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N 칼럼] 새 정부에게 바란다…IFA 사문화가 말하는 것

  • 송고 2022.03.17 06:00
  • 수정 2022.03.17 06:00
  • EBN 관리자 (rhea5sun@ebn.co.kr)
  • url
    복사

조성목 한국FPSB 부회장·서민금융연구원 원장

조성목 한국FPSB 부회장·서민금융연구원 원장

조성목 한국FPSB 부회장·서민금융연구원 원장

속된 말로 ‘돈도 안 되는 사업’에 뛰어들 사람은 없다. 그런 사업이라면 아무리 제도화해 법이 허용한들 ‘법 따로 현실 따로’가 되고 말 것임은 명약관화하다. 금융소비자의 권익증진을 위해 1년 전 시행된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이 새롭게 도입한 금융상품자문업(자문업)이 딱 그 짝이다.


금소법은 금융상품에 대한 직접판매업, 판매대리‧중개업(중개업), 자문업으로 구분하여 등록을 조건으로 영업을 허용하고 있다. 이 중 자문업은 작년 9월부터 시행되었다. 중개업과 자문업은 금융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서비스의 내용이 어떠하냐에 따라 구분된다. 금융상품의 내용이나 조건 등에 대한 정보냐 금융상품의 가치 또는 취득과 처분결정에 관한 정보냐에 따라 나뉜다.


그러나 업을 하는 입장에서 보면 본질적인 차이는 정보제공의 대가로 수취하는 수수료나 자문료 등 수입의 원천이 금융상품 판매업자인 금융회사로부터 오느냐 여부에 있다. 중개업의 경우는 수수료를 금융회사로부터 받을 수 있지만 자문업의 경우는 금융회사로부터는 여하한 이익을 수취할 수 없고 오로지 금융소비자로부터만 자문료를 받을 수 있다.


이러한 중개업과 자문업에 대한 규제의 차이는 자문업에 대한 엄격한 독립성 요구에 따른 것이다. 자문업자가 금융회사로부터 이익을 수취하게 되면 객관적 자문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금융상품의 가치에 관한 정보 제공보다는 자문업자에게 이익을 많은 주는 상품 쪽으로 기울게 되는 이해충돌이 있게 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국내 금융소비자들의 자문료에 대한 인식 자체가 매우 낮다는데 있다. 최소 수억 원의 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하는 프라이빗뱅킹(PB)의 경우도 판매보수나 수수료에 자문비용이 포함된 ‘숨겨진 비용’으로 처리한다 할 정도이니 일반 금융소비자에 대한 자문료는 언감생심인 현실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2017년 자본시장법에서 도입한 독립투자자문업(IFA)제도가 한 건의 등록도 없이 사문화되고 말았다. IFA도 수익구조가 고객으로부터 받는 자문료였다.


그럼에도 금소법은 자문업자의 수익구조를 IFA와 동일하게 했다. 또한 IFA와 동일한 ‘독립성’을 답습해 자문업자는 △판매업을 겸영할 수 없고 △특정 판매업자의 상품에 대한 자문이 금지되며 △특정 상품에 대한 광고도 할 수 없다. IFA와 같은 구조의 자문업 또한 시행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등록은 한 건도 없다. 반면 중개업자는 금융상품에 대한 조언뿐만 아니라 별도의 대가를 받지 않으면 자문을 자유롭게 제공할 수 있다. 현재 4만여명이 중개업 등록을 마쳤다.


전문적 지식과 윤리를 갖춘 전문가를 통해 금융소비자에게 높은 수준의 금융정보와 재무설계와 같은 고도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금융소비자의 이익을 증진시키기 위해 자문업을 도입했다면 이를 활성화 하는 쪽으로 디자인 했어야 한다고 본다. 제도의 설계자가 상품의 판매를 위한 중개업의 자문수준 서비스에 만족해야 하는 상황을 바라지는 않았을 것이다.


출발부터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할 때이다. 이해충돌을 우려해 아예 금지할 것이 아니라 이해충돌이 우려되니 이를 해소할 방안을 마련해보자는 시각에서 출발해 보자. 제도가 현실과 맞지 않으니 현실에 맞게 접근해야 한다는 점도 고려해 본다.


우선 자문업자에게도 중개업을 겸업할 수 있게 하되 자문료를 부과하는 자문과의 이해충돌 방지를 위해 △선관의무 부과, △자문과 판매업무 간의 조직과 기능을 분리하고 △최소비교상품 수 의무화 등 행위규제 강화와 더불어 △제공한 자문의 내용을 고객으로부터 확인받아 기록으로 남겨두어 사후 확인‧통제를 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이다.


우리보다 ‘기꺼이’ 자문 서비스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는 문화가 있는 나라의 경우에도 자문업자에게 고객으로부터의 자문료 외에 금융회사로부터 판매수수료의 수취를 허용한다.


즉, 이해상충이 없는 경우 수수료 수취허용(호주), 판매규모에 비례하는 보상 수취금지 외에는 허용(싱가포르)하고 있는 점은 우리의 경우에도 참작할 만하다. 특히, 인도의 경우 CFP전문가를 관련규정에 따라 투자자문사로 등록할 수 있도록 하고 2년마다 갱신할 수 있도록하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곧 들어설 새 정부에서는 과거 실패한 정책을 전면 재검토해 소비자보호를 더욱 강화해 나가길 기대해 본다.


©(주) EB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체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EBN 미래를 보는 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