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發 채권 폭탄에…개미 증시탈출 '러시'

  • 송고 2022.10.24 13:19
  • 수정 2022.10.24 14:09
  • EBN 최수진 기자 (csj890@ebn.co.kr)
  • url
    복사

50조 유동성 공급에 증시 반등했지만 개인 순매도

"투자심리 회복 기대" vs. "당분간 주식투자 자제"

김진태 강원도지사의 발언으로 촉발된 채권시장 돈맥경화가 주식시장으로 번지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투심이 얼어붙었다. 서울 종로구 연합인포맥스에 설치된 모니터에 한국 국채수익률이 표시되고 있다.ⓒ연합

김진태 강원도지사의 발언으로 촉발된 채권시장 돈맥경화가 주식시장으로 번지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투심이 얼어붙었다. 서울 종로구 연합인포맥스에 설치된 모니터에 한국 국채수익률이 표시되고 있다.ⓒ연합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채권시장에 던진 폭탄 여파가 금융권 전반으로 퍼지면서 주식시장이 크게 요동치고 있다.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채권마저 최근 자금 경색 등 경고등이 켜지자 개미(개인투자자)들은 위험자산인 주식시장에서 발을 빼는 모습이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19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2238.09로 전장 대비 1.13% 오르는 등 강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날 오전 개인 투자자들은 4000억원 넘게 코스피 시장에서 순매도를 기록하고 있다.


2% 넘게 상승한 코스닥 시장에서도 개인 투자자들은 1800억원 가까이 매도 우위를 보이는 모습이다.


지수가 강세인 상황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순매도에 나서는 이유는 단기 차익실현 영향도 있지만 금융시장 전반에 퍼진 불안감 영향도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레고랜드에서 촉발된 채권시장 신뢰가 흔들리면서 투자심리는 급격하게 위축됐다.


강원도 레고랜드 상수도와 일대 도로 개발을 담당하던 중도개발공사(GJC)가 자금조달을 위해 2020년 특수목적회사(SPC) 아이원제일차를 세우고 2050억원의 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를 발행했다. 이때 강원도가 보증을 섰다.


GJC가 경영난으로 빚을 갚지 못한 상황에서 강원도가 대신 돈을 갚아주기로 했음에도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지난달 28일 "GJC에 대해 법원에 기업 회생 신청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예산을 마련해 돈을 갚기보다 법원이 정하는 법정 관리인이 GJC 자산을 팔고 그 돈으로 상환하겠다는 뜻이다.


이 발언으로 채권시장에 돈맥경화가 발생했다. 신뢰도가 핵심인 채권시장에서 국가 신용등급의 지자체에서 신뢰가 무너지면서 그 보다 하위인 우량기업들의 자금 조달도 어려워진 것이다. 실제로 최고 등급으로 꼽히는 한전채(AAA)도 미매각이 발생했다.


기업들이 금리를 높여도 채권을 통해 자금 수혈이 되지 않자 특히 부동산PF(프로젝트 파이낸싱) 리스크가 대두되며 연쇄 디폴트를 우려하는 공포감이 금융시장에 형성됐다.


지난 21일에는 KRX건설 지수가 3.34%나 급락했고, 한양증권우(-10.20%)·메리츠금융지주(-7.22%) 등 금융증권 종목들도 큰 낙폭을 기록하면서 국내 주식시장 하락을 이끌었다.


결국 강원도가 GJC 보증채무 2050억원을 예산을 편성해 내년 1월까지 상환하겠다고 다시 발표하고 정부가 50조원 플러스 알파(+α) 규모의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가동해 금융시장 안정화에 나섰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조치로 투자 심리가 회복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키움증권 김준수 연구원은 "이번 정부의 프로그램은 윤석열 행정부 집권 이후 발표된 가장 크고 광범위한 규모의 지원으로 당국의 유동성 지원에 시장 심리는 빠른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물론 금번 조치 또한 결국은 임시 방편이며 유동성 공급 대책에 따른 부작용도 예상되지만 연말 대거 도래하는 CP(기업어음)의 만기와 계절적인 유동성 고갈을 감안한다면 단기자금시장의 안정이 우선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교보증권 백윤민 연구원도 "유동성에 대한 우려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추가적인 대책을 내놓은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급격하게 위축된 투자심리가 일부 완화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다만 공포심을 느낀 개인 투자자들이 다시 증시로 돌아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부의 시장 안정화 노력 덕분인지 주식시장은 반등했지만 개인투자자들의 불안감은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지난 20일 코스피 시장에서 개인 투자자의 순매수는 3999억원 규모였으나 지난 21일 695억원 순매도로 전환했다. 24일에는 순매도 규모가 수천억원으로 늘었다.


한 개인투자자는 "연쇄 디폴트 같은 우려할 만한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하지만 지방채에서 이런 일이 벌어질 거라고 아무도 예상 못하지 않았나"라며 "오늘 장 초반 반등하길래 매도해 일부 수익 실현했다. 하지만 앞으로도 금리 인상이 있을 거고 주식시장이 좋아지지 않을 것 같아 당분간 주식시장에 투자하지 않고 예금으로 묶어둘 생각"이라고 말했다.


©(주) EB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체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EBN 미래를 보는 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