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이건희 회장 1주기…'뉴삼성' 경영시계 다시 돌린다

  • 송고 2021.10.25 06:00
  • 수정 2021.10.24 22:12
  • EBN 임서아 기자 (limsa@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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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기 추모 행사 유족 중심으로 조촐하게 진행

삼성 신사업 투자·지배구조 개편 등 현안 산적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삼성이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 별세 1주기를 맞는다.


이건희 회장의 1주기 추도식은 코로나19 사태와 삼성의 상황을 고려해 유족들 중심으로 조촐하게 치러진다.


이건희 회장의 추모식이 조용하게 진행되는 가운데 재계의 관심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새 미래비전에 대한 메세지에 쏠려있다.


이 부회장은 올해 초 '뉴삼성'을 선언했지만 그동안 국정농단 사건으로 실형 선고를 받으면서 경영시계가 멈췄었다.


하지만 지난 8월 이 부회장이 가석방으로 자유의 몸이 된 만큼 미국 파운드리 공장 투자와 지배 구조 개편, 인수합병(M&A) 등 뉴삼성 실현을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추모식 조촐하게…아직 멈춰있는 삼성 경영시계


25일 재계에 따르면 이건희 회장 1주기 추모식은 이날 경기도 수원 선영에서 유족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릴 예정이다. 코로나19 방역지침 상 추도식은 사적모임으로 분류돼 접종 완료자 4명을 포함해 최대 8명까지만 참석할 수 있다.


이에 이 부회장과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등 유족들과 사장단 일부만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 차원의 1주기 추모 행사는 대외 행사 대신 내부 시스템에 온라인 추모관을 만들고 사내방송을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


이 회장은 2014년 5월 서울 용산구 자택에서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6년 5개월여간 투병하다 지난해 10월 25일 새벽 향년 78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삼성은 지난해 이 회장 별세 당시 고인과 유족들의 뜻을 따라 장례를 가족장으로 치르고 영결식 역시 50여명의 유족과 그룹 내 주요 임원들만 참석한 가운데 진행한 바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1년간 국정농단 사건으로 제대로 된 경영활동을 하지 못했다. 이 부회장은 올해 1월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사업장을 방문하고 '뉴삼성'을 선언했지만 이로부터 2주 만에 국정농단 사건으로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아 207일 동안 수감생활을 했다.


광복절 직전인 8월13일 가석방된 이 부회장은 당일 삼성 서초사옥을 찾아 그동안의 경영 현안을 보고받았지만 특정경제범죄법에 따른 취업제한 등 문제를 의식하고 외부 경영활동에 제한적인 움직임을 보여왔다.


그러다 지난달 14일 김부겸 국무총리의 '청년희망ON' 프로젝트에 참석하며 첫 공식행사를 진행했다. 삼성은 이 자리에서 3년 간 4만명 직접채용에 이어 '삼성 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SSAFY)' 등을 활용해 연간 1만명씩 총 3만명의 청년 일자리 창출을 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삼성ⓒ

삼성ⓒ

지배구조 개편·신규 투자…속도 내는 '뉴삼성'


이 부회장이 멈췄던 삼성의 경영시계를 다시 회복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있다. 가장 시급한 건 새로운 지배구조를 완성하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4세 경영 승계 포기'를 선언한 만큼 재계에선 지배구조 개편 필요성이 제기돼왔다.


삼성전자와 주요 관계사들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는 삼성 지배구조 개편 방안과 관련해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외부용역을 맡긴 상태로, 이 용역은 올해 하반기에 마무리될 예정이다.

재계에선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뉴삼성의 밑그림이 나올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삼성이 계열사 간 시너지를 강화하기 위해 현재 사업 부문별로 나눠진 △사업지원(삼성전자) △금융경쟁력제고(삼성생명) △EPC경쟁력강화(삼성물산) 등 3개 TF를 아우르는 '통합 콘트롤타워'를 만드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의 대규모 신규 투자도 구체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의 부재가 길어지면서 2017년 9조원을 들인 하만 인수 이후 대규모 인수합병(M&A)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이에 이 부회장이 신규 사업을 중심으로 상황을 점검한 뒤 M&A를 추진할 가능성도 나온다.


올해 5월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삼성전자가 공식화한 170억 달러(20조원) 규모의 미국 파운드리 공장 증설 투자 계획도 인센티브 협상 등의 문제로 아직 최종 투자 지역이 결정되지 않았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내달 직접 미국을 방문해 미국내 제2파운드리 공장 건설 부지를 확정 지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 텍사스주 테일러시 의회가 삼성전자에 세제 혜택 등을 주는 지원 결의안을 최종 의결함에 따라 유력 후보지로 떠올랐다.


8월 말 공개한 3년 간 240조원 투자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시스템 반도체 △바이오 사업 △차세대 이동통신 △인공지능(AI)·로봇 등을 신성장 중점 투자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삼성 서초사옥.ⓒ

삼성 서초사옥.ⓒ

관심 쏠린 연말 사장단 인사·조직개편


삼성 사장단 인사와 조직 개편에 대한 관심도 크다. 이 회장의 별세 이후 두 번째인 이번 인사에는 이 부회장의 미래 구상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선 이 부회장이 공석인 회장직에 오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지만 당분간 부회장으로 움직일 것이란 전망이 대다수다.


오는 26일로 다가온 프로포폴 불법 투약 사건 1심 선고와 현재 진행 중인 계열사 부당합병·회계부정 사건 등 남아 있는 '사법 리스크'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무노조 경영'으로 대표되는 이건희 시대 이후의 새로운 노사관계를 정립하는 과제도 현재 진행형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무노조 경영을 철폐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이후 삼성전자 노사는 올해 8월 창사 이래 처음으로 단체협약을 체결하고 '노사 화합 공동 선언'을 발표했다.


삼성전자 노사는 최근 2021년도 임금협상에도 돌입했는데 노조 측은 전 직원 계약 연봉 1000만원 일괄 인상과 매년 영업이익 25%의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재계에선 매년 영업이익의 25%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안건이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올해 연말에 나올 인사와 조직개편을 통해 이 부회장이 그리는 뉴삼성의 구체적인 방향이 나올 것"이라며 "미뤄졌던 투자 계획도 조만간 나올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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