요.


"메뉴 개발과 공간 콘셉트, 운영 방식 등 철저히 베트남 시장과 소비자를 겨냥해 준비했어요. 외국계 프랜차이즈와는 출발점부터 다른 이유죠. 오히려 기존 베트남 프랜차이즈와의 차별성을 두는데 집중했는데 맛을 비롯한 모든 요소에서 베트남 소비자가 수용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변화를 주고자 노력했습니다.


특히 디테일한 부분에서 차별화 포인트를 두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어요. 예를 들면 어느 곳에서든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베트남 젊은이들의 취향을 고려했어요. 카페 조명 세팅 시 포토그래퍼를 섭외해 최적의 조명 배치, 각도, 밝기 등을 각종 스마트폰과 카메라 앱을 통해 일일이 실험한 뒤 설정한 점도 차별점이죠."


#베트남은 인도차이나반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나라다. 2019년 베트남 인구는 총 9649만명에 이르는데 성별로는 여성(4832만 7923명, 50.2%)이 남성(4788만 1061명, 49.8%)보다 좀 더 많다.


-베트남 내 목표 타겟층을 2030여성으로 잡으셨다고요.


"네, 베트남 2030 여성은 트렌드에 민감하고 소비 품목도 매우 다양해요. 특히 높은 가처분 소득을 바탕으로 강력한 구매력뿐 아니라 SNS 마케팅에 대해 높은 참여와 반응을 보이죠. 베트남이 뷰티와 패션, 이커머스, 육아 등의 잠재력이 큰 시장이라는 점에서 2030여성은 절대 놓쳐서는 안 되는 타겟입니다.


브랜드에 기반한 가치 소비를 추구하는만큼 브랜딩에 대한 전략을 초기 단계부터 명확하게 수립하고 이를 마케팅, 디자인 요소에 결합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지사장님은 글로벌 기업들이 베트남에서 비즈니스를 성공하려면 △공산당체계 △자존심 △도이머이 △한자·유교문화권 △하노이 보드카 △베트남 남-북거리 △오토바이 등록 대수 △여성 사회 등 8가지 특징을 파악하라고 조언 하셨죠.


"베트남은 남북거리가 1700km에 이르고 동서 길이도 50km이상의 S자형 지형과 열대성 기후가 있는 나라입니다. 100년 이상 전쟁을 통해 남성보다 여성의 숫자가 많고 의사결정에도 여성이 중심이 되고 있죠. 전쟁 후 단계적 개발 정책인 도이모이 정책으로 빠르게 경제가 성장하고 도시화율이 높지만


낙후된 인프라와 대중교통의 부족 그리고 더운 날씨로 걸어 다니기 힘들기에 오토바이 보급이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편입니다.


특히 베트남 전쟁 승리와 자존심, 여성 중심은 현지 비즈니스에 있어 가장 우선시되어야 합니다. 이미 9천개 이상의 한국 기업들이 베트남에서 사업을 전개하고 있죠. 코로나19 펜데믹으로 많은 기업들이 잠시 한국으로 복귀했지만 동남아시아 비즈니스를 하는데 있어 베트남은 가장 한국적이라고 할 수 있어요. 한국으로서는 비즈니스 접근이 동남아시아 다른 나라와 비교해 접근성이 좋은 셈이죠."


-쿠빌더는 앞서 호치민에 '스타트업 센터'를 설립했습니다. 호치민을 택한 이유가 있다면요.


"전반적으로 호치민의 창업 생태계가 하노이보다 잘 구축됐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입니다. 쿠빌더 역시 같은 생각에 호치민을 1차 거점으로 삼았어요. 개발자 풀이 더 크다는 점도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다만 베트남 북부와 중부, 남부 지역을 다른 권역과 시장으로 보는 만큼 내년에는 하노이와 다낭으로도 센터를 확장할 예정입니다.


스타트업 센터는 베트남 내 창업가와 투자자, 프리랜서 등과 교류할 수 있는 구심점 역할을 수행할 겁니다. 동시에 좋은 창업팀을 발굴할 수 있는 효과적인 딜 소싱 채널로서의 역할도 기대합니다."



호치민에 위치한 쿠빌더 스타트업 센터ⓒ쿠빌더

호치민에 위치한 쿠빌더 스타트업 센터ⓒ쿠빌더

-쿠빌더의 향후 플랜과 철학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베트남에서는 컴퍼니 빌딩이야말로 투자자에게 가장 적합한 투자 방식이면서 창업가에겐 가장 확실한 창업 방식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이러한 믿음이 실제 성과로 이어져 새로운 프로젝트에 또다시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나아가 베트남 창업 생태계의 성장, 더 나아가서는 동남아 창업 생태계의 성장에 기여하면 좋겠습니다.


베트남 투자에 관심이 있는 한국 투자자들에게 쿠빌더가 좋은 투자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길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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