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뛰노는 유통사 "민지에게 맡겼더니 힙해졌네"

  • 송고 2022.06.20 15:02
  • 수정 2022.10.27 09:23
  • EBN 김남희 기자 (nina@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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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직원 믿고 맡겼더니 '히트상품 배출'·'트렌드 성지'로 '힙 해져'

MZ세대에 전권 주고 빠른 의사결정·실행으로 팬덤 마케팅 '확산'

ⓒ각 사, 연합뉴스

ⓒ각 사, 연합뉴스

'MZ세대(밀레니엄+Z세대·1980~2000년대생)'가 컨텐츠 소비 주축 세력으로 대세 흐름을 이루고 있다. 유통업계도 MZ세대 직원들로 구성한 '별동부대'가 종횡무진 활약하는 모습이다.


빠른 시장 트렌드 감각을 보유한 MZ세대에 의해 선보인 이벤트와 제품으로 특별한 재미를 추구하는 MZ세대를 공략하기 위해서다. 일부 기업은 MZ세대를 '민지세대'란 친근한 별칭으로 부르며 MZ세대를 보다 더 적극적으로 끌어안기 위해 공들이고 있다.


2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업계에서 MZ세대 직원의 가치를 가장 먼저 알아본 기업은 롯데홈쇼핑(대표 이완신)이다. 4050층을 주된 고객층으로 둔 롯데홈쇼핑은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2018년 MZ세대 직원을 대상으로 사내 벤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러버덕 성공 스토리를 경험한 이완신 롯데홈쇼핑 대표는 회사를 대표할 캐릭터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시장 흐름콘텐츠 제작 전권을 MZ세대 직원에게 맡겼다. 이렇게 탄생한 캐릭터가 '벨리곰'이다. 벨리곰은 입사 2년차 직원에서 탄생했다. 기업명은 가리고 철저히 캐릭터에 집중한 벨리곰은 유튜브 채널 오픈 3년 만에 110만 명 팬덤을 보유하고 누적 조회수 3억 회를 돌파했다.


롯데월드타워 광장 앞 15m 초대형 벨리곰 전시.ⓒ롯데홈쇼핑

롯데월드타워 광장 앞 15m 초대형 벨리곰 전시.ⓒ롯데홈쇼핑

이후 롯데홈쇼핑은 롯데월드타워 오픈 5주년을 기념해 야외 광장에 벨리곰을 특대형 규모로 설치해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인증샷 성지도 조성했다. 결과는 대박이었고 벨리곰 신화는 다시 재조명됐다. 오픈 2주 만에 방문자 200만 명을 돌파하자 전시 일정도 일주일 연장했다.


MZ세대를 내부저긍로 '민지세대'라고 부르는 롯데마트는 '관심급구 프로젝트'를 통해 MZ세대들이 제품 개발부터 마케팅 전략까지 MZ세대가 주도한다. '관심급구 프로젝트'는 MZ세대 직원들이 MZ세대에게 유쾌하게 다가가 이색적인 고객 경험을 발굴하는 프로젝트로 최근 팝업 레스토랑을 선보인 바 있다. 롯데 시그니처 와인 'LAN멘시온' 출시를 기념하기 위해 동묘의 와인바 '동묘830'과 손잡고 지난 4월 한달 간 진행한 것.


롯데마트 측도 롯데홈쇼핑처럼 이벤트를 앞세우고 회사명은 철저히 숨겼다. '관심급구 프로젝트' SNS 계정 어디에서도 '롯데마트'라는 이름은 찾아보기 힘들었다는 설명이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방문 고객들도 "평소 생각하던 롯데마트의 분위기를 전혀 느끼지 못했다", "새롭고 재미있다"는 등 반응이 주를 이뤘다. 이 결과 'LAN X 830'은 4월 한달간 연일 만석을 기록하며 SNS에서 '핫스팟'으로 부상했다.


롯데마트 측은 "MZ세대 마음은 MZ세대가 아는 것처럼 MZ세대 직원들이 MZ세대 소비자를 위해 새로운 '체험'을 제공하고 적극적으로 소통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MZ세대를 입맛이 까다로운 소비자층으로 보기보다 친근한 가족, 동생, 후배처럼 여기기 위해 MZ세대를 '민지세대'라고 부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몬스침대는 침대 없는 그로서리 스토어를 운영하며 만물잡화를 판매하며 MZ세대들 사이에선 큰 화제를 모았다. ⓒEBN

시몬스침대는 침대 없는 그로서리 스토어를 운영하며 만물잡화를 판매하며 MZ세대들 사이에선 큰 화제를 모았다. ⓒEBN

유통가 MZ세대 최대 '성지'로는 단연 시몬스침대가 손꼽힌다. 시몬스침대는 침대 없는 그로서리 스토어를 운영하며 만물잡화를 판매 중이다. 현재까지 MZ세대들 사이에선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개점 4개월 차인 시몬스 청담동 그로서리 스토어는 월 평균 약 7000만원대 매출을 기록하며 청담동 '핫플레이스'로 자리 잡았다. 이를 기획하고 사업 실행을 주도한 시몬스 디자인 스튜디오 소속 10명 안팎의 디자이너는 모두 MZ세대에 속한다. 700여 명 임직원의 평균 나이가 30대 중반인 '젊은 조직'이란 점도 시몬스침대의 핵심 경쟁력이다.


시몬스침대 관계자는 "핵심 컨텐츠 소비층이자 경험컨텐츠 공유 주축인 MZ세대를 끌어당기려면 MZ세대 시각을 그대로 가진 직원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디지털 영상 소비율이 높은 MZ세대를 팬덤으로 보유하게 되면 기업들이 할 수 있는 전략과 사업들이 더 많아지게 된다"고 말했다.


백화점도 MZ세대 직원들이 활약 중이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MZ세대 사원들이 주도한 이색 콘텐츠들이 SNS상에서 인증샷 명소로 떠오르며 주목 받았다 대표 사례는 지난해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에 오픈한 인스타그래머블한 인테리어의 카페 '겟댓샷(GET THAT SHOT)'과 올해 4월말 롯데프리미엄아울렛 파주점에 오픈한 대형 F&B 콘텐츠 '피기스타운(PIGGIES TOWN)'이다. 모두 롯데백화점 MZ세대 담당자가 핫플레이스 메이커로 유명한 'CIC F&B'와 협업하여 런칭한 롯데백화점 단독 콘텐츠로 2030세대를 중심으로 사랑을 받고 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대형 루프탑카페 '피기인엘에이(PIGGIE IN LA)'의 경우 마치 미국 LA의 테마파크를 방문한 듯한 경쾌한 분위기 속에서 비비드한 컬러감의 음료를 즐길 수 있어 인기가 많았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대형 루프탑카페 '피기인엘에이(PIGGIE IN LA)'의 경우 마치 미국 LA의 테마파크를 방문한 듯한 경쾌한 분위기 속에서 비비드한 컬러감의 음료를 즐길 수 있어 인기가 많았다"고 말했다.ⓒ롯데백화점

SSG닷컴도 MZ세대 MD들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대표 사례는 지난해 12월, 소위 '옷 좀 입는다'는 MZ세대 사이에서 인기인 국내 디자이너 스트리트 의류 브랜드 '언더마이카' 상품을 단독 판매한 것이다. '언더마이카'는 오직 자체 온라인몰에서 미리 정해진 시간에 한정 수량만 판매해 구매가 ‘하늘에 별 따기’인 브랜드다. SSG닷컴은 언더마이카 상품 판매를 위해 7개월 이상 공을 들였고 결국 ‘발마칸 코트’ 블랙 오이스터 컬러 상품을 단독으로 선보였다. 준비한 세 자릿수 물량은 30초 안에 모두 완판됐고 MZ세대 신규 고객이 늘었다. 올 1월 두번째로 판매한 '엠에이원(MA-1) 항공점퍼' 역시 판매 시작 30초 만에 완판돼 높은 인기를 또 입증했다.


MZ세대 취향을 겨냥하는 셀러, 상품을 전문으로 소싱하는 팀(셀렉션영업팀)을 둔 11번가는 올해 들어 '핸드메이드 전문관', '미식전문관(TASTY11)', 비대면 꽃집 ‘플라워샵’ 등 MZ세대들이 관심있어 하는 화제의 트렌드를 제안하는 전문관을 연이어 새롭게 선보이며 '완판' 행진을 이어간 바 있다. 올해 1월 올리브영 온라인에 입점한 뷰티 브랜드 '스킨앤랩'을 다음 달인 2월, 11번가에서 입점시킨 바 있는 뷰티팀 최민지 MD는 "MZ세대들이 놀이터처럼 들르는 올리브영과 같은 H&B 스토어 혹은 인플루언서들의 유튜브 채널에서, MZ세대들이 주로 찾고 많이 구매하는 브랜드를 들여오면 잘 되겠다는 생각이었다"고 전했다.


최근 이마트24는 아웃도어 브랜드 '코오롱스포츠'와 손잡고 시작한 '솟솟' 프로젝트를 실시했다. 코오롱스포츠 특유의 상록수 로고로부터 느껴지는 ‘산’, ‘자연’, ‘초록’이라는 감성에 맞춰 등산 후 즐기는 다양한 먹거리와 함께 캠핑 팝업 스토어 등을 선보였다. ⓒ이마트24

최근 이마트24는 아웃도어 브랜드 '코오롱스포츠'와 손잡고 시작한 '솟솟' 프로젝트를 실시했다. 코오롱스포츠 특유의 상록수 로고로부터 느껴지는 ‘산’, ‘자연’, ‘초록’이라는 감성에 맞춰 등산 후 즐기는 다양한 먹거리와 함께 캠핑 팝업 스토어 등을 선보였다. ⓒ이마트24

'맛있고 기분 좋은 경험'을 추구하는 이마트24는 아이디어 구체화의 일환으로 지난해 8월, 20~30대 직원 10여명으로 구성된 딜리셔스 비밀탐험대(딜탐) 1기를 발족했다. '딜탐'은 고객의 입장에서 20~30대 니즈를 반영하고 트렌디한 먹거리와 문화 콘텐츠 개발하며 상품을 출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최근에는 아웃도어 브랜드 '코오롱스포츠'와 손잡고 시작한 '솟솟' 프로젝트를 실시했다.


코오롱스포츠 특유 상록수 로고로부터 느껴지는 ‘산’, ‘자연’, ‘초록’이라는 감성에 맞춰 등산 후 즐기는 다양한 먹거리와 함께 캠핑 팝업 스토어 등을 선보였다. 이마트24 관계자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던 조합도 훌륭한 콘텐츠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만큼 앞으로도 이색 협업을 통해 세상에 없던 상품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발 빠르게 변모하는 소비 트렌드를 감안하면 MZ세대 특유의 감성과 이들이 추구하는 재미를 즉각적으로 포착해야 한다"면서 "전통 유통인들은 소비 주축이자 마케팅 타깃인 MZ세대의 특징을 살리기 위해 MZ세대 직원의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MZ세대에 의한, MZ세대를 위한, MZ세대의 시장이 형성되도록 MZ세대 직원에게 전적으로 맡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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