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지역 해제에 분양 물량 쏟아지는데…미분양 우려 여전

  • 송고 2022.09.26 11:05
  • 수정 2022.09.26 11:07
  • EBN 이윤형 기자 (ybro@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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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규제지역 지방 1만8000가구 일반 분양

집값 하락에 고분양가…시세차익 기대감 적어

조정대상지역 전면 해제 이후 비규제지역에 분양 물량이 쏟아질 예정이지만 투자 기대감이 떨어지면서 미분양 문제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연합

조정대상지역 전면 해제 이후 비규제지역에 분양 물량이 쏟아질 예정이지만 투자 기대감이 떨어지면서 미분양 문제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연합

다음 달까지 지방에서 약 1만8000가구 규모의 주택 물량이 풀릴 예정인 가운데 정부의 지방 광역시·도 조정대상지역 전면 해제가 분양 수요에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규제 해제로 최근 분양시장에 부는 한파는 다소 누그러들겠지만 높은 분양가로 시세차익을 거두기 어려운데다 대출 규제와 금리인상까지 맞물리면서 투자 가치가 낮은 상황은 여전해 미분양 문제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6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된 지방 36곳에서 10월까지 총 21개 단지 2만4091가구 중 1만7626가구가 일반분양 될 예정이다. 21곳 중 13곳은 지방광역시, 8곳은 지방중소도시다. 부산과 대전, 충남 천안과 경북 포항 등은 2곳 이상의 단지들이 분양을 계획 중이다.


일단 조정대상지역이 해제됨에 따라 대출·세제·청약 등의 규제가 풀리면서 분양 시장에서 종전과는 다른 반응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비규제지역으로 전환되면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은 30%(9억 초과)~50%(9억 이하)에서 70%, 총부채상환비율(DTI)는 50%에서 60%로 상향된다. 또한 세대당 2건까지 주택담보대출이 가능해지고, 대출시 전입조건이나 처분조건 등도 적용 받지 않는다.


청약 자격 조건도 달라진다. 청약 1순위에 다주택자나 세대원도 청약이 가능하다. 청약통장 가입기간이 24개월 이상이던 1순위 자격이 6개월 이상으로도 완화된다. 민영주택의 경우 가점제 적용 비율(85㎡ 이하 75%, 85㎡ 초과 30%)이 낮아져 추첨으로 당첨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직접적인 청약 규제 완화는 아니지만 세금 완화도 청약 시장에는 호재로 받아들여진다. 조정대상지역이 해제되면 취득세는 2주택까지 기본 세율이 적용되고 양도세는 2년만 보유하면 비과세가 가능해진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규제지역 해제로 분양시장의 냉기는 다소 풀리겠지만 기존 주택가격 가격 하락이 길었던 만큼 가격 경쟁력에 분양성적이 갈릴 것"이라며 "분양가상한제 적용, 중도금대출, 금융조건 등 자금 부담을 덜 수 있는 곳들을 중심으로 청약자가 늘면 분양시장의 분위기도 점차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규제 완화로 일부 수요가 늘어나겠지만 근본적으로 시세 차익 기대감이 떨어진 상황이라는 점에서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높은 분양가에 시장 조정기로 집값 하락세가 본격화하는 상황이 맞물리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 아파트 매매와 전셋값이 2012년 5월 한국부동산원의 시세조사 시작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주 전국 아파트값은 지난주 대비 0.19% 하락했다. 17주 연속 하락으로 직전 주 -0.16%보다 낙폭이 커졌고 부동산원이 2012년 5월7일 아파트 시세 조사를 시작한 이후 10년4개월 만에 최대 하락이다.


전셋값도 약세가 지속되고 있다. 금리 인상 여파로 추석 연휴 이후에도 좀처럼 신규로 이전하는 수요가 많지 않아서다. 전국 아파트 전셋값도 이번주 0.19% 하락했다. 역시 부동산원이 2012년 5월 시세 조사를 시작한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이다.


집값 상승 기대감이 꺾인 상황이지만 분양가는 지속 상승 중이다. 시세 차익 기대감이 떨어지고 있다는 전망에 대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 정부는 올해 들어 자잿값과 인건비 상승을 이유로 기본형 건축비를 연달아 올리고 있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공동주택의 분양가격 산정에 활용되는 기본형 건축비 상향 조정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조정으로 16~25층 이하, 전용면적 60㎡ 초과~85㎡ 이하 아파트의 기본형 건축비(1㎡ 기준)가 185만7000원에서 190만4000원으로 올라간다. 또 지하층 건축비는 89만4000원에서 91만6000원으로 높아진다.


새 아파트 분양가는 최근 주춤해진 부동산 경기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들어 8월 말까지 전국 아파트 평균 분양가(3.3㎡ 기준)는 1464만 원으로 지난해 평균 분양가(1312만 원)보다 11.6%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분양 시장 문턱이 낮아지면서 기회는 늘어났지만 분양 이후 조건은 악화된 상황"이라며 "앞으로의 수요는 당첨이 아니라 손해를 안보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정 해제 효과 자체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방의 규제지역을 전면 해제했다는 것은 정부가 공언했던 시장 정상화를 위한 조치로 볼 수 있다"며 "하지만 서울과 수도권이 사실상 배제된 만큼 이번 조정안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매수자의 입장에선 규제지역 해제로 인한 매입 의지가 높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도 이어진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은"조정대상지역 해제가 수도권보다 지방에 집중된 데다 매매가 상승이 정체된 상황 속 높은 주택담보대출 이자부담이 고려치 않고 주택을 구입하기 쉽지 않을 전망"이라며 "최근 이들 지역은 입주물량 증가로 인해 공급부담이 현실화 돼, 단기 거래 증가나 다주택자의 주택 추가 구입을 기대하기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출 이자부담과 주택시장의 거래활력 저하로 비규제 및 저평가지역을 찾아다니는 외지인 주택 매입이 줄었고 매입 실익도 높지 않다고 판단된다"며 "과거처럼 낮은 규제의 틈새를 찾아 유입되던 공시가격 1~3억이하 소액 주택 거래나 비규제지역의 풍선효과를 노리는 투기적 가수요, 전세 끼고 주택을 구입하는 갭투자 움직임이 많지 않을 것으로 판단돼 규제지역 해제로 인한 집값 재 불안 확률은 한동안 낮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시장의 진단은 미분양 우려로 이어진다.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12% 증가했다. 또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도 3.6% 늘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총 3만1284가구로 전월 대비 12.1%(3374가구) 증가했다. 특히 수도권의 미분양 주택은 지난해 말 1509가구에서 지난달 4528가구로, 7개월 사이 3배 이상 증가했다. 지방 역시 같은 기간 1만6201가구에서 2만6755가구로 1만 가구 넘게 늘어났다.


여경희 부동산R114 리서치팀 수석연구원은 "이달 분양물량은 풍성하지만, 과반 이상이 미분양 우려가 있는 지방에서 공급될 예정"이라며 "침체한 지방 주택시장의 여건을 고려하면 청약시장의 주춤한 흐름은 이어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경기 불확실성,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 확대, 분양가 상승, 낮아진 시세 차익 기대감 등이 맞물리면서 관망세가 확산하는 가운데 청약 당첨자 이탈 사례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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