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경기 총체적 난국…시행·중개업계 '울상'

  • 송고 2022.10.11 10:37
  • 수정 2022.10.11 10:40
  • EBN 권한일 기자 (kw@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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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 낙찰률, 분양·청약 경쟁률 동반 급락

시장 개선 기대에 관망한 시행사 '발등에 불'

매매·전세 체결 감소…공인중개사 수익 '뚝'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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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린 물량 털긴 해야죠…일단 조기 완판(청약마감) 기대는 내려놓고 분양 후에 두어달 더 고생한다는 각오로 해야죠."(A 시행사 부장)


"이 동네에 장사 접은 중개업소 많아요. 저희는 원룸이나 오피스텔 전월세 계약으로 그나마 사무실 월세는 내고 있는데 막막하죠. 경기가 이러니…".(서울 마포구 B 공인중개업소 대표)


금리 인상으로 촉발된 아파트 매매 감소가 거래 절벽으로 이어져 집값 하락 폭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부동산 선·후행 지표로 일컫는 경매 낙찰률과 청약률이 동시에 급락하는 등 시장 침체가 심화되면서 아파트 도급 주체인 시행사와 중개 수수료로 영위하는 일선 공인중개업소의 시름도 날로 깊어지는 모습이다.


11일 법원경매 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에서 아파트 경매가 진행된 1412건 중 497건만 낙찰됐다. 낙찰률은 35.2%로 전월(41.5%)보다 6.3%포인트(p) 하락했다. 2019년 6월(34.6%) 이후 3년 3개월 만에 최저치다.


매물 관심이 가장 높은 서울 아파트 낙찰률도 전월(36.5%)보다 14.1%p 하락한 22.4%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은 지난달(85.9%)보다 2.8%p 낮아진 83.1%, 평균 응찰자 수는 5.3명을 기록하는 등 감소세는 5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후행 지표인 청약경쟁률도 크게 떨어졌다. 미분양은 1년 새 두배 가량 늘었고 거래량이 급감해 매물 적체도 가중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집계에 따르면 올 1~8월 전국 1순위 청약 경쟁률은 평균 9.82대 1로 지난해(19.66대 1)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이마저도 지난 3분기(7~9월)에는 4.2대 1로 쪼그라들었다.


이에 따라 작년 연말까지 전국 1만5000여 곳에 불과했던 미분양 가구는 지난 8월말 3만2722가구로 2배 이상 급증한 상태다. 또한 아실(아파트실거래가·7일 기준) 현황을 보면 서울 아파트 매매 매물은 총 6만264건으로 1년 전(3만4502건)에 비해 43% 급증했다. 수도권과 지방 대부분 지역에서도 매물이 1년 새 2배 가량 늘었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갈수록 심화되면서 일부 건설사 자체사업을 제외한 상당수 아파트 도급 현장 내 분양 주체인 시행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각 시행사는 건설사들과 함께 중도금 무이자 혜택이나 이자 대납, 관리비 지원 등 특별 계약조건 뿐만 아니라 명품과 외제차를 내세운 경품행사까지 총동원하는 실정이다.


특히 지난 수개월간 관망하며 분양 일정을 미뤄온 터라 올 연말까지 서둘러 분양하기 위한 눈치싸움도 치열하다. C시행사 관계자는 "최근 전국 어디든 분양 일정 동안은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으로 일한다"며 "순위 내에 청약 마감되는 곳이 여전히 많지만 미달 우려도 커,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매매 거래가 급감한 가운데 전세계약갱신청구권과 상생임대인제도 등으로 신규 전세 계약도 줄어 공인중개사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신규 문의 감소로 경쟁은 한층 치열해졌고 과거 청약 호황기와 같은 분양권 매입 문의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서울 창동역 인근 D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10년 가까이 사업하면서 이렇게 돈이 안되긴 처음"이라면서 "주변에 아파트 단지가 밀집해 있음에도 폐업을 고민하는 대표들이 늘었다"고 말했다.


민간 연구기관과 전문가들은 적어도 내년까지는 이같은 거래절벽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국내 아파트 매매가격 저점은 내년 3월에서 2024년 2월 사이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 전세가격은 2025년 2월경 바닥을 찍을 것으로 전망했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MD상품기획비즈니스학과 교수)는 "현재 국내 부동산 시장은 매도억제·보유억제·취득억제 삼불정책이 그대로 이어지고 있고 글로벌 경제에서도 고금리 현상이 지속되기 때문에 내년 상반기까지는 이러한 초거래절벽 사태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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