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용상 리퓨어생명과학 대표 "中 치료제 별로? 편견일뿐"

  • 송고 2022.01.19 06:53
  • 수정 2022.01.19 08:09
  • EBN 이해선 기자 (sun@ebn.co.kr)
  • url
    복사

中 의약품 기술이전 받아 국내 생산…OECD 국가에 수출

100억 규모 시리즈A 펀딩 진행…늦어도 내년 상반기 상장

中 경구용 코로나 치료제 긴급승인신청…팍스로비드 가격 10%

미·중 신 냉전시대가 지속되는 가운데 이러한 국제 상황을 전략적으로 활용해 중국 바이오 기업의 기술을 이전 받아 국내에서 생산한 의약품을 글로벌 시장에 수출하는 사업 모델을 구축한 바이오벤처가 있다. 2018년 설립돼 올해로 5년 차를 맞은 '리퓨어생명과학'이 바로 그곳이다.


리퓨어생명과학은 이미 중국에서 개발돼 긴급 승인을 추진 중인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기술 및 생산 권한을 확보했으며, mRNA 백신 생산을 위한 핵심 기술인 지질나노입자(LNP)에 대한 권리도 갖고 있다. mRNA 원액생산 기술 이전도 막바지 단계에 있다.


최근 해외 재무적투자자(FI) 중심의 10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펀딩을 진행 중이며 빠르면 올해 말, 늦어도 내년 상반기 국내 코스닥 상장을 준비 중이다. 이화여대 산학협력관에 위치한 리퓨어생명과학 본사에서 김용상 대표를 만나 구체적인 사업모델과 중장기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이화여대 산학협력관에 위치한 리퓨어생명과학 본사에서 김용상 대표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EBN

이화여대 산학협력관에 위치한 리퓨어생명과학 본사에서 김용상 대표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EBN

다음은 김 대표와의 일문일답.


-창업 배경과 초기 사업 모델이 궁금하다.


일본에서 경제학을 공부했고 경제연구소 등 직장생활도 오래 했다. 한국보다 해외 쪽에 기반이 있는 만큼 처음 국내에서 사업을 시작했을 때 해외 인프라를 활용하는 모델을 구축했다.


초기 사업모델은 타깃을 설정해 신약을 개발하는 전통 신약 개발방식과는 달리 병원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그에 맞는 맞춤형 약을 개발하는 방식의 사업모델이었다. 병원 데이터는 송도 세브란스 병원이 제공키로 해 함께 플랫폼 개발을 진행했었고 신약을 위한 신규물질은 일본 후지그룹 산하에 원료의약품 개발사 '와코'와 협업이 예정되어 있었다.


그러던 중 국제정세가 악화되며 일본으로부터 신규물질을 공급 받는데 문제가 생겼고, 세브란스 병원 쪽 플랫폼 개발도 진행이 더뎌지며 초기 사업모델은 중단하게 됐다.


-중국 바이오기업과의 기술이전은 어떻게 진행하게 되었나


일본 내 경제연구소에서 근무하던 시절 인맥을 통해 중국 백신 유통에 대한 제안을 받았고 시노팜 국내 승인을 추진했었다. 하지만 국내와 중국의 규제 가이드가 다르다 보니 식약처 승인이 쉽지 않았고 국내에서 시노팜 승인을 받지 못하고 시간만 허비하던 중 백신보다는 치료제로 수요가 넘어가며 중국 경구용 치료제 개발사를 소개받게 됐다.


작년 하반기부터 중국 정부가 바이오와 IT 등 전략기업들의 해외 상장을 막기 시작하며 중국 회사들은 내수 시장 중심으로 사업 방향을 바꾸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격화되며 중국과 OECD 국가들간의 관계도 점차 악화됐고 이에 중국 기업으로부터 직접 제안이 들어왔다.


우리가 직접 기술을 가져가 국내에서 생산해 글로벌에 판매해 보지 않겠냐는 것이었다.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렇게 기술이전과 판권을 확보하게 된 것이 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와 mRNA 백신 제조의 핵심인 지질나노입자(LNP)다. mRNA 백신 원액생산 기술도 현재 기술이전 계약 막바지 단계에 있다.


-코로나19 치료제와 mRNA 백신 제조기술에 대한 기술료 규모 얼마나 되나


국내 제약사들이 진행하는 방식과는 조금 다른 형태로 기술이전료를 지불했다. 계약에 따라 조 단위 이상에 계약이 될 수도 있었으나 기본적으로 '지분스왑' 방식으로 기술이전 및 판권 계약을 진행했다.


이는 과거 경제연구소 시절 겪었던 해외 계약사례를 참고했다. 실제 해외 M&A와 수많은 계약사례를 살펴보면 돈을 주지 않고도 계약을 진행하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코로나 치료제 및 mRNA 백신 기술 계약의 경우 지분스왑 방식과 보유한 치료제의 중국판권을 넘겨주는 방식 등을 적용했다. 향후 기술이전 계약에서는 상대 기업에서 자금 조달이 필요할 시 조건에 따라 자금을 조달해 주는 방식도 활용할 예정이다.


-국내에서 중국 치료제에 대한 신뢰가 높지 않다


중국의 제약기술이 뛰어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은 우리의 편견이고 착각일 수 있다. 실제 미국을 비롯한 해외 글로벌 제약사 연구원 30% 이상이 중국인이다. 그 인원들이 최근 몇 년간 대부분 철수해 중국으로 돌아왔다. 그것은 중국 정부 정책에 의한 것도 있고 그들이 직접 바이오기업을 창업해서 돌아온 경우도 있다.


글로벌 제약사에서 10~20년 연구개발을 했던 이들이 중국으로 돌아와서 바이오기업을 하고 있다. 중국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바이오기업이 존재하며 15억 인구에서 쏟아져 나오는 연구에 당연히 특별한 기술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중국 허가 당국의 규제 가이드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이나 유럽의약품청(EMA) 등 해외 규정 사항과 달라 허가에 문제가 생기는 부분은 국내나 해외에서 자체 실험을 통해 보강할 계획이다.


-코로나19 경구치료제 개발단계와 효능, 중국 내 승인 진행현황은 어떠한가


지난주 중국에서 임상 2상 중간결과가 나온 상태로 최근 중국 당국에 긴급승인을 신청했다. 오는 20일 중간결과를 받아보고 중국 개발사와 미팅을 진행하기로 했다. 작년 12월 기술이전 당시 100여명 대상 임상 결과를 먼저 받아봤을 때 경증환자의 중증 예방 효과는 90% 수준이었다.


이 치료제는 히알루론산 수치를 낮추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초기 코로나 사망 환자의 사체를 분석해보니 폐의 유리화 이전 단계에서 히알루론산 수치가 높아지는 것을 발견, 히알루론산 수치를 낮추는 치료제를 개발한 것이다.


히알루론산 수치가 높아지면 폐의 염증 수치가 급격히 높아지며 폐의 유리화가 일어난다. 그 휴유증으로 섬유증이 발생하고 심각하면 사망에까지 이른다.


-중국에서 승인을 받는다면 국내 승인을 추진할 건가, 앞서 승인된 치료제 대비 경쟁력은?


중국에서 긴급승인을 받는다면 국내에서도 긴급승인을 신청할 요건은 된다. 하지만 앞서 시노팜 긴급승인을 신청해본 경험이 있다 보니 중국에서 승인받은 의약품을 국내에서 승인받기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국내 승인이 어렵다면 굳이 국내 승인을 고집할 생각은 없다. 일본 승인도 생각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해외에서 승인된 의약품의 경우 정부 승인이 없이도 의사 재량으로 처방 가능하며 그것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생산은 현재 국내 제약사 두 곳과 위탁생산 논의하고 있다. 현재 승인된 화이자 치료제와 비교하면 가격적인 측면에서 경쟁력이 있을 것이다. '타미플루'를 표방해 상비약처럼 부담 없이 구비해 둘 수 있게 화이자의 10분의 1 미만 가격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현재 시리즈A 투자 펀드를 열었다고 들었다. 국내 IPO 계획은 어떻게 되나


해외 재무적투자자(FI) 중심으로 1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을 예정이다. 국내 기관 투자자들은 매칭 형태로만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투자금은 리딩 펀드 형태로 국내에 설립 예정인 R&D 센터와 CDMO 공장의 초기자금으로 쓰일 예정이다.


사실 작년 연말 개장한 북경 증권거래소에 상장 제안을 받았다. 이 부분 때문에 투자금 유치 시기 등에 조율이 필요했다. 북경에 상장할 시 자금 유치면에서는 유리할 수 있겠으나 국내로 자금을 융통하는 데 제약이 따를 수 있다는 우려가 따른다. 이 문제를 중국 당국에 문의했으나 답을 받지 못하고 있다.


국내 상장을 위해서 주관사로 신한금투를 선정해 상장 일정을 논의 중이다. 빠르면 올해 연말, 늦어도 내년 상반기 국내 상장을 위한 준비를 마칠 계획이다. 방식은 기술특례상장으로 할지 코넥스를 거칠지 다양한 방안을 두고 주관사와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 연구센터 및 CDMO 공장 설립 계획은


현재 지자체 몇 곳과 부지 1만평(약 3.3만㎡) 규모의 공동 R&D 센터 및 CDMO 공장 부지를 논의 중이다. R&D 센터는 숙명여대, 이화여대, 중앙대, 세브란스병원이 참여해 산업계와 학계, 연구 분야가 모두 어우러져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CDMO 공장은 mRNA 백신생산 및 세포·유전자 치료제를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출 예정이다. cGMP 이상의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반도체공장 수준으로 건립할 계획이다. 3년 전 후지 공장이 해당 수준으로 의약품 공장을 건립했으며 최근 오사카에 와코공장이 세워지고 있다.


-올해 목표와 중장기 계획이 무엇인가


먼저 올해 CDMO 공장 설립을 위한 부지 선정을 마치고 연내 착공이 진행된다면 가장 좋겠다. 일본 측 후지공장을 설립했던 설계사 측과 논의를 진행 중이다.


중장기 계획은 코로나19 치료제 국내 도입과 글로벌 판매 진행, 그리고 글로벌 바이오벤처와 공동연구 및 임상진행이다. 특히 mRNA 플랫폼을 활용한 희귀질환 타깃 신약발굴이 목표다.


mRNA 백신 CDMO를 비롯해 다품목 소량생산 중심의 세포·유전자 치료제 CDMO 사업의 안정적인 구축도 중장기적 목표다. 주 파트너사는 일본과 중국 바이오기업들이 될 예정이다.


©(주) EB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전체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EBN 미래를 보는 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