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붕괴사고, 한파에 무리한 타설이 원인?

  • 송고 2022.01.14 10:36
  • 수정 2022.10.19 14:15
  • EBN 이윤형 기자 (ybro@ebn.co.kr)
  • url
    복사

HDC현산 "양생기간 충분히 거쳤다"

철근 시공에 중대 결함 가능성

"현장 공사관리 부재가 사고 발생 원인"

이번 광주 아파트 외벽 붕괴 사고에 대해 HDC현산은 부실공사가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공사 과정에서 결함이 있었던 것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그림은 201동 콘크리트 타설 양생 일정ⓒHDC현대산업개발

이번 광주 아파트 외벽 붕괴 사고에 대해 HDC현산은 부실공사가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공사 과정에서 결함이 있었던 것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그림은 201동 콘크리트 타설 양생 일정ⓒHDC현대산업개발

지난 11일 벌어진 광주 아파트 외벽 붕괴사고에 대해 HDC현대산업개발은 부실공사는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사고 원인에 콘크리트 양생 문제와 철근 부실, 겨울철 공기(工期) 단축을 위한 무리한 시공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1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를 기온이 떨어지는 겨울철 콘크리트 타설 후 충분한 양생 기간을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다음 층 타설을 강행하다가 강풍, 한파 등 외부 요인으로 인해 거푸집(갱폼·Gang Form)이 무너지면서 외벽이 뜯겨져 나간 것으로 보고 있다.


보통 아파트 1개 층 콘크리트 타설과 양생에는 하절기 5~6일, 동절기 12~18일 가량이 소요된다. 사고가 발생한 201동은 전체 39개 층인데 이번에 23~38층, 총 16개층이 붕괴됐다. 통상적인 소요기간을 기준으로 역순해 보면 23층의 경우 9월부터 콘크리트 타설과 양생이 진행됐을 것으로 보인다.


HDC현산도 사고가 난 201동 타설은 사고발생일 기준 최소 12일부터 18일까지 충분한 양생 기간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현산 측은 "아래층인 38층은 사고일 기준 18일의 양생이 이뤄졌으며 39층 바로 밑의 PIT층 벽체도 12일간의 양생 후 1월11일 39층 바닥 슬래브(콘크리트를 부어 만든 판 형태의 구조물로 바닥과 천장에 사용) 타설이 진행됐다. 요한 강도가 확보되기 충분한 기간"이라고 말했다.


다만 실제 공사 현장에서 충분한 양생 기간을 거치지 않은 채 시공이 이뤄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여기에 철근 부실 문제도 거론했다. 경실련은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 4일 사고 현장에서 콘크리트 타설을 진행했다고 한다. 겨울철 영하날씨의 한파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콘크리트 타설은 콘크리트의 품질을 저하시켰다"며 "여기에 150m에 이르는 타워크레인 설치 지지 고정을 취약한 외벽 창문틀에 설치했다"고 원인을 짚었다.


이어 "외벽 건물이 붕괴하면 통상적으로 철근에 콘크리트 덩어리가 매달려 있는 것이 보통이지만 해당 사고 현장은 외벽과 슬래브 바닥이 완벽하게 분리돼 있다"며 "이는 철근 시공에 중대한 결함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공사에서는 보통 'ㄱ'자로 철근을 휘어서 천장과 하층부 벽면을 연결한다. 이 때문에 붕괴가 일어나면 철근이 슬래브나 벽에 매달려 있거나 휘어져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번엔 이런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장시간 노동, 안전조치 무시, 부실시공 등 이 모든 결과가 이번 인재 사고였다는 것이다. 경실련은 "현행 법규에 따라 안전·품질 등 공사관리가 제대로 이행된다면 사고는 발생하지 않는다. 제대로 현장 공사 관리가 이행되지 않았던 것이 사고 발생의 근본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붕괴사고 직전 상황이 찍힌 영상이 공개된 것도 부실공사가 원인이었다는 것에 무게를 더한다. 현장 건축물 붕괴사고 직전 콘크리트 타설(打設) 공정을 담은 영상이다. 영상 중에는 콘크리트 무게가 더해지자 거푸집이 소리를 내면서 내려앉는 장면이 1초가량 담겼다.


전문가들은 굳지 않은 콘크리트의 압력이 아래로 작용(수평 하중)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콘크리트 강도 부실에 따른 구조물 탈락에 따라 23~38층 외벽과 바닥 슬래브가 한 번에 무너졌다는 것이다.


송창영 광주대 건축공학부 교수는 "영상에서 콘크리트가 가운데로 훅 들어가는 것은 '초과 하중'으로 최상층 바로 아래인 38층 바닥 슬래브가 파손됐을 가능성을 방증한다"고 설명했다.


송 교수는 최근 TBS 라디오에 출연해 "추운 곳에서 공사를 하다 보니 외벽에 콘크리트 강도가 충분히 나오지 않는 상태고 바닥 실내부에 철근에 정착이 할 곳이 별로 없었다. 결국 총체적인 문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어 "수평으로 되어 있는 바닥 실내부 자체가 지탱해 주는 것들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 23층까지 도미노 현상으로 수평 거푸집, 수평 바닥 실내부가 붕괴되면서 외벽과 함께 붕괴된 것"이라고 말했다.


HDC현산은 이날까지 전체 65개 공사작업을 일시 중단하고 특별 안전 점검을 벌이기로 했다. 전 현장에 대한 안전 점검을 벌여 안전 문제와 품질 관련 내용을 확인한 뒤 공사 재개 여부를 결정 짓겠다는 방침이다.


©(주) EB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체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EBN 미래를 보는 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