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재벌집 막내아들'처럼 30년전으로 돌아간다? 창업할 것"

  • 송고 2022.12.22 14:36
  • 수정 2022.12.22 14:42
  • EBN 김남희 기자 (nina@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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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업 이어받다보니, 내 선택 아니지만 SK 잘 키워야 했다"

올해 5월 자산총액 292조원으로 재계 만년 3위서 2위 올라

SK하이닉스 부진엔 "반도체 업황 안 좋지만 오래 갈일 아냐"

김영건 미래에셋 연구원 "내년 인텔 CPU 반도체 수요 촉진"

21일 기자간담회에서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이

21일 기자간담회에서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이 "최근 인기를 끄는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주인공처럼 30년 전으로 돌아가 다시 태어나면 창업을 하고 싶다"고 답했다. ⓒ연합

"과거로 돌아간다면 어디 가서 주식을 뭘 사야 할지 잘 알겠지만….(웃음) 저는 아마 창업이라는 도전을 했을 것 같습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이 최근 인기를 끄는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주인공처럼 30년 전으로 돌아가 다시 태어나면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해 이처럼 답변했다.


최 회장은 21일 대한상의에서 열린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저도 있던 걸 받은 형태가 되다 보니 여기서 갖고 있던 문제점이나 이런 게 내 선택에 의한 것이 아니었고, 있는 걸 어떻게든 더 잘 키워야 하는 얘기로 계속 왔다"고 지난 시간을 회고했다.


최 회장은 본인이 물려받은 사업에 대해 "좋은 점도 있지만, 그것 때문에 내가 해보려고 하는 것들이 잘 안 되는 것도 꽤 있었다고 생각하니 그렇게 젊어지면 아예 됐다, 그러고 나는 내 것 그냥 한다, 이러고 갔을 가능성이 있었을 것 같다"며 "(창업을 시도해) 홀랑 말아먹을 수도 있었겠지만 어쨌든 도전을 할 것 같다"며 웃었다.


최 회장은 1998년 최태원 회장은 부친인 고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의 별세로 SK그룹을 이끌어 온 창업 2세대 경영인이다. 최종현 선대회장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 모두가 최 회장에게 상속됐다


최종현 선대회장은 1973년 창업주이자 형인 최종건 회장이 작고하면서 뒤를 이었고, 당시 선경(현 SK)을 세계 일류의 에너지·화학 회사로 키우겠다는 일념으로 석유에서 섬유까지 수직계열화를 하나씩 이뤄갔다.


장남인 최 회장도 선대회장의 경영지론을 이어 반도체와 배터리, 바이오 등 신산업 투자를 가속했다.


올해 5월에는 자산총액 292조원으로 자산규모 기준 재계 2위에 올랐다. 삼성, 현대차그룹에 이어 '만년 3위'에 머무른 지 16년 만이다.


최 회장의 뚝심 경영의 결과물은 2012년 SK하이닉스(구 하이닉스반도체) 인수다. 인수 당시에는 SK가 수익성이 불투명한 반도체에 무리하게 진출한다는 반대가 무성했만, 최 회장은 흔들림 없이 인수 직후부터 매년 조 단위 연구개발비를 수혈했다.


그 결과 SK하이닉스의 기업가치는 16조원에서 지난해 말 95조원으로 6배 커졌고, SK그룹 전체 매출의 30%가량을 차지하는 대표 기업으로 성장했다.


다만 최근에는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적자 전망이 제기되면서 주가도 하락세다.


최 회장은 이같은 상황에 "걱정"이라 답하면서도 "장기적으로 보면 반도체는 업앤다운(Up & Down)이 항상 있었고 최근에는 반도체 사이클이 아주 짧아졌다. 옛날에는 다운에서 업으로 올라가는데 3년이 걸렸는데 요새는 1년 단위씩 계속해서 움직이는 것 같다"며 주기가 짧아진 업황 흐름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좋았다 나빴다 반복하는 걸 연례 행사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며 "많이 나빠지면 많이 좋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솔직히 코로나로 반도체가 호황이었다. 앞에서 워낙 좋았다 보니 골이 깊어진 것처럼 보인다"며 "반도체 업계가 전체적으로 안 좋아질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게 오래 갈 일이라고 보지는 않는다"고 진단했다.


21일 기자간담회에서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이

21일 기자간담회에서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이 "최근 인기를 끄는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주인공처럼 30년 전으로 돌아가 다시 태어나면 창업을 하고 싶다"고 답했다.ⓒ연합

이날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올 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최근 3개월간 증권사에서 발표한 전망치 평균)는 6036억원 영업적자로 집계됐다. 일부 증권사들은 1조원대 영업적자까지 예상한다.


증권가는 우려의 시선을 갖고 있다. 유안타증권은 SK하이닉스의 4분기 예상 실적으로 매출 8조6000억원, 영업손실 1조1000억원을 추산했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폭이 기존 예상치보다 더 확대되고, 재고 평가손실까지 고려하면 전 분기에 이어 전사 실적 감소폭은 한층 커질 가능성이 있다.


다올투자증권도 4분기 매출액 8조원, 영업손실 1조1000억원을 전망했다. 재고평가 손실 영향으로 대규모 적자 전환이 추산된다는 입장이다. 신영증권도 4분기 매출 7조5000억원, 영업손실 1조3000억원을 내다봤다.


이처럼 역대급 적자 전망이 거듭되면서 SK하이닉스 위기감이 심각한 것 아니냐는 진단이다. 지난 3분기 실적 악화 이후 4분기 적자 전망까지 나오며 실적 부진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를 의식하듯 SK하이닉스는 전날 자사 뉴스룸에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 반도체 분야 선임연구위원 애널리스트와 인터뷰를 게재하기도 했다. SK하이닉스가 직접 증권사 연구원을 자체적으로 인터뷰해 향후 자사에 대한 다양한 전망을 홈페이지에 밝힌 것은 이례적이다.


김 연구위원은 "현재의 전반적인 업황 악화는 지속되지만 내년 하반기에는 반등의 전환점을 맞을 것으로 전망 된다"며, 반도체 업계가 이 부진을 만회할 기회로 데이터센터 서버용 D램 시장의 활성화를 제시했다.


그는 내년 1월 출시 예정인 인텔의 차세대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 '사파이어 래피즈'를 메모리 반도체 수요 촉진의 트리거가 될 것이라고 봤다. 이는 SK하이닉스가 생산하는 차세대 D램 DDR5를 지원하는 프로세서다.


김 연구위원은 "주식 시장에서 SK하이닉스의 가치평가 지표를 감안했을 때 현재의 주가는 과도하게 저평가된 측면이 있다"며 "머지않아 메모리 반도체 업계의 봄날은 다시 찾아올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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