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시계제로] 환율급등에 항공 먹구름…車·조선은?

  • 송고 2021.10.18 06:00
  • 수정 2022.10.20 20:58
  • EBN 정민주 기자 (minju0241@ebn.co.kr), 이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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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 1200원 터치…미 연준 내달 테이퍼링 예고

항공기 리스비, 유류비 등 고정비 달러 결제…수백억 손실

현대차 단기 호조 전망…선박 수출도 가격 경쟁력 확보

산업계가 환율과 유가가 치솟고 여기에 반도체 공급 부족과 물류 대란 등으로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환율 급등으로 수출 산업이 호기를 맞을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지만 부채비율이 높은 항공산업 등은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유가의 가파른 상승 또한 산업별 희비를 낳고 있다. 자동차와 IT 산업은 반도체 공급 부족에 하반기 계획했던 신제품 출시를 내년으로 미루는 등 직격탄을 맞고 있다. 글로벌 물류 동맥경화는 수출 산업에 타격을 주고 있다. 산업계가 팬데믹 여파에 예상치 못했던 악재들로 경영시계가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편집자주]


B787-10.ⓒ대한항공

B787-10.ⓒ대한항공

코로나 넘어서니 환율…'설상가상' 항공업계


1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1년 5개월 만에 고점을 찍었다. 이달 6일 1196.5원에서 8일 1194.6원으로 지난해 7월 28일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더니 나흘 후인 12일에는 장중 빅피겨(큰 자릿수)를 깨고 1200.4원을 터치했다.


원·달러 환율은 같은달 16일 1182.4원까지 떨어지며 잠시 진정세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 공포'에 상승 압력은 여전한 상황이다. 당장 미 연준은 내달 2~3일에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테이퍼링을 선언할 가능성까지도 내비쳤다.


전문가들은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이 한동안 이어지고 이에 따라 미 연준 등 각국 중앙은행이 긴축 모드로 돌아서면 달러 강세는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환율 급등에 가장 먼저 흔들린 건 항공업계다. 외화 부채를 많이 보유한 업종일수록 환율 변동에 민감한데 항공업계는 특성상 외화 표시 부채가 여타 업종에 견줘 많다. 유류비, 항공기 임차료 등을 모두 달러로 결제하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 항공기 구입과 관련해 대규모 외화부채를 보유한 경우도 있다.


항공사들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반기보고서를 보면 대한항공은 환율 10원 증가 시 약 560억원의 외화평가손실이 발생한다. 현금 흐름에서는 190억원의 손실을 본다. 대한항공이 올해 상반기에 낸 영업이익 1935억원의 절반이 환율 변동에 날아가는 셈이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343억원의 외화손실이 발생한다. 저비용항공사(LCC)인 제주항공은 원·달러환율 5% 상승 시 193억원의 손실이, 에어부산은 10% 상승 때마다 778억원의 세전순이익이 감소한다. 티웨이항공과 진에어도 수백억원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에 따라 9월 마지막 주(평균 환율 1184원) 대비 환율 폭등 양상이 빚어진 지난 6일~12일 4거래일간(평균 환율1194.87원) 국내 항공사 빅3(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는 950억원 정도의 손실을 낸 것으로 추산된다.


다행히 항공사들은 환율 파동에 대비해 충격 완화 장치인 헤지(Hedge)를 들어뒀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부채의 적정비율을 유지하기 위해 헤지를 통해 위험 관리를 한다"고 말했다. 환율이 오르면 해외에서 달러 등으로 구매하는 항공권 수익도 이전 대비 높게 반영된다.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전경ⓒ삼성중공업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전경ⓒ삼성중공업

車·조선업계, 가격 경쟁력 확보로 표정관리


환율 급등에 자동차와 조선업계는 표정관리 중이다. 수출산업은 단기적으로 해외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효과를 맛보기 때문이다. 자동차의 경우 지난 9월 수출이 20% 이상 줄기도 했으나, 지난 8개월 연속으로는 증가세를 이어왔다. 특히 친환경 차 수출이 강세다.


이번 환율 급등으로 자동차와 조선업계는 손익 개선을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환율이 10원 오르면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각각 연간 1700억원, 1300억원의 이익을 낸다. 현 추세로 볼 때 4분기에는 자동차업계가 이로 인한 매출 증가를 본격 맛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김민선 키움증권 연구원은 "우호적 환율 효과 등이 양사 실적의 하방을 지지할 것"이라고 봤고, 구성종 카카오페이 시큐리티 연구원은 "원·달러환율은 상승하고 있고 현 추세로 볼 때 4분기에는 긍정적인 효과로 전환될 것"이라며 "운송비나 원재료비 상승이 지속되고 있는 점은 잠재적인 리스크"라고 분석했다.


조선업계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업황도 좋아 환율 상승을 더 반기는 분위기다. 조선 산업은 선박 수출 비중이 절대적이기 때문에 환율이 오르면 매출이 증가하는 효과가 있다.


일반적으로 선박 수주에서 인도까지 2년 가량이 소요되는데 실적은 인도가 완료되는 시점에 반영된다. 선박 수주계약 때보다 인도 시기에 환율이 오르면 자연히 매출 상승으로 이어진다.


다만 이들 역시 원자재 가격 변동은 부담스럽다. 자동차업계는 강판, 배터리, 반도체 등 핵심 부품의 원자재 가격 상승을 예의 주시 중이다. 조선업계는 후판 가격 흐름을 보고 있다. 후판은 선박을 만들 때 쓰는 두꺼운 철판인데 선박 건조비용의 20% 가량을 차지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후판 가격은 철광석 가격에 영향을 받는다"며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철광석값 상승으로 후판 가격 상승 압박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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