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아워홈 지분구조가 '남매의 난' 촉발…"구 대표, 결과로 말해야"

  • 송고 2022.05.16 16:33
  • 수정 2022.10.25 18:46
  • EBN 김남희 기자 (nina@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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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희 유통팀 차장ⓒEBN

김남희 유통팀 차장ⓒEBN

재산을 둘러싼 오너 일가의 분쟁은 어떤 경우에도 좋은 의미로 평가 받기 어렵다. 상품과 소비자, 직원을 둔 기업 문제라면 더욱 그렇다. 해당 기업 경영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어서다. 직원들의 사기는 저하되고 열정이 식는다. 기업 가치와 이미지는 하락한다. 기업의 상품과 서비스를 즐기던 소비자들은 오너 간의 분쟁에 씁쓸함과 당혹감을 느낀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우군이어야 할 직원과 소비자의 마음이 떠난다. 추락하는 기업에게서 자주 볼 수 있는 장면이다.


범 LG가(家) 식자재 유통업체 아워홈 '남매의 난'을 두고 하는 얘기다. 아워홈은 얼마전 타개한 고 구자학 회장이 2000년에 설립한 회사다. 주요 사업은 식자재 유통과 단체급식이고, 급식업계에선 삼성웰스토리에 이어 2위다. 비상장사로 구자학 회장의 장남 구본성 전 부회장이 38.56%를 보유한 1대 주주이고, 구미현(19.28%)·명진(19.6%)·지은(20.67%·아워홈 부회장) 세 자매가 나머지 지분을 나눠 보유 중이다.


남매전쟁은 6년째 3차전에 걸쳐 벌어지고 있다. 최근까지의 모습은 이렇다. 오너 집안 장남 구본성 전 아워홈 부회장이 지분을 팔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히면서도 '오너가 모두 지분을 팔고 나가자'는 주장으로 막냇동생 구지은 대표이사(부회장)을 끌어내리려는 모습이다.


코로나19라는 긴 터널을 뚫고 온 구 대표는 지난해 6월 대표이사로 선임된 이후 부진했던 실적 개선과 책임경영 강화를 우선 과제로 삼고 회생경영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노력에도 오빠 구본성은 막무가내식으로 자기 주장만 펼치고 있다. 아워홈은 "지난해 회사가 1년 만에 흑자로 전환했지만 구본성 명예회장은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배당금 1000억원 지급을 요구하며 사적 이익 추구를 우선시 했다"면서 "뿐만 아니라 지난해 개최된 이사회에 한 차례도 참석하지 않았으며 이제 1만명 직원의 직장이자 삶의 터전을 위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워홈 남매 전쟁은 구지은 대표가 범LG가의 장자승계 전통을 정면으로 도전했다는 점에서 재계와 기업계 등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하다. 딸들이 각자 가진 지분의 힘을 합쳐 경영 능력과 도덕성 부족을 이유로 장남을 최고경영자에서 몰아낸 경우는 범LG가에선 아마 처음 있는 일일 것이다.


보유 지분을 통해 기업을 치하는 지배구조에서 벌어지는 분쟁이다보니 기자는 지배구조 전문가에 아워홈 '남매전쟁'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결론적으로 그는 아워홈 지배구조는 주주간 사이가 좋지 않을 경우 분쟁이 필연적으로 날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비판했다. 애초에 경영능력과 리더십 검증을 통해 믿을 만한 승계자를 발탁해 경영권을 몰아줬어야 한다는 얘기다.


한 금융사 임원인 그는 "아워홈 창업자는 4남매들에 골고루 지분을 나눠 주며 그들이 우애 있게 회사를 경영하길 바라셨겠지만 실상은 오너경영자 지배하에 있는 기업일수록 위기에 취약하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오만과 겸손 부족 그리고 다른 이들보다 더 많이 알고 모든 해답을 쥐고 있다는 착각이 대부분의 오너경영자들이 갖고 있는 문제이며 기업의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중요한 리더십 요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더 큰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남매전쟁의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와 직원들에게 돌아가는 것이 걱정된다고 했다. 그는 "남매들이 갈등을 벌이는 동안 회사가 망가지고 직원들이 위기감을 느낀다는 게 문제"라며 "경영진과 직원들이 머리를 맞대 엔데믹 성장 전략을 펼쳐야 할 이때 솔선수범을 보여야할 오너경영자 일가가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으니 기업계의 '반면교사' 사례가 됐다"고 강조했다.


남매전쟁이 어떻게 마무리될지는 모르겠지만, 아워홈의 운명은 구지은 대표의 경영능력에 달렸다고 볼 수 있다. 그를 보는 시선은 엇갈린다. 아직은 '두고 보자'는 측과 오너일가에 대한 경계심이 짙은 상황에서 탁월한 리더십과 경영 성과를 발휘해 주길 바라는 측이 그것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코로나19 장기화로 부진해진 급식시장 상황을 극복하고 신성장 동력을 마련해 추진 중인 해외사업을 어떻게 부활시킬 지가 구 대표의 향후 과제"라고 꼽고 있다. 결국 구 대표는 결과로 말해야 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는 임직원들에 대한 설득의 리더십을 보여주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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