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기차 발목 IRA '북미 최종 조립' 수정될까

  • 송고 2022.10.07 10:54
  • 수정 2022.10.07 10:58
  • EBN 신승훈 기자 (shs@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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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4일까지 의견 수렴…한국, 'FTA 정신' 강조

FTA 체결국 중 전기차 생산 한국 유일…'직격탄'

바이든, 윤 대통령에게 '친서'…"열린 마음으로 협의"

IRA 적용 2년 유예 시…현대차 보조금 혜택받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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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재무부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보조금 세부 규정을 마련하기 위한 공식 절차에 돌입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IRA에 서명한 지 50일 만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에 IRA 관련해 '열린 협의'에 나서겠다고 밝힌 만큼 세부 규정에 한국 측 입장이 반영될지 주목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미 재무부와 국세청은 지난 5일(현지시간) IRA를 통해 지급하는 다양한 세제 혜택과 관련한 이해관계자 등의 의견을 다음 달 4일까지 수렴한다고 공지했다.


미 당국이 공개한 의견요청서에는 △청정에너지 차량 보조금 지급 △제조업 에너지 보안 세금 공제 △주거 및 상업용 건물의 에너지 효율성 개선을 위한 혜택 △특정 에너지 생성에 대한 혜택 △세금 공제 혜택의 선택적 지급 및 양도 △에너지 업계 요구사항은 등 6개 부분이 담겼다.


한국 완성차와 직결된 부분은 '청정에너지 차량 보조금 지급' 관련 의견 요청 부문이다. 해당 내용에 따라 미국은 조건을 충족한 전기차에 최대 7500달러(한화 약 1059만원) 상당의 세액 공제 혜택을 지급하고 있다. IRA는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했는데 이로 인해 현대차·기아는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됐다.


공영운 현대차 사장은 지난 4일 산업통상자원부 국감에 출석해 "IRA 시행이 북미 시장 판매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상태"라며 "현지 공장 가동까지 2~3년 정도가 걸리는데 그 기간에 전기차 판매가 계속 중단되면 브랜드 인지도가 하락하고, 딜러망이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내년부터는 전기차 배터리에 북미에서 제조 또는 조립한 부품을 50% 이상 사용해야 보조금 3750달러를 지급한다. 또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 광물의 40% 이상을 미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채굴·가공해야 나머지 3750달러를 지급한다.


미 당국은 청정에너지 차량 보조금 관련해 '북미 최종 조립' 조건 중 '최종 조립'의 정의와 '북미' 포함 범위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현재 미국과 양자 협의 채널을 가동 중인 정부는 공식 의견 수렴에도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는 이른바 'FTA 정신'을 강조할 예정이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을 접견한 자리에서 "양국이 한미 FTA 정신을 바탕으로 상호 만족할 만한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실제 IRA는 한·미 FTA의 '최혜국 대우 조항'에 위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혜국 대우는 FTA 체결 당사국이 다른 나라의 상품이나 투자자에게 부여한 우대 조치를 FTA 체결국에도 부여해야 한다는 조항이다.


북미 지역에서 생산되는 전기차에만 차별적으로 보조금을 지급하는 IRA는 FTA 체결국인 한국이 제3국보다 불리한 대우를 받을 수밖에 없다. 해법으로는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들에 IRA 적용을 예외로 두거나 유예 기간을 두는 방안이 거론된다.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는 호주, 바레인, 칠레 등 20개 국가로 이 중 전기차를 생산하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현대차는 이르면 오는 2024년 10월에 미 조지아주 전기차 공장을 준공할 예정이다. 이때까지 약 2년간 IRA 적용을 유예하면 현대차는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미 당국은 IRA 규정 내에서 최대한 많은 전기차가 보조금을 받을 수 있도록 시행 규칙을 마련할 전망이다. 일부 시행 규칙의 경우 이르면 올해 안에 발표할 전망이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바이든 대통령이 특정 국가(한국)에 친서를 보낸 건 상당한 의미가 있다"면서 "시행령은 미 재무부가 총괄하지만, 대통령이 행정명령을 발동할 수도 있기 때문에 기대를 걸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미국은 과거 80년대 통상법을 만들 때도 상대국과 자국 내 기업의 의견을 수렴한 바 있고, 의견 중 일부를 반영해 주기도 한다"면서 "시행령의 큰 틀은 못 건드려도 규정은 삽입할 수 있는 만큼 한국이 미국과 FTA 체결국이란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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