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근무 지양한다던 우리금융, 횡령 폭탄에 '난감'

  • 송고 2022.05.11 10:56
  • 수정 2022.05.11 14:31
  • EBN 문은혜 기자 (mooneh@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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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원인으로 순환근무·명령휴가제 미이행

근무체계 변화에 관심…금감원 "적극 개선"

최근 우리은행에서 순환근무 없이 10년 넘게 한 부서에서 근무한 직원이 600억원이 넘는 돈을 횡령한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사진은 우리은행 건물 전경. ⓒ우리은행

최근 우리은행에서 순환근무 없이 10년 넘게 한 부서에서 근무한 직원이 600억원이 넘는 돈을 횡령한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사진은 우리은행 건물 전경. ⓒ우리은행

"시중은행들이 계속 순환근무를 시켜 전문인력이 필요한 부분에 인력 양성이 소홀한 게 사실이다. 순환근무를 억제하고 충분히 전문인력이 될 때까지 계속 근무를 하게 할 계획이다."


우리금융이 지주 체제 부활을 선포했던 지난 2019년 고위임원의 발언이 재조명되고 있다. 최근 우리은행에서 순환근무 없이 10년 넘게 한 부서에서 근무한 직원이 600억원이 넘는 돈을 횡령한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당시 우리은행은 순환근무 룰을 유연하게 적용해 금융 전문가를 양성하고 이를 통해 2~3년 내 1등 지주로 올라서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이번 사고로 우리은행의 내부통제가 도마 위에 오르면서 포부가 무색해진 상황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614억원의 횡령이 발생한 우리은행 본점 수시 검사에 착수했다. 지난달 28일부터 검사에 들어간 금감원은 인력을 확대해 오는 13일까지 고강도 검사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금감원은 이번 사고가 한 부서에만 오래 근무한 직원이 벌인 범행임을 감안해 순환근무제, 명령휴가제와 같은 은행의 내부통제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여부를 살필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의 당사자는 2011년 11월부터 2018년 7월까지 본점 기업개선부에서 10년 넘게 근무한 차장급 직원 A씨다. 중간에 1년 정도 다른 부서로 자리를 옮겼다가 2019년에 다시 돌아와 지난달 경찰에 체포되기 직전까지 기업개선부에서 일했다.


2019년은 금융 전문가를 양성해야 한다는 우리금융의 입장에서 순환근무 룰을 유연하게 적용하고 장기근무를 장려하던 시기다.


보통 짧게는 2~3년, 길어도 5년이 되면 다른 지점이나 부서로 이동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A씨는 기업 매각과 구조조정 등 전문성이 필요한 업무를 담당했던 만큼 한 부서에 계속 근무할 수 있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순환근무의 경우 의무라기보다 부서의 인력수급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이뤄져 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사고로 인해 직원의 전문성을 키워주기 위한 장기근무제가 도덕적 해이를 막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다.


이에 은행들이 자율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순환근무제와 명령휴가제를 법령이나 금융당국 감독을 통해 의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해당 제도들은 현재 은행 내규에는 있지만 은행법 시행령이나 감독규정에는 명시하지 않고 있다.


명령휴가제는 사고나 비리 발생 우려가 있는 업무를 대상으로 불시에 휴가를 명령하고 이 기간 동안 휴가자의 금융거래 내역, 업무용 전산기기, 책상 등 사무실 수색을 실시해 업무수행 적정성을 들여다보는 제도다.


은행권은 우리은행의 횡령사고를 계기로 금융당국이 관련 제도 개선에 나설지 주목하고 있다. 정은보 금감원장은 우리은행 뿐만 아니라 은행권 전반적인 내부통제 미비점을 개선하라고 주문한 상태다.


금감원 관계자는 "정확한 사실 확인을 거쳐 이런 금융사고가 다시 생기지 않도록 필요한 제도 개선 역시 적극적으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으로 우리은행 경영진에 대한 제재가 이뤄질지 여부도 관심이다.


이준수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는 "CEO 제재 가능성 등을 지금 시점에서 얘기하는 것은 조금 빠르다"며 "규명된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이번 횡령에 책임이 있는 관계자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관련 법과 원칙에 따라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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