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받는 코로나 치료제 업계…"제약·바이오 지원 옥석 가려야"

  • 송고 2023.01.16 13:12
  • 수정 2023.01.16 13:13
  • EBN 김남희 기자 (nina@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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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예산 4127억원 책정…실제 집행률 40%에도 못 미쳐

국비 지원 받고 주가 부양 후 개발 포기한 먹튀 기업 존재

"여전히 '코로나 백신·치료제 개발' 간판 내세운 곳도 있어"

국산 코로나19 백신·치료제 임상시험 승인과정 등을 수사 중인 검찰이 식품의약품안전처를 압수수색한 배경에 시선이 집중된다. 업계에선 이제 코로나 겨울 재유행이 정점을 지났다는 점을 고려해 이제는 백신·치료제 개발기업에 대한 옥석을 가려야한다는 조언을 내놨다.ⓒ연합

국산 코로나19 백신·치료제 임상시험 승인과정 등을 수사 중인 검찰이 식품의약품안전처를 압수수색한 배경에 시선이 집중된다. 업계에선 이제 코로나 겨울 재유행이 정점을 지났다는 점을 고려해 이제는 백신·치료제 개발기업에 대한 옥석을 가려야한다는 조언을 내놨다.ⓒ연합

국산 코로나19 백신·치료제 임상시험 승인과정 등을 수사 중인 검찰이 식품의약품안전처를 압수수색한 배경에 시선이 집중된다. 업계에선 코로나 백신·치료제 개발 기업에 대한 옥석을 가려야 한다는 조언을 내놨다.


현재 검찰은 정부의 지원을 받으며 코로나 백신·치료제 개발을 야심차게 추진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제약·바이오기업을 정조준하고 있다. 우선 주무부처인 식약처에서 관련 임상시험 승인 과정에서 불법이 있었는 지를 보고 있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13일 식약처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검 식품의약범죄조사부는 전날 식약처 등 9곳에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을 벌였다. 식약처의 경우 본부 의약품안전국 일부 부서를 압수수색했고 나머지 제약·바이오기업들에 대한 수사도 진행 중이다.


검찰은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 승인 및 관련 과정에서 불법이 있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제약·바이오업계에선 정부의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임상지원 사업에 참여해 지원금만 받고 개발을 중단한 기업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백종헌 의원실은 코로나19 치료제 및 백신 개발을 신청한 14곳의 제약바이오기업(과제 중단한 1곳 제외)들은 정부로부터 총 1679억원에 달하는 국가 연구비를 지원받으며 관련 개발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특히 정부는 총 4127억원을 책정해 코로나19 치료제·백신 임상시험 비용을 지원했으나, 실제 예산 집행률은 40%에도 못 미친 것으로 판단했다.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셀트리온 520억원, 대웅제약 133억원, 샤페론 91.3억원, 녹십자 58억원, 동화약품 16.4억원​의 정부 지원이 이뤄졌다. 하지만 지금까지 셀트리온 렉키로나주의 품목 허가 이외에 신약 개발에 성공한 사례는 없는 것으로 백종헌 의원실은 전했다. 올해부터는 신규 과제를 모집하지 않아 사실상 사업은 종료된 셈이다.


이 사업을 통해 지원을 받은 14개 기업 가운데 모두 4개 기업이 개발을 중도에 그만둔 것으로 전해졌다. 백종헌 의원실은 "자사의 주가 상승만을 노린 제약사들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밖에 코로나 백신 개발에 정부 지원을 받은 곳은 SK바이오사이언스, 셀리드, 유바이오로직스, 제넥신, 진원생명과학, 큐라티스, HK이노엔, 아이진 등이다.


이와 관련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은 "코로나19 백신, 치료제 개발이 지속돼야 하지만, 일부 기업의 의혹에 대해서는 복지부 감사를 통해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보건복지부도 "국가 지원을 받고 의도적으로 사적 이득만을 취한 후 개발을 중단한 기업에 대해 잘못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취지에 공감한다"고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약·바이오업계 일부에서는 이같은 정부부처와 업계에 대한 검찰 조사에 대해 "터질 게 터졌다"는 분위기다. 수십억에서 수백억에 달하는 국가 예산을 지원받고 코로나 팬데믹 기간 관련 치료제 호재를 악용해 주가만 띄우고 개발을 포기한 이른바 '먹튀' 제약·바이오기업에 대한 과실을 평가하고 제약·바이오 옥석 구분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한 제약사는 "우리 역시 많은 주주로 부터 코로나 백신·치료제 개발에 나서라는 제안을 여전히 받고 있지만 개발 인프라와 여건이 안된 상황에서 무작정 백신·치료제 개발에 뛰어들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제약사는 "주주와 투자사들의 강한 요청으로 무턱대로 코로나 백신·치료제 개발에 나서 잠시나마 주가를 부양하려 했던 제약사를 비롯해 몇몇 바이오기업들이 코로나 백신·치료제 개발 참여를 통해 새로운 신약 개발에 나서기까지 시간을 벌려고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2년 간 고공 행진하던 의약품 수출 실적이 글로벌 코로나 정점 기간을 지나면서 축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전히 '코로나 백신·치료제 개발'을 간판 삼은 제약·바이오기업에 대한 냉정한 시장 판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최근까지 코로나 확진자가 2주째 감소하며 이번 겨울 재유행이 정점을 지났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감염재생산지수도 12주 만에 1 아래로 떨어졌고 7차 유행이 감소세로 돌아선 양상이라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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