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환골탈태' 약속 잊은 LH

  • 송고 2022.07.29 13:33
  • 수정 2022.07.29 16:30
  • EBN 구변경 기자 (bkkoo@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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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여전히 정신을 못차리고 있다. 지난해 3월 임직원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이 불거지면서 국민적 공분을 샀음에도 최근 감사원으로부터 직원들의 부동산 불법 투기 사실이 추가로 적발됐다. '집값 안정'에 초점을 맞추고 국토교통부 장관까지 갈아치우며 주택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공염불에 불과했던 것이다.


이른바 'LH 사태'에 더 분노가 치미는 것은 매년 월급 빼고 다 오르는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 20~30년씩 돈을 모아도 내 집 마련이 쉽지 않은 게 서민들의 삶이다. 그런데 이런 다수의 무주택자들을 아픔과 걱정을 뒤로하고 공기업 직원들이 손쉽게 취득할 수 있는 내부 정보를 활용해 투기에 나섰다는 사실 자체는 일종의 갑질이며 국민 기만행위라고 할 수 있다.


LH는 지난해 사태 이후 곧바로 국세청장 출신의 김현준 사장을 구원투수로 발탁했다. 그는 취임 일성으로 "뼈를 깎는 노력으로 환골탈태(換骨奪胎)하겠다"고 밝히며 임기를 시작했다. 그러면서 "조직의 문제점을 정확히 진단해 다시는 이런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직 전체를 개혁하고 혁신하겠다"고도 다짐했다.


김 사장이 취임한지도 2년차에 접어들고 있다. 그가 공언한 '환골탈태'라는 사자성어는 '뼈를 깎는 고통과 반성'을 통해 새롭게 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하지만 최근 김 사장을 비롯한 임원과 본부장들이 금요일 업무 시간에 일제히 자리를 비우고, 일부 간부 직원들은 출장지에서 골프를 친 것으로 드러나면서 땅 투기에 이어 '기강 해이' 논란까지 일고 있다. 이에 대해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부패와 직무태만이라는 고질적 문제에 대해 전수조사와 강도 높은 조치를 해나가겠다"고 엄포를 놓은 상태다. 전 국민이 LH를 비판하고 용납하지 않는 분위기다.


LH는 내부 임직원 비위에 대한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최근 감사원이 투기가 적발된 직원에게 해임과 파면을 요구한 데 대해 LH는 오는 8월 8~9일경 징계위원회를 열어 후속절차를 밟겠다는 입장만 밝힌 상태다.


우선 LH의 수장으로 자리한 김 사장은 다시 무너진 공직 기강을 다질 필요가 있다. 진정성있는 환골탈태를 하려면 이 같은 직원들의 일탈과 불법행위를 뿌리뽑을 수 있도록 법과 제도로 엄중하게 다스리는 대책을 마련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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