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문턱 또 못넘은 실손보험청구 간소화

  • 송고 2021.12.21 10:40
  • 수정 2021.12.21 10:41
  • EBN 신진주 기자 (newpearl@ebn.co.kr)
  • url
    복사

올해 보험업법 개정안 통과 고작 '1건'…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또 좌절

지지부진 법안처리… 보험업 성장·소비자 권익 향상 걸림돌

올해 발의된 17건의 보험업법 개정안 중 1건을 제외한 나머지 안들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계류됐다. ⓒ연합

올해 발의된 17건의 보험업법 개정안 중 1건을 제외한 나머지 안들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계류됐다. ⓒ연합

보험업계 숙원인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는 올해도 결국 법제화에 실패했다. 의료계 반발과 보험업권에 대한 국회의 관심이 저조한 탓에 21대 국회에서도 좌절되고 만 것이다.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보험업법 개정안은 수두룩하다. 보험업계에선 지지부진한 법안 처리가 보험산업의 성장은 물론 소비자의 권익 향상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발의된 17건의 보험업법 개정안 중 1건을 제외한 나머지 의안들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계류됐다.


유일하게 국회 본회의서 의결돼 공포된 보험업법 개정안은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월 발의한 통신 수단을 이용한 보험계약 해지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계약자는 사전에 비대면 보험 계약 해지를 선택하지 않더라도 본인이 희망하면 비대면으로 계약 해지를 할 수 있다.


기존에는 계약자가 계약 체결 시점에 비대면 보험 계약 해지를 선택해야만 비대면 해지가 가능했다. 다만 계약자 의사에 반해 타인이 임의로 계약을 해지하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본인 인증을 시스템을 넣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서비스를 선호하는 보험 소비자의 수요를 충족시키고 거동이 어려운 고령자와 장애인 등 취약 계층의 편의성 증진이 기대된다. 해당 법안은 내년 2월 18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현재 계류 중인 개정안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수차례 좌절을 맞본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가 포함돼 있다.


올해 실손보험 창구 간소화 관련 개정안 통과 기대감은 그 어느 해보다 컸다. 여야 의원들이 각각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관련 보험업법 개정 발의안을 내놓으면서 법 개정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어느 정도 합의를 이뤘기 때문이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보험금 청구를 위한 종이서류를 전자서류로 대체하는 것이 골자다. 보험 가입자가 보험금을 받기 위해 관련 자료를 의료 기관에 요청하면, 의료 기관은 이 자료를 전산망을 통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나 제3의 기관을 거쳐 보험사로 전송하게 된다.


3900만명이 가입해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리는 실손보험이지만, 소비자들은 실손보험금 청구를 위해 병원에서 종이서류를 따로 발급한 후 팩스, 이메일, 우편 등의 방법을 통해 보험사에 청구해야 한다.


물리적·시간적 비용이 필요 이상으로 발생하는 만큼 소비자들이 청구를 포기하는 경우가 잦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그러나 '의료기록 등 환자 개인정보 유출 우려'를 표하며 의료계가 반발하면서 매번 통과되지 못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2009년 이후 매년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논의는 꾸준히 진행됐지만, 올해만큼 적극적인 논의가 진행된 적은 처음이었다"면서 "그러나 올해도 개정안 통과가 좌절되면서 해를 넘기게 됐다"고 말했다.


실손보험과 국민건강보험 정책의 연계를 위한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의 개정안도 문턱을 못 넘었다.


실손보험 정책과 건강보험 정책을 연계해 추진할 수 있도록 금융위원회와 보건복지부가 협의·조정을 할 수 있다는 근거 조항을 두고, 양측이 공동으로 실손보험과 건강보험 운영현황 등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할 수 있도록 하며, 실태조사를 위해 필요한 경우 관련 기관에 자료·정보 또는 의견의 제출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공·사의료보험을 종합적으로 조정·관리하기 위해 법 개정이 필요하지만 이 또한 좌절됐다


이 밖에 △제3보험에 동물보험 추가 △협회의 민원처리 및 분쟁 자율조정 허용 △고객응대직원 보호 조치 강화 △보험회사의 조건부자본증권발행 허용 등이 발의됐지만 결국 매듭짓지 못했다.


보험사를 규제하고 소비자 보호를 앞세운 법안 역시 상당수 계류 돼 있다. 일례로 보험사의 자기손해사정을 제한하자는 내용의 개정안이 있다.


홍성국 의원은 이달 보험금의 지급을 저해하는 행위에 대해 규제가 돼야함에도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아 명확히 하자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발의했다. 대형 보험사들이 자회사에 보험금 손해사정업무를 위탁하는 '셀프 손해사정'을 관행적으로 하는 등 보험계약자 등의 권익을 침해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전재수 의원도 셀프 손해사정을 원칙적으로 금지하자는 개정안을 낸 바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회의 무관심 속에 보험산업의 성장, 소비자의 권익 향상에 도움이 되는 법안들이 또 계류됐다"면서 "대선 등의 여파로 내년 3월 이후에나 다시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그는 "보험권에 해묵은 이슈들이 많은 것은 개선돼야 하는 법안들이 수년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조속한 법안 처리가 될 수 있도록 당국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주) EB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체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EBN 미래를 보는 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