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사기 우려, 고가 월세로 몰린다...'빌라왕' 후폭풍

  • 송고 2022.12.29 10:24
  • 수정 2022.12.29 10:27
  • EBN 김창권 기자 (kimck2611@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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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 기준 지난 10월 이후 월세가 전세거래 추월

월세 100만원 넘는 아파트 거래 전세 대비 24.8% 증가

서울 시내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모습ⓒ연합뉴스

서울 시내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모습ⓒ연합뉴스

최근 급등하고 있는 금리에 따라 전세대출 이자 부담이 커진 가운데 전세보증금 사기 피해가 늘자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하는 임차인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12월 기준 서울 강남구 월세 거래건수는 321건으로 전세 거래건수인 317건을 넘어섰다. 지난 10월까지만 해도 전세 거래는 743건, 월세 거래 662건으로 전세 거래건수가 높았지만, 지난달부터 월세가 전세보다 거래량이 27건 증가하더니 월세가 더 많은 거래건수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기존에는 임차인들이 월세보다는 부담이 적은 전세거래를 선호해 왔지만, 최근 기준금리가 3.25%를 넘으며 급등한 금리로 인해 이자 부담이 커지자 월세를 선호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일명 ‘빌라왕’ 등의 사건사고가 알려지면서 전세거래에 대한 우려까지 더해지자 그간 선호된 전세 거래가 급감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하는 수도권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를 보면 올해 12월 첫째주 기준 지수는 68.0으로 2012년 7월 통계작성 이래 가장 낮게 나타났다. 지수가 100 아래면 공급 보다 수요가 적다는 뜻으로 지난해 12월 둘째주부터 기준선인 100을 밑돌고 있다.


이에 전세 시장에서도 가격을 시세보다 크게 내린 급매물 위주로 거래가 이뤄지는 상황이다. 지난 5일 기준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 변동률은 -1.00%로 2012년 5월 통계 작성 이래 가장 큰 하락률을 기록했다.


다만 월세 수요가 늘어나면서 월세값은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주택산업연구원(주산연)은 내년 주택 전세가격이 전국 기준 4.0% 떨어지는 반면 월세가격은 1.3%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처럼 월세값이 상승하고 있음에도 수요가 지속돼 전국에서 월세 100만원이 넘는 아파트 거래도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정보제공 업체 경제만랩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통계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올해 12월까지 전국 아파트 월세 거래량 41만 5445건 중 월세 100만원 이상은 8만812건으로 집계됐다.


전국 아파트 월세가 100만원 이상인 거래는 2017년 2만 4015건, 2018년 2만 4395건, 2019년 2만 6051건, 2020년 3만 2668건, 지난해 6만 4712건으로 증가한 데 이어 올해는 8만건을 넘어선 것이다. 올해 월세 100만원 이상인 아파트 거래는 전년대비 24.8%나 증가했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3만3116건으로 가장 많았고 경기 2만7663건, 인천 5141건, 부산 3632건, 대구 2672건, 충남 1266건, 경남 1062건 순으로 뒤를 이었다. 올해 전국에서 월세가 가장 높은 아파트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PH129’ 전용면적 273.96m²로 지난 3월 21일 전세보증금 4억원, 월세 4000만원(6층)의 계약이 체결됐다.


부동산 경기 부진과 고금리로 시작된 전셋값 하락은 최근 깡통전세·전세사기로 인해 세입자들의 불안감이 높아지자 하락세가 가팔라지면서 전세 매물이 넘치고 있다. 반면 비교적 안전하다고 여기는 월세로 수요가 몰리며 비싼 월세값에도 찾는 이들이 꾸준한 상황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최근 전세사기 등의 부담이 커지면서 위험 회피를 위한 월세로 수요가 이전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전까지는 금리 인상과 전세가격 상승으로 주거 관련 소비 지출을 줄이기 위한 월세로 옮기는 임차인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월세가 더 안전하다는 판단에 수요가 꾸준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송 대표는 “월세 수요가 몰리다 보니 초기에는 가격이 소폭 오르긴 했지만, 월세값이 부담 가능한 임계점을 넘어서진 않을 것”이라며 “전제값이 상품성이 떨어지고 있는 만큼 급전세에 맞춰진 월세값이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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