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개편 후 다주택자 증여 확산

  • 송고 2022.08.10 12:11
  • 수정 2022.10.19 22:45
  • EBN 이윤형 기자 (ybro@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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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거래 비율도 9.66%→16.9%

정상거래 기준 맞춘 편법 증여 다수

실거래가에 영향…수요자 혼란 우려

세제개편안 이후 아파트 증여가 늘어나고 있다.ⓒ이미지투데이

세제개편안 이후 아파트 증여가 늘어나고 있다.ⓒ이미지투데이

새 정부가 발표한 세제개편안 이후 주춤했던 아파트 증여가 다시 늘어나고 있다. 전문가는 물론 다주택자들 사이에서도 '올해가 증여 적기'라는 말이 나오면서 '막차 효과'로 연말까지 꾸준히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0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아파트 거래 중 절세를 목적으로 하는 가족 간 거래가 늘어나는 추세다.


실제 국토교통부 부동산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보면 지난해 7월 5.8%였던 아파트 증여 비율은 지난 4월 6.59%로 늘어났다. 전체 아파트 거래 7만4575건 중 495건이 증여로 집계된 것이다.


중개수수료를 아끼고 거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직거래도 늘어나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이날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 중 직거래 비중은 지난 1월 9.66%에서 5월 17.6%로 올랐다가 한 달 뒤 바로 13.3%로 하락, 7월에는 다시 16.9%로 반등했다.


서울 아파트 거래 10건 중 1건 이상이 공인중개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거래한 셈이다. 특히 시세 대비 수억원 낮은 가격에 거래된 경우도 확인된다. 업계에서는 이중 상당수를 가족 간 거래로 보고 있다.


서울 마포구의 한 공인중개사 대표는 "직거래는 대부분 시세보다 크게 낮은 거래라는 특징이 있다"며 "정상 거래로 인정되는 수준으로 최대한 낮춰서 거래하는 게 대부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등에 따라 통상 거래가격이 시세의 30% 또는 최대 3억원 낮아도 정상 매매로 인정된다.


이렇듯 갑자기 증여가 늘어나는 이유는 이번 세제개편 방안에 부동산 이월 과세 일부가 수정됐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부동산 이월과세 적용기간은 종전 5년에서 10년으로 늘어났다.


양도세 이월과세 제도는 특수관계자에게 증여받은 자산을 양도하는 경우 양도차익을 계산할 때 증여 당시의 증여가액이 아닌 증여자의 취득 당시의 취득가액을 적용해 양도차익을 계산해 양도세를 과세하는 방식이다. 단 일정 기간이 지나면 이월과세를 하지 않고 실제 증여된 것으로 본다. 현재는 5년이 지나면 이월과세가 적용되지 않는데 세제개편 이후에는 10년이 지나야 미적용 대상이 된다는 얘기다.


절세 플랜이 5년에서 10년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문제는 물론 이월과세 미적용 효과는 무시할 수 없을 만큼 크다는 게 현재 늘어나고 있는 증여 거래의 이유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2020년에 2억원에 주택을 매수해 2주택자가 된 A씨가 3년 뒤인 2023년에 10억원을 받고 이 주택을 파는 경우를 가정하자. A씨가 소유권 변경 없이 그대로 주택을 갖고 있었다면 취득가액과 양도가액의 차이인 8억원이 양도차액이 된다. 일반지역 2주택자에 대한 장기보유특별공제와 기본공제 등을 일부 받아 2억7037만원 가량을 세금으로 납부해야 한다.


그러나 주택 가액이 6억원이었던 2022년에 이 주택을 배우자에게 증여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증여가액인 6억원이 새로운 취득가액으로 인정돼 2023년 매도 시 양도차익은 4억원으로 계산된다. 4억원에 대한 양도세는 1억2584만원으로 추정된다.


A씨가 그대로 소유했을 때에 비해 세액이 절반 이하로 떨어지는 셈이다. 배우자에게 증여할 때는 6억원까지 공제받을 수 있기 때문에 증여세 부담도 없고 다른 증여재산 때문에 증여세를 내더라도 양도세 계산 시 필요경비 산입이 가능하다.


이 같은 세테크 전략이 내년부터는 10년을 기다려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앞선 A씨 부부가 올해 안에 증여를 못하고 내년 초에 할 경우 기존대로 2028년이 아닌 2033년 이후에 매도해야 양도세 절감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얘기다.


이장원 장원세무사 대표는 "이번 개편안으로 증여 후 5년 이내 양도하면 손해를 보는 이월과세 규정을 10년으로 늘렸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올해 증여분까지는 5년을 적용하기 때문에 올해 이내에 증여하는 것이 무조건 유리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연말까지 증여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다. 박합수 건국대학교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이런 때 주택을 매도하려면 급매가격으로 낮춰야 하는데 그럴 바엔 가족에게 증여하는 편이 낫다는 계산이 나오는 것"이라면서 "세 부담으로 부동산 증여가 한 차례 진행됐고, 잠잠해지던 추세지만 올 하반기까지 증여가 반짝 늘어날 수 있다"고 했다.


문제는 극심한 거래절벽으로 시장 전체 거래량이 급감한 상황에서 시세보다 낮게 거래되는 가족 간 직거래가 전체 시장에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 집값 흐름과 다른 거래가 매수자들에게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편법 증여의 경우에도 정상 거래로 분류되는 한에서 낮은 가격으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증여 가격이 시세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충분하다"며 "집값 하락기에 실거주 주택을 구하는 실수요자들에게 이런 민감한 변화들은 거래 과정에 혼란을 줄 수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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