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 '렉키로나' 안파나 못파나

  • 송고 2021.10.08 09:59
  • 수정 2021.10.08 10:03
  • EBN 이해선 기자 (sun@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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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 후 반년간 수출 실적 없어 '내수용' 비판

주주연합회 주가 하락에 '비대위' 출범

회사 측 "경구용 치료제 학회 입장 분분…치료제마다 목적과 처방 대상 달라"

ⓒ씽크풀 셀트리온 종목 게시판

ⓒ씽크풀 셀트리온 종목 게시판

셀트리온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 '렉키로나'가 개발 후 반년 동안 이렇다 할 수출 실적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에서 다국적 제약사의 경구용 치료제가 성공적인 임상 결과를 발표함에 따라 주가가 급락하는 사태를 겪으며 소액주주들이 단체행동에 나서고 있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셀트리온의 주가가 연일 하락하며 소액주주들이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하고 지분 모으기에 나서고 있다.


지난 5일 셀트리온은 코로나19 항체치료제 '렉키로나'가 유럽의약품청(EMA)에 정식 품목허가를 신청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날 다국적제약사 MSD(미국 법인명 머크)와 미국 리지백 바이오테라퓨틱스가 개발 중인 경구용 치료제 '몰누피라비르'가 중증 환자의 입원·사망률을 약 50% 감소시킨다는 임상 결과가 공개됐고, 셀트리온의 주가는 12.10%(3만원) 급락했다.


지난 연말 치료제 개발 기대감에 40만원에 달했던 셀트리온 주가는 전일 종가(21만3000원) 기준 절반 가까이 떨어진 상태다.


편의성이 높은 경구용 치료제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긴급 승인을 목 전에 둔 만큼 정맥주사로 투약해야 하는 렉키로나가 향후 유럽 및 미국의 승인을 받더라도 의미 있는 수출 실적을 기대하는 것에 회의적일 수밖에 없게 된 탓이다.


증권사들도 일제히 셀트리온의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키움증권은 35만원에서 28만원으로, 신한금융투자는 32만원에서 26만원으로 목표주가를 낮췄다.


더욱이 앞서 렉키로나는 몇몇 국가에서 긴급승인을 받긴 했으나 실제 수출로 이어진 경우는 전무해 사실상 '내수용' 약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렉키로나는 올해 2월 국내 식약처에서 조건부 품목허가를 획득한 후 3월 유럽 EMA의 품목허가 전 사용권고 의견을 받았다. 이후 7월 인도네시아에 이어 8월 브라질에서 긴급사용승인을 획득했다. 9월에는 식약처에서 정식 품목허가 승인을 받았으며 이달 1일 EMA에 정식 품목허가 승인 신청서를 제출했다. 미국 FDA와도 긴급사용승인 협의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이 기간 렉키로나 수출 실적은 지난 5월 파키스탄과의 10만 바이알 수출 계약이 전부다. 긴급승인을 받은 인도네시아와 브라질에서도 계약은 체결되지 않고 있다. 현재까지 국내 투약 환자수가 1만6800여명인 것과 비교하면 수출량보다 내수 소비 물량이 많은 셈이다.


유럽의 경우는 EMA의 품목허가 전 사용권고 의견만으로도 각국에서 자체적으로 계약을 체결할 수 있어 렉키로나가 EMA의 정식승인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수출이 불가능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실제 미국 제약사 '일라이릴리'도 렉키로나에 앞서 EMA 사용권고 의견을 받고 이탈리아와 수출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에 소액주주들의 회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비대위 결성 3일째인 이날 오전 기준 소액주주들은 총 6677명이 참여해 약 869만주의 주식을 비대위에 위임한 상태다.


증권 투자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 '씽크풀'의 셀트리온 토론방을 중심으로 결집된 비대위는 씽크풀 뿐 아니라 네이버 등의 게시판을 통해 소액주주들을 모아 총 5000만주의 주식을 확보, 임시주주총회를 소집한다는 계획이다.


비대위는 지분 동참목적으로 △3사 합병 진행 △현 경영진 사퇴라고 밝히고 있다. 현재 셀트리온 주주연합회와 비대위 대표단들은 내주 사측과의 주주간담회를 논의 중이다. 비대위에 따르면 내주 간담회에는 사측 대표로 관리부문장을 맡고 있는 신민철 전무가 참석 예정이다.


셀트리온은 주주들의 이 같은 단체행동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는 모양새다. 하지만 렉키로나와 관련해서는 경구용 치료제가 출시된다고 해도 각각의 쓰임이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경구용 치료제가 나왔다고 해서 주사형 치료제가 필요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치료제마다 목적과 처방 대상이 다르며 그것은 의료진이 판단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직 경구용 치료제가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인지는 학계 의견이 분분한 상황인 만큼 현 상황에서 섣불리 판단하기 보다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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