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정유사 희생양 삼는 정치권 '포퓰리즘'

  • 송고 2022.06.27 06:00
  • 수정 2022.06.27 06:00
  • EBN 김신혜 기자 (ksh@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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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업계 주가가 연일 하락 중이다. 정치권에서 고물가·고금리 상황을 극복하겠다며 고유가로 높은 영업이익을 거둔 정유사들 상대로 초과이익을 환수하겠다고 나선 탓이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정유사 초과이익을 최소화하거나 기금 출현을 통해 환수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여당도 정유업계를 압박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정유사들이 고유가 상황에서 혼자만 배를 불리려 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정유업계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정유주에 물려있던 주주들도 뿔이 났다. 그럴 만도 하다. 코로나19가 본격화한 2020년 당시 정유사들 5조원대 적자를 내며 최악의 매출 부진을 겪어야 했다. 불과 2년 전이다.


정작 적자에 허덕일 때는 무심하던 정치권이 이제 와서 고통 분담을 내세우며 횡재세를 운운하고 있다. 졸지에 정유사들은 국민들이 고통받는 상황에서 혼자만 배를 불리는 '악당'이 됐다.


민간 정유기업이 단순히 돈을 많이 벌었다는 이유로 수익을 환수해야 한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사회주의적 발상이다. 그런 논리라면 유가 하락으로 이익을 내지 못한 경우에는 상품 가격을 올려주거나 세금으로 보상해주는 방안도 마련해야 하는 것 아닌가.


더군다나 유가 상승이 정유업계에 무한한 이윤을 약속하지도 않는다. 단기적으로는 분명 긍정적이지만 유가 상승분을 판가에 전가시킬 만큼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실적 저하로 이어진다. 고유가 상황임에도 정유사들이 우려를 보이며 불안해 하는 이유다.


여야의 주장에 '포퓰리즘'이라는 단어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포퓰리즘은 본래의 목적을 외면하고 일반 대중의 인기에만 영합해 목적을 달성하려는 정치행태를 일컫는 용어다.


정치권의 '내로남불'식 포퓰리즘 경쟁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과거 문재인 전 대통령의 '현금복지'를 포퓰리즘이라며 강하게 비난했던 윤석열 정부도 민생안정을 이유로 저소득층 227만가구에 가구당 100만원을 지급한다. 문 정부와 달리 '선별적 복지'라는 명분이 있지만 현금성 복지라는 점에선 크게 다르지 않다.


정치권의 주장대로 정유사 이익을 강제로 환수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기업은 이윤을 추구하는 조직이다. 생산할수록 이익이 줄어드는 구조에서 정유사가 가동·공급을 줄이게 되면 에너지 가격 상승이라는 결과에 도달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최근 탈정유·친환경 신사업 추진에 사활을 걸고 있는 정유사들의 투자 의지를 꺾을 수 있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기업의 투자와 이윤 추구를 가로막아 결국에는 한국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게 될 것이다.


정유사의 이익을 옹호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다만 무책임한 포퓰리즘은 사회에 악영향을 미칠 뿐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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