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력난] 에너지·철강·석화 가격 들썩…영향은?

  • 송고 2021.10.25 06:00
  • 수정 2021.10.23 00:49
  • EBN 최수진 기자 (csj890@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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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공장 가동 차질에 수요 못 따라가는 공급

전기요금·원자재 가격 상승 부담…경기 침체 우려

중국발 전력난이 제조업 위기로 번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세계의 공장이라 불리는 중국은 석탄가격 폭등과 화력발전 위축으로 각 지역에 전력이 제대로 공급되지 못해 공장들이 셧다운 되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산업의 원료가 되는 에너지·철강·석유화학 제품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어 국내 산업에도 악영향이 예상된다. 자동차·반도체·IT 산업 역시 반도체 수급난에다가 중국발 전력난이 코로나 진정세에 찬물을 끼얹지 않을까 중국발 한파에 긴장하는 모습이다. [편집자주]


에너지 플랜트.ⓒEBN

에너지 플랜트.ⓒEBN

중국의 석탄 수급난에 산업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공급과잉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철강·석유화학 등은 제품 가격 인상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반면 전자·자동차·건설 등 전방산업은 에너지·중간재 가격 상승에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석탄 공급난으로 전력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국이 31개 관할 지역 중 20여개 지역에서 전력 감축 및 전기 배급제라는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현재 중국이 겪고 있는 전력난은 국내 석유화학사들에는 뜻하지 않은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전력 부족으로 인한 중국 설비들의 생산 차질이 공급 측면의 과잉을 억제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전유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정부는 산업용 설비 전력 수요를 강제 감축시키고 있어 주요 화학설비들의 가동률은 하향 또는 중단되고 있다"면서 "공급 측면에서의 타격이 전반적인 화학제품 수급 밸런스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석유화학 시황은 중국 설비들의 가동 위축 및 차질로 인해 일부 품목을 중심으로 강세를 띠고 있다.


PVC(폴리염화비닐) 가격은 전주 기준 톤당 1700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60% 이상 높게 형성됐다. 전력난으로 석탄 가격이 치솟으면서 중국내 석탄 기반의 PVC 가동률이 급락한 영향이다.


황유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중국 에틸렌, 프로필렌 등 대규모 신규 설비 가동이 예상됐으나 전력난과 기술적 이슈로 가동 일정이 지연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석탄 원료의 중국 MEG와 PVC의 경우 생산량 감소로 이달부터 스프레드가 강세로 전환했으며 추가적인 인상 가능성 역시 높다"고 분석했다.


에폭시 수지의 원료인 ECH 가격도 10월 넷째주 톤당 3238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작년 동기 대비 약 140% 상승한 수준이다.


업계는 겨울철 전력 수요 증가 및 동계올림픽 개최 등에 따라 중국의 석탄 발전이 제한되며 석유화학 설비의 가동률 저하 및 신규 설비의 가동 연기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직원들이 출선작업(쇳물을 뽑아내는 과정)을 하고 있다, 본문과 무관함. ⓒ포스코

포스코 포항제철소 직원들이 출선작업(쇳물을 뽑아내는 과정)을 하고 있다, 본문과 무관함. ⓒ포스코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두고 있는 철강업계도 중국 전력난으로 철강 제품 가격 강세 효과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은 세계 최대 철강 생산국이자 소비국이기 때문에 중국의 철강제품 가격 및 수급상황 등이 국내 철강 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몇년간 중국이 막대한 양의 철강을 생산해 저가에 공급하면서 국내 철강사들은 공급과잉에 따른 저가경쟁에 어려움을 겪었다.


중국의 전력난은 제철소의 조업을 제한하면서 중국 조강생산량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더욱이 중국 정부는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베이징의 맑고 파란 하늘 조성을 위해 철강 감산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산 철강재의 공급은 줄어든 반면 코로나19로 위축됐던 경기가 올해 회복세를 보이면서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었다.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면서 철강재 가격도 고공행진하는 모양새다.


실제로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생산하는 열연 강판 가격은 톤당 130만원을 넘어섰다.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올랐다.


철강 제품의 원료인 철광석의 가격이 지난 5월 톤당 237달러에서 최근 톤당 116달러 수준으로 떨어졌음에도 수요가 공급을 웃돌면서 좀처럼 제품 가격이 떨어지지 않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자동차·조선·가전 등 철강 수요가 견조해 강재 가격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다만 중장기적으로 중국 경기 침체로 철강 수요가 약해져 가격이 하락할 수 있기 때문에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석유화학업계와 철강업계가 중국 전력난 수혜를 받고 있는 것과 달리 전자·자동차·조선·건설 등 전방산업은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중국 에너지 시장 붕괴로 한국 에너지 가격도 일제히 오르면서 전기요금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10월 셋째주 전력용 연료탄(석탄) 가격은 톤당 253.55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으며, 액화천연가스(LNG) 가격 역시 9월 말 기준 톤당 570.17달러로 지난해 10월 톤당 275.81달러 대비 두 배 이상 올랐다.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83달러를 넘어섰다. 지난해 11월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36달러 수준에 불과했다.


올해부터 석탄·원유·천연가스 등 연료비를 전기요금에 반영하는 연료비 연동제를 적용함에 따라 4분기 전기요금은 약 8년 만에 인상됐다.


지금과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전기요금은 추가로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 전기요금 인상은 공장을 가동하는 제조기업들의 고정비 확대로 이어진다.


중간재인 석유화학 제품이나 철강 제품 가격이 오르는 것도 부담이다. 수익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가격에 전가시켜야하는데 제품 가격을 올리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산업계가 경계하고 있는 것은 스태그플레이션이다. 각국의 부양책으로 소비 심리가 개선되긴 했지만 여전히 코로나19 충격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상황인데 중국의 전력난으로 공산품 생산 감소로 물가만 올라 소비 심리가 완전히 꺾여버릴 수 있다는 우려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전력난이 오래 유지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며 스태그플레이션 걱정은 과도하다는 시각도 있지만 중국의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어떤 식으로든 파장이 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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