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톺아보기] 대비하다 꼬인 미래차 고용…강성노조 때문?

  • 송고 2021.12.18 07:00
  • 수정 2021.12.21 09:06
  • EBN 김덕호 기자 (pado@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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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사, 인력 20~40% 감축…"베이비붐 세대 퇴직이 답"

노조 "미래차 좋긴 하지, 근데 우리 문제는 고용이야"

미래차 인력 개편, 판매 방식도 바꾼다?

현대차·기아 사옥ⓒ현대차

현대차·기아 사옥ⓒ현대차

자동차업계 노사관계를 가늠할 금속노조들의 각사 노동조합 대표 선출이 진행중입니다. 이달 초 현대차와 한국지엠은 결과를 냈고, 곧 완성차 점유율 2위 기아도 새로운 집행부를 선출하게 되죠.


그런데 각종 언론들에서는 새 노조 집행부들에 대한 해석을 이렇게 내놔요. "누가 돼도 강성" "노사관계 험로 예상"이라구요. 그리고 갈등의 핵심을 "64세 고용연장"으로 봅니다.


그런데 이게 왜 이럴까요. 노조의 관점, 그리고 기업의 관점, 또 전문가의 관점에서 하나씩 들여다 보겠습니다.

ⓒ전국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홈페이지

ⓒ전국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홈페이지

노조의 시각 "미래차? 좋긴 하지, 근데 우리 문제는 고용이야"


노조와 완성차 메이커들이 공통적인 관심사는 역시 일자리와 인력입니다. 노조는 밥줄, 제조사는 비용을 보죠. 문제는 전기차 전환이 인력감축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인데요. 내연기관차보다 부품이 적고 공정도 단순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일본자동차부품공업협회가 2018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내연기관차의 부품은 약 3만여개, 내연기관차의 부품은 약 1만9000여개입니다. 차량 1대를 만드는데 그만큼 사람 손이 덜 간다는 것을 의미하구요. 이 예측을 단순 계산하면 30% 정도의 인력이 필요치 않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현대차 노사 외부 자문위원들이 진단한 자동차 제조업의 미래 고용자 감소 폭은 최소 20%, 최대 40%에 달합니다. 각 부품들을 하나의 단위로 묶는 모듈화 기술, 생산 방식의 변화 등으로 제조 인력의 축소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위에 언급한 사례 모두 기업측 주장이 담긴게 아니냐구요. 맞습니다. 그런데 노조가 만든 자료에도 비슷한 통계는 꽤 나옵니다. 무적의 강성 노조로 꼽히는 금속노조는 2019년 '미래형 자동차 발전동향과 노조의 대응' 이라는 보고서를 발간했는데요. 여기에는 전기차 전용 라인이 구축되면 조립의장 부문 인력이 20~30% 감축된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고용 감소가 20~40%에 이른다니. 불안해 할 만 하죠. 그래서 노조 집행부 선출을 마쳤거나 진행중인 현대차, 기아, 한국지엠은 최근 대소동이한 공통주장을 하고 나섰습니다. 후보의 성향이나 회사의 현안은 제각각이지만 '64세 고용연장'이라는 공약은 모두 하나씩 내걸고 있어요.


'젊은 피 수혈' '청년 실업' 등 노동·정치계의 과제도 있지만 그리 무게를 두진 않았습니다. 신규 입사자가 없거나 아주 적지만 인력 자체가 부족하지는 않으니까요.

현대차 아산공장ⓒ현대차

현대차 아산공장ⓒ현대차

현대차·기아·한국지엠의 '영리한 대응'


다행인건 우리 기업들이 문제가 생길 여지를 미리 파악했다는 것입니다. 예측을 했으니 대응도 꽤 합리적이게 진행중입니다. 말은 "합리적으로"라고 하긴 했지만 사실 크게 하는 건 없어요. 더 고용 안하고, 자연 감소하게 될 퇴직 노동자들을 기다리면 되는 상황입니다.


현대차는 베이비 붐 세대들의 퇴직이 진행중입니다. 올해는 1961년생 노동자 1989명이 정년을 마쳤구요. 내년에는 2210명, 2023년 1945명, 2024년 1973명, 2025년에는 2115명입니다. 올해부터 2025년까지 자리를 떠나는 근로자가 1만명을 넘어요.


이는 현대차 노사 공동위원회가 지난 2020년 추정한 미래차 전환 인력 감소 규모(약 7053명)을 가볍게 넘기는 숫자입니다.(2025년, 45만5730대 생산 기준)


한국지엠 역시 인력 구조조정을 따로 할 필요가 없습니다.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제27대 임원선거 공약집에 따르면 한국지엠은 올해 274명 정년퇴직을 시작으로 내년부터 4년간 2000여명이 자리를 떠난다고 합니다.


연도별 예상 인원은 2022년 478명, 2023년 513명, 2024년 588명, 2025년 401명인데요. 이 인원을 다 합치면 27대 임원선거에 참여한 조합원 7627명의 26.2%에 해당해요. 엄청나게 많은 인원입니다.


별 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가만히만 있어도 인력 조정 자체는 어렵지 않다는 결론이 나오죠. 조기퇴직과 명예퇴직, 재교육훈련을 통한 전환배치가 병행된다면 딱히 대규모 실업 사태가 발생할 일은 없을 듯 합니다.


그런데 아직은 우리나라 자동차 공장들이 전면적인 전기차 생산기지로 전환하진 않았잖아요. 그래서 아직은 예전만큼의 인력이 필요해요. 길게 봐선 인력을 줄여야 하는데 당장은 '인력부족'이라는 아이러니한 문제가 생긴거죠.


그래서 기업들은 새로운 노동자를 뽑기 보다는 기존 인력들의 재고용(퇴직자 재고용)을 통해 소화하고 있습니다. 현대차도 그렇고, 기아 역시 그래요. 얼마 전 까지 일하던 노동자들이 계속 일하면 되니까 사람을 새로 교육할 필요도 없고, 신입 뽑아서 고생할 일도 없겠죠.


다만 갈등은 분명 있습니다. 위에 언급한 노조의 '64세 정년 연장' 주장 때문이죠. 문제를 인식한 시점에 꽤 빠르게, 그리고 합리적인 해결책을 내놨지만 예상 못한 난초에 걸린거죠. 노조는 강력히 주장할 태세를 갖췄지만 회사로써는 절대 해서는 안될 조치가 이 '정년 연장'이 되어 버린거죠.


그래서 완성차 브랜드 관자들은 다소 난감하다는 반응들을 보입니다. 최근 통화한 완성차 업체 담당자의 말 한마디가 씁쓸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줬어요.


"강성이 어딨고 온건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하는 주장이 다 같은데"


미래차 인력 개편, 판매 방식도 바꾼다?


이같은 변화는 생산직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완성차 판매 방식과 인원 구성도 예전과 크게 달라지고 있어요.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판매위원회에 따르면 2025년까지 현대차 영업직 5480명 가운데 30.7%인 1685명이 60세 정년 퇴직을 맞이합니다. 올해 말까지 242명, 2022년 294명, 2023년 343명, 2024년 363명, 2025년 443명이 자리를 떠나요. 그래서 현대차는 완성차 판매를 온라인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을 시작했습니다.


"테슬라는 완성차를 온라인으로만 판매한다"는 말 들어보셨죠?. 지금 인력 구조를 보면 우리도 곧 맞게 될 현실이 될 듯 합니다.


아 그런데 미래차 인력 구조조정 성공사례가 있냐구요? 최근 EBN이 연재한 이항구 칼럼에 있습니다. 이 산업연구원은 미국 GM의 변화를 미래차 전환의 성공 사례로 꼽았는데요. 지난 5년간 GM이 시행한 인원 전환배치와 구조조정, 신규인력 채용을 통해 가능했다는 내용입니다. ' [EBN칼럼] GM은 성공한 '미래차 인력개혁'…우린 뭘 했나 ' 기사를 검색하시면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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