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N 칼럼] 자동차산업, 아래로부터의 위기

  • 송고 2022.07.25 02:00
  • 수정 2022.09.22 20:55
  • EBN 관리자 (rhea5sun@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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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서대학교 기계자동차공학부 조교수 이항구


호서대학교 기계자동차공학부 조교수 이항구ⓒEBN

호서대학교 기계자동차공학부 조교수 이항구ⓒEBN


한국은행은 올해 1분기 운송장비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을 0.72%로 추계했다. 2015년 3분기 이후 가장 낮은 실적이다. 운송장비산업은 자동차 및 트레일러 제조업과 그 밖의 운송장비 제조업을 포함한다. 2020년 운송장비산업의 매출액은 312조 8,848억 원에 달했다. 제조업 전체 매출액의 17.2%다. 이중 완성차와 부품산업의 매출액은 262조 2,609억 원으로 운송산업 총매출의 83.8%를 차지했다. 완성차 산업이 102조 6,657억 원, 부품산업이 159조 5,952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국내 완성차 5사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1.26%에 그쳤으며, 부품업계의 영업이익률도 2.22%에 불과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감소 속에 원가가 상승했기 때문이다. 국내 자동차 부품업계의 낮은 수익률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부품업체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국내 완성차업체가 사상 최고의 판매 물량을 기록한 2015년의 4.51%에서 2020년에는 2.22%로 반토막 났다. 2020년 중소 부품업체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1%에 불과했다.


국내 완성차업계의 낮은 수익률은 외국계 완성차업체의 판매 부진에 따른 적자 행진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2021년에는 코로나19가 일부 완화하자 완성차업계의 총매출이 전년 대비 10% 증가했지만, 평균 영업이익률은 2.60%를 기록했다. 국내 완성차업체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3.83%로 개선됐지만, 한국지엠과 쌍용자동차의 적자가 완성차업계의 평균 영업이익률을 끌어내렸기 때문이다. 2021년 외부감사를 받는 부품업체의 매출액은 12.8%가 증가했지만, 평균 영업이익률은 2.46%로 전년 대비 0.29% 포인트 개선되는 데 그쳤다. 외부감사 부품업체의 평균 영업이익률이 이 정도니 부품업계 전체의 평균도 전년도와 별다른 변화가 없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완성차업체의 수익이 개선되었지만, 선진국 경쟁업체에 비해서는 낮은 수준이며, 부품업체들은 비교 자체가 무의미하다. 우량기업이라 할 수 있는 국내 상장부품사의 수익률이 선진국 경쟁업체에 비해 매우 낮기 때문이다.


이처럼 국내 자동차부품업계의 수익성이 하락하면서 국내 외부감사 부품업체 중 일시적 한계기업으로 전락한 기업 수와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외부감사 부품업체에서 한계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의 19.65%에서 2020년에는 43.10%까지 치솟더니 2021년에는 36.97%로 낮아졌다. 1만여 개에 달하는 부품업체 수를 감안하면 한계기업 비중은 이보다 더 높을 것으로 판단된다. 현대 기아차가 지난 2분기에 사상 최고의 영업실적을 거두자 또다시 우리 자동차산업이 세계 미래차산업을 주도할 것이라는 섣부른 평가가 나오고 있다.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완성차업체의 호실적은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등 공급망 단절이 지속하면서 자동차시장이 공급자 시장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즉, 신차 구매를 위해서는 1년 이상을 기다려야 하는 소비자들이 자동차 가격의 높은 상승에도 불구하고 군말 없이 구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자동차 가격이 물가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횡재세 도입 필요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부품산업의 상황은 사뭇 다르다. 최악의 상황 속에서 선진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커지자 국내 부품업계는 좌불안석이다. 정부가 차입금에 대한 만기를 연장해 주고 있지만, 금리 상승 부담을 감당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아래로부터의 위기가 닥치고 있다고 볼 수 있지만, 소위 전문가들은 부품산업에 대해 일언반구도 없다.


선진국과 중국 자동차업체들은 수익이 호전되자 ‘소프트웨어 기반 전기동력 커넥티드 카’ 관련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미래차 사업 진출 기업들이 발표한 관련 투자액은 6,000억 달러를 넘어섰으며, 추가 투자를 경쟁적으로 발표하고 있다. 미래차 예상 가격이 높아지자 선진국과 중국업체들은 디지털화를 통해 원가 절감에 나서고 있다. 2026년부터 미래차 산업에서의 대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국내 자동차산업이 이러한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역량 있는 공급업체의 확보가 필요하다. 그러나 국내 중소 자동차 부품업체들은 풍전등화에 처해 있으며, 정보통신기술산업내 기업들의 준비도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미래차 관련 기술개발을 국내 완성차업체가 주도하고 있다. 또한 전기동력 자율주행차 부품 수입이 증가하자 계열 부품사들이 내재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비계열 부품업체들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지난 10년간 국내 자동차 생산은 25.8%, 120만 대가 감소했다. 하지만 국내 부품업체 수는 완만히 감소하고 있다. 부품업체들이 국내 생산이 회복하기를 기다리면서 허리띠를 졸라매고 정부의 지원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 자동차 생산이 다시 증가하더라도 과거의 최고치를 경신하기는 어렵다. 또한 국내 생산에서 차지하는 내연기관차의 비중이 지속해서 감소하고 전기동력차의 비중은 증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전기동력차 국내 생산 비중을 30% 이상으로 끌어 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투자자금과 관련 인력이 부족한 중소 공급업체가 이에 대응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판단된다. 정부가 기존 부품업체의 미래 차 부품업체로의 전환을 지원하고 있지만, 혁신역량을 고려할 때 1차 부품협력업체 중에서도 40% 정도만이 수용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국내 자동차부품 산업 내 한계기업 비중이 증가하면서 자동차산업 피라미드의 아랫 단이 흔들리고 있다. 국내 자동차산업이 지난 10년간 역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패러다임 전환이 빠르게 진행하고 있어서 중소 부품업체들이 느끼는 위기감이 높아가고 있다. 아래로부터의 위기가 자동차산업 전체로 번지지 않도록 중소 부품업체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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