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아시아나 내년 합병 마치면...치열해진 2위 다툼

  • 송고 2021.11.15 11:10
  • 수정 2022.10.20 21:29
  • EBN 정민주 기자 (minju0241@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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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국제선 실적 리셋

대형항공사 독점 운수권 재분배

인천·지방발 VTL 신경전

제주항공은 12월부터 부산~사이판 노선 운항을 재개한다.ⓒ제주항공

제주항공은 12월부터 부산~사이판 노선 운항을 재개한다.ⓒ제주항공

내년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절차가 마무리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업계 1위와 2위가 하나로 합쳐지면 수십년 만에 2위 자리는 공석이 된다. 대형항공사 양강구도에 잘해야 3위였던 저비용항공사(LCC)들은 양사 합병 이후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예전 같았으면 LCC 중 가장 몸집이 큰 제주항공이 2위 자리를 따놓은 당상이라고 입을 모았겠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코로나19로 여객 실적이 다같이 바닥을 쳤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노선 재분배도 거론되고 있다.


LCC들은 무격리 발표가 날 때마다 노선 재운항 신청을 하고 있는 상태다. 국제선이 떠야 항공사가 살 수 있다는 이유가 전면에 나섰지만, 먼저 노선과 여객을 확보해 2위 자리를 선점하기 위한 포석으로도 풀이된다.


1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다음달이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에 대한 심사 결론이 나온다. 지난달 열린 국회 청문회에서 공정위는 조건부 승인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밝혔다. 양사가 운수권을 독점하고 있는 노선을 재분배해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는 게 공정위 입장이다.


노선을 재분배하면 외항사에게 좋은 것 아니냐는 반발이 나오지만 LCC들은 내심 반기고 있다. 양사가 독점했던 노선만 이어 받아도 이들에게는 이득이다. 여객 반등은 물론 수익 창출도 가능하다. 그간 LCC들은 중국, 일본, 태국, 방콕, 필리핀 등 운항 노선이 대부분 겹쳐 출혈경쟁을 피할 수 없었다.


현재 LCC 중 여객 강자는 없다. 코로나19로 국제선 여객이 멈춰섰기 때문이다. 지난달 국제선 운항은 2019년 대비 0.4%에 불과하다. 한 때 인기 노선은 하루 20편 가까이 운항하던 항공사들은 지금 주 1회 운항만 하고 있다.


LCC업계 관계자는 "어떻게 보면 경쟁시장이 리셋(초기화) 된 것"이라며 "운항하는 요일, 시간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지금은 국제선에 '경쟁'이란 단어가 어울리지 않는다. 대신 내년에는 여객 유치 경쟁이 올해보다 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티웨이항공

ⓒ티웨이항공

1위 LCC사인 제주항공이 가장 빨리 움직이고 있다. 올해 7월 인천~사이판 노선에 LCC 중 가장 먼저 VTL(무격리 항공편) 운항 승인을 확보했다. 이후 20개 이상의 노선 운항을 신청했고, 최근 지방발 싱가포르 운항도 허가를 받았다.


티웨이항공은 사이판, 괌 외에 싱가포르 운항을 준비 중이다. VTL 운항이 가능한 싱가포르 공항에는 지점을 개설한 상태다. 티웨이항공 관계자는 "국토교통부에 노선 운항을 신청하려 검토 중"이라며 "부정기, VTL 모두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에어부산은 지방발 수요를 타깃으로 잡았다. 이달 27일 부산~괌 노선 운항을 재개하는 데 이어 내달 사이판 취항에도 나선다. 이달부터 무격리 입국을 시작한 태국도 검토 중이다. 이밖에 인천~싱가포르, 부산~싱가포르 운항도 검토 중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만 갖고 있던 노선을 노려왔거나 증편에 목마른 LCC 쪽에서는 내년이 기회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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