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N 칼럼] 직장인의 주식투자, 유념해야 할 것은?

  • 송고 2022.03.14 10:00
  • 수정 2022.03.14 10:00
  • EBN 관리자 (rhea5sun@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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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희 트러스톤자산운용 연금포럼 대표

강창희 트러스톤자산운용 연금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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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말 자산운용사의 CEO를 맡으면서 투자교육활동을 시작했다. 개인투자자들이 주식투자에 성공하려면 단기시황전망에 쫓겨 샀다 팔았다를 반복해서는 안되고 장기분산투자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걸 깨닫게 된 게 계기였다. 왜 장기분산투자인가?


아무리 우량주식을 갖고 있더라도 코로나 발생직후나 9.11테러와 같은 예측치 못한 사태를 만나면 주가는 동반하락 한다. 이런 때는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그 사태가 지나갈 때까지 기다릴 수 밖에 없다. 장기투자를 해야 하는 이유이다. 또한, 시장전체 지수가 오르더라도 기업내용에 비해 고평가 되어 있는 주식은 오르지 않는다. 저평가 되어 있는 주식을 고르는 노력을 해야 하는 이유이다.


그러나 아무리 노력을 해도 저평가 되어 있는 주식만을 고른다는 보장이 없다. 따라서 여러 종목에 분산투자 해야 하는 것이다. 지난 이십수년동안 수천 회의 강의와 언론기고, 방송 등을 통해, 어찌 보면 간단하다고 할 수 있는, 이 원칙을 소개해왔다. 그러나 이런 내용을 설명하면 진지하게 받아들이기 보다는 또 그 따분한 원칙 이야기냐는 반응을 보이는 분들이 대부분이었다.


바빠 죽겠는데 지금 주식을 사야 할지 팔아야 할지, 사야 한다면 어떤 주식을 사야 할지 그런 이야기나 하라는 표정인 것이다. 지난 2년여 동학개미 투자붐 속에서 개인투자자들의 투자행태를 봐도 장기분산 투자의 원칙을 이해하고 실천하는 투자자들이 얼마나 될지 의문을 갖게 될 때가 많았다.


2020년 3월 코로나사태 이후 1400대까지 급락했던 코스피(종합주가지수)는 반등을 시작하여 2021년7월에는 사상최고치인 3300대까지 상승했다. 이후 다시 하락반전하여 금년 3월10일 현재로는 2660대에 와 있다. 전고점대비 20% 가까이 하락한 수준이다.


그런데, 이베스트증권 리서치센터가 2020년 3월 동학개미운동이 시작된 이후 금년1월말까지 개인투자자들이 매매한 내용을 분석,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코스피 2900~3300대의 고가권에서 주식을 매입한 비율이 60% 정도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개인투자자들이 많이 산 10대종목(삼성전자, 카카오, 네이버 등)은 금년들어 2월말까지 평균 18%나 하락을 보였다.


앞으로의 주가에 대해서도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유가급등과 수출감소 그리고 한·미 금리상승 부담 등의 영향으로 비관적인 전망이 지배적이다. 물론, 그렇다 해도 장기분산 투자의 원칙을 이해하여 단기간 내에 써야 할 자금은 따로 마련해 놓고 있고, 자금을 장기간 시장에 묻어둘 수 있으며, 단기적인 시황변동은 참고 견디겠다는 각오가 되어있는 투자자라면 큰 문제가 없다. 기다리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빚을 얻어 투자했거나 다른 용도에 쓸 자금으로 투자한 경우라면 단기간 내에 손실을 감수하고 고가권에서 산 주식을 팔지 않으면 안된다. 결국, 과거 여러 차례 경험했던 상승막바지에 샀다가 하락국면에서 파는 매매행태를 또 다시 반복하게 되는 것이다.


또 하나 안타까운 것은 개인투자자들의 단기시황전망에 의한 단타매매 행태가 거의 바뀌지 않았다는 점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이 발표한 ‘코로나19 국면의 개인투자자 매매행태 보고서’에 의하면 코로나사태 직후인 2020년 3월에서 2021년 2월까지 1년 동안에 전체 개인투자자의 일간평균 매매회전율은 6.8%였다. 연간 주식시장 거래일수를 235일로 본다면 연 1600% 정도의 회전율이다.


1년에 평균 열여섯번을 사고 팔았다는 뜻이다. 장기분산투자를 투자철학으로 하고 있는 세계적인 자산운용사의 연간 매매회전율이 20~30%(4~5년에 한번씩 매매)임을 감안하면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얼마나 자주 단타매매를 하고 있는가를 알 수 있다. 기존투자자보다는 신규투자자가, 연령대가 낮을수록, 남성일수록, 투자자산규모가 작을수록 일간 매매회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대 이하 투자자의 일간 매매회전율 평균은 16.9%였다. 거의 일주일에 한번씩 사고 판다는 뜻이다. 2021년 3월 이후의 매매회전율을 분석한 자료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증권사 매매업무 담당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한다. 이런 단타매매를 하게 되면, 앞에서도 언급한 것 처럼, 어쩌다 한두번은 모르지만 계속해서 성공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해야할 것이다.


문제는 또 있다. 젊은 직장인이 이렇게 단타매매에 시간을 쏟게 되면 자신의 직업에 소홀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직장인의 가장 유력한 수입원은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서 벌어들이는 수입(월급 또는 사업소득)이다. 즉, 한 사람의 인생에서 가장 큰 투자엔진은 자신의 본업으로부터 얻는 수입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직장인들은 투자포트폴리오를 짤 때 자신의 본업에서 얻는 수입을 가장 중심에 놓고 생각해야만 한다.


직장인들은 근무하는 직장으로부터 매월 일정액의 급여와 6개월 또는 1년에 한번씩의 보너스, 그리고 퇴직할 때는 퇴직급여를 받는다. 다시 말하면 직장인이 회사에서 하고 있는 일은 그만큼의 수입을 발생시키는 금융자산이라고도 할 수 있다. 따라서 포트폴리오에서 얻는 수입을 가장 크게 하기 위해서는 자기가 맡은 일에서 성공을 거두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자신의 직업으로부터 얻는 소득을 높이려는 노력은 게을리하면서 주식투자에 열중하는 방식으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말이다. 주식투자에, 그것도 성공가능성이 매우 낮은 단타매매에 지나치게 몰두하는 것은 가장 수익성이 높은 자산을 썩히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년여의 동학개미 투자붐 속에서 ‘돈에도 일을 시켜라’는 말이 유행해왔다. 지금과 같은 정기예금리 2%대의 저금리시대에 자산형성을 위해서는 원리금이 보장되는 예금만으로는 안된다, 공부를 해서 주식이나 주식형펀드와 같은 투자상품에 자금을 운용해야 한다,는 뜻으로 쓰이고 있는 것 같다. 여기에서 직장인들은 ‘돈에도’ 일을 시킨다는 게 ‘돈에만’ 일을 시키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그 때문에 자신의 직업을 소홀히 하고 있지는 않은지 한번쯤 냉정히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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