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N 칼럼] 금융소비자보호와 금융발전

  • 송고 2022.04.28 02:00
  • 수정 2022.09.22 21:01
  • EBN 관리자 (rhea5sun@ebn.co.kr)
  • url
    복사

박선종 숭실대 법학과 교수(금융법)

박선종 숭실대 법학과 교수(금융법)

박선종 숭실대 법학과 교수(금융법)

10여일 후면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한다. 금융산업이 발전하기 위해 금융소비자보호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떠나는 대통령이나 취임할 대통령이나 이견이 없어 보인다. 문재인 정부는 국내 금융소비자보호의 문제가 제기된 출발점인 키코문제의 해결을 대선공약으로까지 내걸고 노력을 했지만, 그 결과가 충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윤석렬 당선인의 대선공약집에는 "금융소비자 피해구제제도의 실효성 제고" 방안으로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 독립성 강화 등을 제시하고 있다(제20대 대통령선거 국민의힘 정책공약집 제68면).


기울어진 운동장과 국내 금융기관


필자는 EBN칼럼을 통해 1980년대 이후 국내에서 약10년 주기로 큰 금융사고가 발생했는데, 금융정책에 따라서 금융사고의 재발방지가 극명하게 엇갈린 사례를 소개했다("금융사고와 옵션매도", 2022. 11. 19. 참조). 즉, 금융회사의 피해는 잡힌 듯 보이나 금융소비자의 피해는 KIKO → ELS → DLF → 라임펀드 사건으로 모습을 달리하며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기울어진 운동장'의 문제로 볼 수 있다.

2000년대 이전의 국내 금융기관은 업무역량 면에서 선진국의 투자은행과 비교하면 적지 않은 차이가 있었음을 부인하기 어렵고, 그 결과 선진국 투자은행과의 파생상품 거래에서 상당한 피해 사례가 발생했다. 이는 국내외 금융전문가 간의 업무역량 차이에 따른 기울어진 운동장이었고, 금융당국의 적절한 대응으로 국내 금융기관의 피해는 멈췄다.

2000년대 이후의 국내 금융기관은 업무역량 면에서 선진국의 투자은행과의 차이는 매우 좁혀졌지만 국내 금융소비자와의 간격은 훨씬 확대되었다. 그 결과 국내에서 금융기관과 금융소비자 간 기울어진 운동장 문제는 심화되었다. 달라진 점은 국내 금융기관이 손해를 입던 지위에서 손해를 입히는 지위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 첫 피해사례가 키코사태인데 2013년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피해 중소기업들의 아쉬움은 아직까지도 크게 남아있고 금융소비자 피해 문제는 반복되고 있다.


계약자유의 원칙과 금융계약


근대 민법의 대원칙 중 하나인 계약자유(私的自治)는 대등한 양 당사자를 전제로 하는 것이다. 현대사회에서 금융계약은 금융기관과 금융소비자가 대등한 지위가 아니라 금융기관이 우월한 지위에 있는 경우가 흔한데 이를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예컨대 축구장 왼쪽 골대가 오른쪽 골대보다 높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면 좌에서 우로 공격하는 팀이 당연히 유리할 것이다. 실제 축구경기에서는 평평한 운동장임에도 불구하고 전반과 후반에 골대를 바꿈으로써 대등한 당사자 추구를 통한 공정성을 꾀하고 있다.


현대의 금융계약에서 금융소비자는 낮은 오른쪽 골대에서 경기를 펼치는 셈이어서 "금융소비자 피해구제제도의 실효성 제고"가 대선공약으로까지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금융소비자의 큰 피해사례는 자본시장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는데 우리 법은 금융당국의 역할을 '공정한 경쟁을 촉진하고 투자자를 보호'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자본시장법 제1조). 즉, 기울어진 운동장인 자본시장에서 금융당국이 약자인 소비자의 '깐부'가 되어 금융회사와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라는 의미이다.


현대의 금융시장에서는 금융기관과 금융소비자 간의 '정보의 비대칭'(기울어진 운동장의 기울기)이 더욱 심화되었다. 따라서 금융당국이 법원과 동일하게 중립적인 입장에서 문제를 바라보는 한 계약자유원칙의 기본 전제인 '대등한 양 당사자'가 성립되기 어렵고 금융소비자의 피해는 중단되기 어렵다.


금융소비자 피해구제제도의 실효성 제고와 재발방지


금융소비자 피해의 문제가 반복되자 금융감독 체계 개편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금융감독 체계 개편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 사실상 지난 5년 내내 다양한 논의는 있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한 사안이다. 그동안 ELS, DLF와 라임사태가 터졌고 금융소비자의 큰 피해는 멈추지 않고 있다.

금융소비자 피해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금융감독 체계 개편하는 구조적인 접근도 필요하지만 금융소비자 피해의 재발방지를 위한 금융정책은 현 체계에서도 불가능한 것은 아닌데 그것은 비전문가인 금융소비자에 대한 '옵션매도성 금융상품의 판매제한'이다.


윤석렬 당선인의 경제정책의 핵심 키워드는 '행복경제'이고 "정부가 경제에 해줄 일은 국민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정책 디자인을 하는 것이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견해를 정책공약집에 나오는 '금융소비자 피해구제제도의 실효성 제고' 부분에 대입해 보면 다음과 같은 해석이 가능할 것이다. '금융당국이 금융시장에 해 줄 일은 금융소비자의 행복을 위해 피해재발방지를 위한 정책 디자인을 하는 것이다.'

금융소비자 피해가 반복되는 것은 '소 잃고 외양간을 제대로 고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출발점인 키코문제에 대한 온전한 해결은 그런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금융소비자 피해구제의 실효성 제고도 중요하지만 확실한 재발방지를 위한 다각적인 노력도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주) EB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체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EBN 미래를 보는 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