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기업 CDMO 삼바 쫓다 가랑이 찢어질라

  • 송고 2022.11.15 13:07
  • 수정 2022.11.17 10:20
  • EBN 이해선 기자 (sun@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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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사업부 이해선 기자ⓒEBN

미래사업부 이해선 기자ⓒEBN

올해로 창립 11주년을 맞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3분기 누적 매출 2조원을 돌파했다. 연 매출 3조원이 코앞이다.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 역사는 100년이 좀 넘었지만 사실 매출 1조원이 넘는 회사가 나오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 시장에 뛰어들고 10년도 채 되지 않은 2020년 처음으로 연 매출 1조원을 돌파하더니 불과 2년 만에 3조를 넘보고 있다. 가파른 성장세다.


더욱이 언제나 세계 시장에서 주목받지 못하던 K-바이오는 삼성바이오로직스로 인해 글로벌 1위 자리까지 넘보는 위치에 올랐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내년 4공장을 완공하면 생산능력 기준 글로벌 CDMO(Contract Development and Manufacturing Organization·위탁개발생산) 1위가 되기 때문이다.


"역시 삼성이 하면 다르다"는 말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약 10년 만에 숫자로 증명했다. 글로벌 CDMO 1위 론자가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라이벌로 꼽고 있으니 말이다.


이 같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성공 탓인지 최근 미래 먹거리로 바이오를 낙점하고 시장에 진입한 대기업들은 CMO와 CDMO에 집중하고 있다.


물론 사업성도 충분하다. 급격한 바이오의약품 시장 확대에 따라 CMO(Contract Manufacturing Orgainzation) 수요는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으며 초기 개발단계부터 협업을 이어가는 트렌드가 형성되며 CDMO 시장은 더 큰 성장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글로벌 빅파마들이 설비투자 비용을 줄여 오롯이 R&D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며 대규모 아웃소싱 수요가 커지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투자에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롯데그룹마저 CDMO 사업에 발을 들이려는 것을 보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제대로 된 성공모델을 보여주긴 한 것 같다. 하지만 그들의 CDMO 진출이 마치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같이 빠른 성공으로 가는 길이라 여기는 듯한 자신감은 의아하다.


SK그룹은 SK팜테코로 4년 내 글로벌 톱5 CDMO가 되겠다 밝혔고, 롯데그룹은 롯데바이오로직스로 2030년까지 글로벌 10위에 들겠다 했다. 아직은 물음표가 붙을 수밖에 없는 대답이다.


먼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성공이 단지 CDMO 분야였기 때문에 이룬 것이었는지 다시 한번 잘 생각해봐야 할 일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애초에 삼성그룹이 보유한 반도체 등 산업 플랜트 건설 노하우 등을 기반으로 빠른 설비구축이 가능해 이 사업에 잘 맞는 DNA를 가진 기업이었다.


또한 시기적으로 코로나 팬데믹을 맞아 글로벌 빅파마들의 백신, 치료제 수주까지 받으며 빠른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무엇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성공에는 신속한 의사결정과 과감한 투자, 삼성의 압도적 제조 기술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게 공통적인 평가다.


안정적인 투자를 추구하는 대기업들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성공을 벤치마킹하는 것은 합리적이다. 하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해냈다고 모두 해낼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이어 국내 대기업들이 글로벌 CDMO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고 성공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투자도 중요하겠지만 분명한 로드맵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전문가들은 말한다. 결코 글로벌 CDMO 시장은 만만하지 않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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