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입신고 빼달라는 '깡통전세' 집주인, 괜찮을까

  • 송고 2022.07.06 11:11
  • 수정 2022.07.06 11:14
  • EBN 이윤형 기자 (ybro@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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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보증 사고 지난해 2799건 3년 만에 7배↑

"전입신고 빼주면 보증보험으로도 변제 불가"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서 늘어나는 역전세 현상 탓에 깡통전세 우려도 커지고 있다.ⓒ연합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서 늘어나는 역전세 현상 탓에 깡통전세 우려도 커지고 있다.ⓒ연합

#. 지난 5월 서울 노원구 상계동 빌라에 거주하는 세입자 A씨는 이사 몇 달을 앞두고 집주인에게 "전세금을 내줄 돈이 없어 대출을 받으려고 하는데 은행에서 "'전입 세대 열람 서류에 세입자가 없어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전입신고부터 빼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한 상태에서 전입신고를 변동하는 게 불안한 A씨는 집주인의 요구를 들어줘야 할지 고민이다.


전셋값이 매매 가격을 웃도는 '역전세' 현상이 늘어나면서 세입자가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깡통 전세'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역전세는 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 영향으로 집값이 약세로 돌아섰지만 실수요자들이 찾은 전세 시장은 대출 규제가 상대적으로 덜하고 수요도 많아 가격 강세가 여전하기 때문에 나오는 현상이다.


집값 하락 국면에서 역전세 현상이 확산하면 보증금을 제대로 돌려받지 못하거나 세입자도 모르는 사이 집이 경매 매물로 올라가는 등 전세 사고가 늘어난다. 집값이 떨어진 탓에 집을 팔아도 전셋값 만큼도 못 받거나 갭투자자인 집주인이 다음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면 기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집주인이 세입자의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보증금 반환 보증 사고는 해마다 가파르게 늘고 있다. 세입자가 보증금을 떼인 사고 건수는 2018년 372건에서 지난해 2799건으로 늘어나면서 3년 만에 7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올해 5월까지 세입자가 집주인에게서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대신 보증금을 돌려줘야 하는 사고금액만 2724억원으로 집게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2021억원)보다 35% 증가했다.


깡통전세 피해를 보더라도 전세반환보증 등으로 피해를 보전받을 수 있지만 앞선 사례의 경우 이마저도 위험하다. 돈이 없는 집주인들이 대출을 받아 전세금을 돌려주는 경우는 많지만 대출 조건으로 전입신고부터 빼달라는 요구를 들어줄 경우 전세금 반환 의무를 소멸시키는 것과 다름없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엄정숙 부동산 전문변호사는 "원칙적으로는 집주인에게 전세금을 돌려받은 후 이사할 곳에 전입신고를 하는 게 맞다"며 "만약 세입자가 현재 거주하는 곳의 전입신고를 뺀다면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이 후 순위로 밀리게 되어 집주인에게 문제가 발생했을 때 세입자가 낭패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전입신고는 세입자의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임차인이 보증금을 우선 변제받을 수 있는 권리(우선변제권)이자 임대인에게 보증금을 돌려받기 전까지 임대차 내용을 주장할 수 있는 권리(전세 대항력)를 유지 시켜주는 법적 효력을 의미한다. 세입자가 해당 주택에 거주 중인 사실을 증명하는 근거인 셈이다.


이들 권리는 주택이 경매로 넘어가는 깡통전세의 경우 금전적 피해를 보전하는 데 필요한 권리이기도 하다.


만약 집주인의 채무에 문제가 있어 집이 경매에 넘어간다면 법적으로 세입자가 전세금을 돌려받을 순위가 뒤로 밀릴 수 있다. 여기에 집주인에게 다른 빚이 있을 경우 세입자가 전입신고를 빼는 순간 대출을 해준 은행이 1순위 채권자가 된다.


이 때문에 집주인이 은행 대출로 전세금을 돌려주는 대신 전입신고부터 빼달라고 하는 경우 꼭 들어줄 필요는 없다는 게 엄 변호사의 조언이다.


엄 변호사는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줄 돈이 없어 대출을 받는 건 그저 집주인의 사정일 뿐이고 세입자가 요구를 들어주지 않아 전세금반환을 할 수 없다는 집주인의 주장은 법률상 근거가 없다"며 "세입자가 자신의 요구 들어주지 않아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하겠다고 하는 집주인이 있다면 법 절차에 따르면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임대인의 요구는)세입의 의무사항도 아니고 심지어 위험까지 따르는 요구를 들어줬다간 사고 발생 시 피해를 보는 건 온전히 세입자가 될 수 있다"며 "해당 사유로 집주인이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는다면 전세금 반환 소송을 제기해 돌려받기가 가능하다"고 귀띔했다.


전세금 반환에 대한 불안감이 있다면 주택금융공사의 전세반환보증 '전세지킴보증'을 가입을 고려할 만 하다. '전세지킴보증'에 가입하면 주금공은 집주인이 반환하지 않은 전세보증금을 대신 돌려주고 이를 추후 집주인으로부터 회수하게 된다.


깡통전세 우려가 커지면서 보증 가입자도 늘고 있기도 하다. 금융권에 따르면 5월 말 주택금융공사의 전세반환보증 을 이용 중인 세대수는 1만 1047가구, 잔액은 2조 432억 원으로 집계됐다. 주금공이 2020년 7월 전세반환보증을 내놓은 지 1년 10개월 만에 처음으로 2조 원이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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