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N 칼럼] 돈을 부르는 새로운 디지털 주문, NFT <下>

  • 송고 2022.03.31 09:26
  • 수정 2022.09.22 21:02
  • EBN 관리자 (rhea5sun@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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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화인 금융감독원 블록체인발전포럼 자문위원

최화인 금융감독원 블록체인발전포럼 자문위원ⓒEBN

최화인 금융감독원 블록체인발전포럼 자문위원ⓒEBN

작년부터 디지털산업에서 돈을 모우는 마법 같은 용어가 있다. ‘NFT’가 바로 그것이다. 비트코인과 같은 기존의 디지털토큰은 수량만 같으면 호환 가능한 ‘대체가능한 토큰(Fungible Token)’인데 비해, NFT는 토큰마다 다른 개별값을 갖고 있어 서로 호환될 수 없는‘대체 불가능한 토큰(Non-Fungible Token)’이다.


토큰마다 서로 다른 개별 ID를 갖기 때문에 무한복제가 가능한 디지털의 한계를 극복하고 희소성을 부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NFT는 새로운 디지털 자산으로 각광받고 있다. 새로운 디지털 메가트랜드가 되고 있는 NFT의 기술적 특성과 시장 현황 및 향후 과제를 두 편으로 나누어 살펴보고자 한다.


최근 NFT 시장은 NFT의 기술적 속성이나 법적 권리, 나아가서는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명확한 방향성 없이 디지털아트, 게임,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제조업체 등 업종을 불문하고 투자금 모금의 가장 좋은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특징이 있다. 너나없이 마구잡이로 NFT를 발행하다보니 벌써 NFT 시장은 저부가가치 상품의 과잉공급상태에 이르렀다.


게다가 워낙 초기시장이라 발행단계에서 책정된 가격이 적정한지 검증되지 못한 채 1차 시장에서 비싼 값에 발행 판매되고, 운 좋게 판매되고 나면 그 이후 재매매 수요가 없어서 가격이 한없이 추락한다.


3월 30일 기준으로 업비트 NFT 마켓에서 재매매 하려던 ‘펭수의 하루’에 책정된 판매가는 ETH 1,888개(여기에 수수료 이더 47.2개가 더해져 총 지불해야 하는 금액은 ETH 1,935.2개로 약 790억 원에 해당하는 금액이다)였지만, 오후 6시 기준으로 최고 구매 희망가는 ETH 1.088개(약 443만원)로 173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수익은 커녕 소유자가 최초에 구매한 가격인 EHT 7.5개(약3천60만원)에도 못 미치는 가격이다. 지나치게 판매가를 높게 책정하기도 했지만, 어쨌든 최초 구매자이자 ‘펭수의 하루’ NFT소유자 입장으로서는 당혹스러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지난 해 3월 11일 크리스트 뉴욕 경매에서 디지털 예술가 Beeple이 만든 NFT 작품 ‘Everydays: The First 5,000 Days’가 6,934만 달러(약 785억원)에 낙찰되면서 시작된 NFT 열풍은 NFT를 발행만 하면, 또 어떤 NFT든 사기만 사면 비트코인처럼 지속적으로 가격이 오를 걸로 기대감을 만들었다. 그러나 채 1년도 못 돼 지금에는 벌써 거품이 꺼지고 있다는 냉소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왜 급작스럽게 냉각된 것일까?


일부 전문가들과 언론에서는 암호화폐의 시세 급락이 영향을 주었다고 하지만, 암호화폐 가격은 미국의 금리 인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스태그플레이션의 우려 속에서도 점진적이고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어, 암호화폐 가격이 NFT 시장의 하락요인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특히 3월부터 크게 위축되고 있는 NFT 시장에 비해 암호화폐 시장 급상승을 예고하는 추세라 현재의 NFT 시장현황과 완전히 상반된 모습이다.


또 다른 이유로 디지털아트로서 NFT의 낮은 완성도를 지적하기도 하지만, 이건 처음 NFT 픽셀작품들이 시장에 등장했을 때부터 누구나 확인할 수 있는 특징이기도 했다. 또 누군가에는 그 단순함이 매력이기도 하다. 때문에 해상도 낮은 픽셀로 이뤄진 작품의 ‘조악성’ 때문에 NFT 시장의 열기가 꺾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NFT 가격 하락의 본질적인 요인은 다른 데 있다.


첫째는 NFT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콜렉터블 분야는 철저하게 커뮤니티 참여적이라는 속성을 이해하지 못한 패착이다. NFT의 구매 및 소유, 판매가 해당 커뮤니티와의 관계성과 결속력 그리고 참여자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는 점을 국내외 NFT 시장은 간과했다. ‘BAYC(지루한 원숭이 요트클럽)’이나 ‘크립토펑크’의 가격이 전체 NFT 시장에서 부동의 자산성을 형성할 수 있는 이유는 해당 콜렉터블이 만들어진 커뮤니티에 대한 참여자들의 충성도와 결속감 덕분이다.


NFT 시장을 움직이는 본질을 간과한 채 카피제품으로 런칭된 유사 NFT 프로젝트들이 초기의 열기가 식은 뒤 급격하게 가격하락이 일어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결과가 아닐까. 냉정하게 말하자면 커뮤니티 기반 없는 NFT란 껍데기에 불과하다.


두 번째 요인은 지금의 NFT 프로젝트들은 NFT의 기술적 특성에 맞는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당장 눈에 띄는 게 디지털 미술품이나 콜렉터블 분야이다 보니 프로젝트들은 기존의 성공모델을 그대로 따와서 서로서로 비슷한 저부가가치 상품의 과잉공급에 동참하고 있는 양상이다.


NFT 시장에 참여하고자 한다면 기존 프로젝트들과 변별력을 갖추어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다시 말해서 NFT의 기술적 특성에 맞는 유틸리티적 활용도에 대한 고민에 기반한 새로운 기능성이 제공되어야만 시장에서의 수요도 만들어질 수 있다. 그런데 이런 고민이 녹아든 NFT가 아직 보이질 않는다.


기존 NFT 상품의 기초자산이 되는 디지털 데이터의 접근성 및 보안성에 대한 무관심으로 ‘디지털부패(digital lot)’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점도 한계다. NFT는 외부 서버에 저장된 디지털데이터에 접근할 수 없거나 해킹 등에 의해 복제 또는 손상되면 자산성을 유지할 수 없다.


그러나 현재의 NFT 시장은 이런 위험에 충분한 안전장치를 하고 있지 못하다. 여전히 법적 권리에 대한 제도적 인프라가 없고, 가격적정성을 판단할 지표가 마련되지 못한 점 등도 초기 NFT 시장이 극복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이 같은 현재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NFT는 새로운 금융기술이자 자산으로 무궁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누군가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역량을 보여준다면 그 플레이어에 의해 전체 흐름이 주도될 것이다.


과연 그 주인공은 누가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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